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이 참석하자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고삼석 상임위원 내정자의 정식 임명을 두고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 하겠다는 김 위원이 돌연 전체회의에 참석한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해 지고 있다.
김 상임위원은 24일 세월호 사건으로 나라가 불안에 떨고 있기 때문에 상임위원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의사일정 보이콧을 한 지 10일 만이다.
이에 김 상임위원은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난 상황 속에 공직자로서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의 불참 요구사항은 있지만 세월호 사건보다 위에 있지 않은 만큼 오랜 고뇌 끝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김 상임위원은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방통위의 합의제 원칙을 지켜달라”며 “다수결이 민주주의 원칙이라는 것은 맞지만 현대 민주주의에서는 합의 정신이 더 중요한 만큼 소수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거부권도 존중해달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고 내정자의 정식 임명에 최 위원장이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최 위원장은 김 상임위원의 전체회의 참석에 대해서는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시급히 변하는 방송통신 환경인 만큼 사안에 따라 결정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때에 따라 상임위원 전원 합의된 의견이 도출되지 않으면 다수결 원칙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합의제 정신을 지키겠지만 상황에 따라 다수결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김 상임위원의 요구를 묵살한 셈이다.
게다가 최 위원장은 고 내정자 정식 임명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고 후보자와 관련해 법제처에서 검토한 의견이 적정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개인적으로 답답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하게 보이콧 철회를 발표한 김 상임위원의 행보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고 내정자 문제가 확실하게 풀리지 않았음에도 성급하게 ‘마지막 카드’를 버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상임위원을 추천한 야당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직자는 “김 상임위원의 보이콧 철회는 당과 전혀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야당도) 전반적으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김 상임위원이 “방통위가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부정적 SNS 활동에 정확한 진단과 적합한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며 “공동체의 집단우울 현상을 SNS가 악화시키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지적한 부분도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물론 세월호 사고 관련 소셜네트워크(SNS) 활동을 초중고 인터넷 윤리 학습 자료집에 교훈사례로 비중 높게 수록하고, 국가적 재난시 SNS를 통해 협동, 위로 등 공동체 정신의 확산에 공헌한 활동을 포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수록되어 있지만, 이는 사실상 SNS에 퍼지는 ‘괴담’을 잡아내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기본적인 주장과 결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당장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세월호 사건의 괴담을 잡아낸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언론보도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애먼 SNS를 타깃으로 삼아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김 상임위원의 발언은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김 상임위원의 발언이 야당과 사전교감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김 상임위원은 고 내정자의 정식 임명을 두고 의사일정 보이콧이라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너무나 쉽게 자신의 히든카드를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취재하며 속보경쟁과 오보로 점철된 대한민국 언론을 감싸고 애먼 SNS를 비난의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당초 족벌 수구신문과 종합편성채널 문제의 전문가로 여겨지며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김 상임위원이지만, 방통위 초반 그의 행보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