종합편성채널 3년을 진단하다

[난상토론] 종합편성채널 3년을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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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한 지 3년이 흘렀다. 출범 당시 정책목표로 내세웠던 방송의 다양성,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산업적 효과 등을 달성했는지에 대해 의견이 다양하다. 이즈음 우리나라 방송환경에 종편이 미친 영향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망과 개선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이 대담을 펼쳤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좌)와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우)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좌)와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우)

• 노영란 : 종편 출범 기대효과를 이야기하자면 다양성 확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산업적 효과 등 어느 것 하나 만족시키는 것이 없다. 미디어법을 그처럼 초법적, 탈법적으로 바꿔서 승인해 출범시켜야 할 정도로 종편이 필요했나 생각이 든다. 총체적으로 종편은 실패한 정책이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 김성해 : 기대효과라는 것 자체는 사실 그 당시의 정치적인 필요성, 보수적인 정치 지형에 대한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또 다른 하나는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종이신문사들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 신문이 계속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했다. 기본적으로 기존 지상파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했었다. KBS의 독과점과 수신료 거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런 상황에서 무리수를 둬서 미디어법이 통과된 것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자칫 ‘기대효과가 지금 당장 출력되지 않았다’라고 해버리면 오히려 비판하는 사람들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희한한 특혜 구조에서는 종편의 목표가 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종편이 주장하는 것은 기존 지상파가 소외시킨 50~60대 시청자를 발굴해 냈다는 것이다. 실제 지상파는 20~30대 중심의 트렌디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지고 있고, 그 이유는 광고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같이 놓고 볼 때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나름 건강, 자연 등을 다루고 있는 종편이 프로그램 다양성 면에서 실패했다고 단정지면 다른 지표를 가지고 반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노영란 : 기존의 지상파에서 소외됐던 연령층을 TV 앞으로 모이게 한 것은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편은 50~60대를 제외하면 나머지 계층이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다양성’은 장르 혹은 기존 여러 분야 중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던 부분들을 얘기한다. 건강, 자연 등은 기존 지상파에서도 많이 하고 있는 장르다. 종편 4사의 편성은 지상파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획일적이다.

여론의 다양성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한 사안을 놓고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 김성해 : 종편을 평가함에 있어 기대효과라는 것은 애초 종편이 내세웠던 목표를 이야기되는 것이다.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다’ 혹은 ‘더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 계획서상에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라고 적혀 있지, 여론의 다양성이라고 적혀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심각한 문제는 애초에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돈이 투입되고 시장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무언가 내부에서 개혁이 일어나면서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다양성 면에서 얻은 것이 한 줌에 불과하다면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오히려 엄청나게 커져버린 셈이다. 이것을 여론 다양성이나 부작용의 측면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 노영란 : 기대효과에 준해서 일정 수치들로 평가하는 일은 어쨌거나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배경이 종편 뒤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향후 시간을 주면 나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양성’이라는 것 안에는 프로그램의 다양성, 여론의 다양성, 계층 다양성 다 포함된다고 본다. 수치상으로 보자면 어린이, 청소년 등을 위한 프로그램 분량이 약속과 달리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재승인 받고 난 이후에 다 사라진 것이다. 부작용이 있는 상황에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는 것이다.

• 김성해 : 동의한다. 종편을 입체적으로 보면, 한 사회에 지상파·신문·유료방송 등이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종편 4사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러면 공동체 차원에서 그들이 최소한 우리가 원하는 공익, 즉 여론의 다양성과 소외계층에 대한 대변을 해줘야 한다.

지금의 종편은 국민이 세금으로 뒤를 봐주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면 공익적 가치를 실행하는가를 봤을 때는 엉터리다. 종편이 최악이라는 건 지표로도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 받은 건수를 봐도 압도적이다. 50% 가까이 되는 보도·시사 프로그램에 있어 공정성, 객관성, 품위유지, 명예훼손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또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국민 사이의 끝없는 분열을 낳고, 또 평화·진보라는 집단에 대한 낙인찍기가 생기는 것이다. 사회 내부적으로 반목과 질시가 확대 재생산되고, 자연스럽게 특정 정치집단에 유리한 일들이 만들어진다. 또 동시에 방송문화의 후퇴도 굉장히 심각하다.

• 노영란 : 그렇다. 나아가 더 큰 문제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저널리즘의 신뢰를 망가뜨려 놓은 것이라고 본다. 종편 출연자들이 스스로 이야기하듯 그동안 북한 관련해서는 해빙 분위기였다. 예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 사례도 줄었는데, 2008년 이후로 처벌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저널리즘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것은 이러한 방송을 보고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TV조선과 채널A에 많이 등장하는 전문가 모 씨는 방송에만 나오면 싸운다. 나름 보수라는 사람들과도 흥분해 삿대질을 하고 막말하며 싸운다. 종편이 계속 이렇게 가면 지상파가 저널리즘을 회복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 김성해 : 신문을 이야기할 때 ‘대중담론’이라는 영역이 있다. ‘담론’이라는 것은 인체로 이야기하면 근육이나 살에 해당된다. 영국의 경우 대중담론 중 저질담론을 생산해 내는 것은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그리고 이걸 정화시키는 것은 BBC다. 그런데 한국의 문제는 노무현, 김대중 정부 때 살아 있던 공영방송의 견제 역할이 종편이 등장하면서 공영방송은 주목하지 않아도 될 대상으로 외면시키고 무력화시킨 데 있다.

우리 사회는 세대 구분이 엄격하다. 20~30대는 스스로 접하는 담론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30~40대 중·후반은 그나마 다양한 경험으로 방송에서 하는 말을 기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50대 중반 이상의 흔히 독재시대의 대중담론에 노출됐던 사람들은 북한 이야기하는 사람은 무조건 빨갱이로 인식한다. 이들의 ‘담론지형’을 정확하게 종편이 악용하고 있는 셈. 이처럼 감성, 즉 담론을 건드리는 것은 단순한 저널리즘의 후퇴가 아니다.

• 노영란 : 지금의 갈등을 봉합하는 방법은 진보, 보수가 아닌 공동체 시각에서 봐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사회를 받치는 시스템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 일단 공영방송이 바로 서야 소외계층, 빈부격차 문제 등이 해결될 것이다. 알 권리 충족 차원에서 보면 보수 일색의 보도는 권리침해다. 같은 진영이라고 생각할 때 틀린 얘기를 해도 믿고 따라가고, 반대 진영이라고 생각할 때 맞는 이야기를 해도 틀리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너무 공고화되고 있는 큰 원인이 종편인 것이다.

• 김성해 : 그렇다. 종편의 가장 큰 해악은 ‘대중담론의 타락’이라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이 있는데, 우리가 방송에 기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고 잘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구조적 특혜 등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런 속에서 종편이 그들의 생존논리로 정치적 아젠다를 실현하고 동시에 협찬도 받다보니 스스로 독성이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펜타곤 페이퍼’ 보도하면 월스트리트저널이 ‘워터게이트’ 터뜨리는 식으로 경쟁 보도에 있어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 노영란 : 그런데 종편의 자평을 보면 오히려 50~60대 시청자들을 깨웠다고 표현하고 있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을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것. 이들 시청자 역시 그렇게 말한다. 반복되는 보도를 계속 듣고 있다 보니 스스로가 전문가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다양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거기서 새롭게 자신의 논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 김성해 : 대중이 백번 양보해 종편의 특혜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저널리즘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 사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리 공동체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건 종편 특혜의 실체를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방송시장은 총 광고파이를 비롯해 시청자 수, 물리적인 시청시간 등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파이는 늘지 않는다. 결국 종편이 빼앗는 파이는 지상파, 그 다음 YTN 파이다. 연합뉴스는 워낙 시장 독과점이라 오히려 YTN이 문제다. 전문 저널리즘을 하다가 힘에 부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보수 편향의 폭스로 인해 CNN이 결국 폭스를 따라갔던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것이 징고이즘, 즉 광신적 애국주의다. 전쟁, 적에 대해 이야기하며 끝없이 원수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밖의 적을 만들어내고, 그 다음 안의 적을 만들어내고, 결국 실질적인 전쟁으로 사회적 여론을 이동하게 만든다.

• 노영란 : 방통위가 사업권을 내줬으면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 있다. 시장을 계속 혼탁하게 두면 임무방기가 된다. 하지만 방통위는 현재 특혜 외에는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다. 3년 후 재승인 과정에서는 매를 들었어야 했는데 너무 봐주기 식으로 심사를 했다. 문제는 이것이 관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 분야에서는 불법을 저질러 놓고, 차후에 가면 관행으로 간주해 규제를 풀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 김성해 : 종편의 출현으로 보수 미디어가 지나치게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돼 버렸다. 이미 늑대가 될 소지가 다분했던 대상에 날개까지 달아줬으니 고삐 풀린 늑대를 컨트롤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중요한 건 종편이 가져가는 광고의 질을 봐야 한다. 정부광고, 협찬광고 등이 많다. 협찬광고는 등에 칼 꽂고 돈 달라는 것과 같다. 심지어는 광고 없이 돈만 가져오는 것이 협찬광고의 본질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계기가 지금까지는 직접광고를 허락해 준 것. 또 1인1사 미디어렙을 만들었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앞으로를 보면 대중담론의 타락이라는 것이 점점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기득권을 얻은 사람들이 훨씬 효과적으로 선거, 여론전쟁, 대국민 감성전쟁에서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들은 감성이나 담론에 의해 어떤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거기에 익숙해져서 또 살아가게 되는 거다.

• 노영란 : 그렇다.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묻어가는 게 가장 무섭다. 방법은 이들을 공정경쟁의 마당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광고의 경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전두환 정권의 유물이라고는 하나 중간에서 중개를 해줘 직접광고로 인한 폐해를 막아줬던 부분에서 나름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었는데, 신문영업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 직접광고하에서는 전체 시장에서 분배돼야 할 광고가 뒤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를 미디어렙 안에 포함시켜 공정경쟁으로 끌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

• 김성해 : 지난 3년간을 봤을 때 종편 자체의 생존 가능성은 있느냐 하는 부분을 생각할 수 있다. MBN의 경우 기업을 상대로 영업하는 곳이라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면, 아마도 JTBC 정도를 기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TV조선과 채널A는 제작비가 낮은 보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독과점 형태의 불공정한 광고시장의 약탈을 통해서 적자를 줄이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종편 저러다 망한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외부에서 공정한 게임이나 대중담론의 타락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대마불사(大馬不死)와 같이 스스로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공동체가 희생을 하겠는가.

• 노영란 : 동의한다. 거대하게 몇 천 억 원이 투입된 사업을 놓고 사업성이 없다고 스스로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또 얼마나 많은 거래와 특혜를 요구할까. 투자, 광고를 뒷거래로 받을 거다. 때문에 공정경쟁에서 면역력을 키우게 해줘야 시청자 눈치도 보고, 스스로 제작환경이나 인식을 바꿀 거다.

지상파가 난시청 문제로 인해 유료방송이 세계 유례 없이 기형적으로 보편적 시청권 차원의 문제처럼 된 상황이긴 하지만 유료방송이 70~80%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상황은 맞지 않다고 본다. 만약 전 국민이 100% 의무적 지상파를 볼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돼 지상파가 재전송 없이 유료방송에서 완전 분리된다면, 그 안에서 바라보는 종편은 지금과는 다른 접근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김성해 : 먼저 국회 차원에서 종편의 특혜를 다 없애자고도 할 수 있지만 쉬운 답은 아니다. 다음은 시장을 통해 해결하자고 할 수 있는데, 진보매체 연합의 2개 정도의 종편을 승인해 주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실천적인 대안을 생각해 보자. 소비자 리포터도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에는 저널리즘 리포터가 없다. 저널리즘 위원회 등을 통해 최소한 뉴스 리포터 정도는 만들어 내야 한다고 본다.

또 하나의 대안은 종편의 특혜 등을 계속해서 부각시키고, 단순화시켜 알리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정부가 범한 금융회계 비리를 만화뉴스로 알리고, 일본 NHK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다큐멘터리로 전달한 것처럼 우리도 조·중·동에 대한 특혜로 파생되는 문제를 쉽게 풀어 국민에게 알리는 ‘문제화 작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특혜를 줬다 뺏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은 모두에게 특혜를 허용함으로써 시장의 자율적인 균형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국민TV가 없는 돈에도 TV라는 매체를 만들어 낸 것은 종편이 얼마나 파워풀한지 알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제도권 안에서의 활동을 대안으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종편국민감시단 혹은 위원회 등 견제장치를 적극 살리면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정리 곽재옥 jokwak@naver.com / 사진 백선하 baek@kobet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