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제작현장을 바꾸다 – 예능의 표현을 넓히다

[김광집 칼럼] 생성형 AI, 제작현장을 바꾸다 – 예능의 표현을 넓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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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생성형 AI가 단순한 실험적 도구를 넘어 방송 제작현장의 실질적인 워크플로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에 방송기술저널에서는 김광집 칼럼을 통해 예능부터 영화‧드라마, 교양‧시사, 애니메이션까지 장르별 제작 최전선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기술적 도전과 혁신 사례를 생생히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걸음인 예능 편에서는 《신인감독 김연경》 등 실제 방송된 7개 프로그램 제작 사례를 통해 AI가 넓혀놓은 새로운 연출 기법과 작업 방식을 집중 분석합니다. 새로운 도구와 인간 창작자가 만나 써 내려가는 방송제작 환경의 역동적인 전환점을 이번 연재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방송기술저널=김광집 스튜디오메타케이 대표이사] 글과 이미지를 넘어 영상과 음악까지 만들어내는 생성형 AI가 콘텐츠 산업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콘텐츠 제작용 생성형 AI 시장이 2024년 148억 달러에서 2030년 80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방송 제작현장에서도 새로운 화면을 생성하고 촬영본을 변환하는 등 활용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의 가능성을 실제 프로그램의 완성도로 연결하는 일이 제작진의 과제가 되고 있다.

예능은 이러한 변화를 살펴보기 좋은 분야다. 실제 인물과 사건에 자막과 음악, 그래픽을 더해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 온 예능에 생성형 AI가 새로운 표현의 선택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메타케이가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에서도 장면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이루어졌다.

<신인감독 김연경> 시즌1 엔딩 장면. 실제 촬영한 단체 사진(좌). 같은 구도에 선수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구현한 AI 이미지(우).

《신인감독 김연경》 시즌 1에서는 인물 소개와 감정의 전달에 AI를 활용했다. 인물 이미지에 시각효과와 방송 그래픽을 결합해 개성을 강조하고, 프로그램의 흐름에 맞는 표현을 구성했다. 특히 엔딩에서는 실제 단체사진의 구도와 인물 배치를 기준으로 선수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재구성했다. 각자의 어린 시절 사진을 참고해 만든 인물 이미지를 같은 구도 안에 결합함으로써, 현재 함께 서 있는 선수들과 이들이 지나온 시간을 연결했다. 서로 다른 시기에 남은 자료가 하나의 장면으로 모이면서 팀의 이야기에 정서적인 깊이를 더한 사례다. 시즌 1에 이어 현재 시즌 2에서도 AI 영상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상남자의 여행법> 시즌1. 지도 3D 데이터를 생성형 AI로 재해석한 구마모토 공항과 구마모토성

《상남자의 여행법》 시즌 1에서는 공간을 보여주는 시점을 확장했다. 장소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거리 이미지와 출연자 촬영본을 참고해, 시점을 높여 바라보는 장면을 구성했다. 현장에서 확보한 자료를 새로운 구도로 재구성해 여행지의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인물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앞뒤 촬영본과의 연결이다. 같은 장소로 보이는지, 인물의 외형과 의상이 유지되는지, 빛과 시간대가 자연스러운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공간을 자유롭게 생성할 수 있어도 방송 안에서는 실제 여행의 흐름에 맞는 화면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촬영본 기반의 CG효과(좌). 전통화를 기반으로 디자인된 캐릭터(중). 프로그램 성격을 표현한 장면(우)

《2025 KBS 연예대상》에서는 기존 촬영본에 폭죽 효과와 캐릭터를 결합하고, 전통화에 기반한 호랑이 캐릭터를 디자인해 후보 프로그램 소개에 활용했다. 프로그램별 특성을 캐릭터의 행동과 장면으로 표현하면서, 서로 다른 작품을 시상식의 일관된 분위기 안에서 연결했다. 촬영본의 보완과 캐릭터 디자인, 프로그램 소개가 함께 이루어진 사례다.

<돌싱글즈> 시즌7. 출연자의 성격을 표현한 2D 애니메이션, 출연자를 캐릭터화한 피규어 이미지.

《돌싱글즈7》에서는 출연자의 성격과 매력을 2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외형적 특징을 반영한 피규어 이미지로 두 사람의 이야기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실사 속 인물을 다른 시각적 형식으로 옮기면서도 누구의 이야기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특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돌싱글즈> 시즌7. 스튜디오메타케이의 AI 버추얼 아티스트 ‘수비’가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방송 화면(좌). AI 버추얼 아티스트 ‘이아’가 가창한 OST ‘Clover’의 음원 서비스 및 뮤직비디오 화면(우).

또한 버추얼 아티스트 ‘수비’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방송 홍보 영상에 등장하고, ‘이아’가 가창한 OST 《Clover》와 뮤직비디오가 제작됐다. 본편에서 형성된 분위기를 음악과 연계 영상으로 이어가며, 시청자와 만나는 접점을 넓힌 것이다.

<집 나가면 개호강> 인서트 장면

《집 나가면 개호강》처럼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등장하는 예능에서도 AI 기반 영상 표현이 활용됐다. 인물의 관계와 반려동물의 행동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만큼, 프로그램 고유의 친근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표현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입 베트남> 오프닝 시퀀스

여행 예능인 《한입 베트남》에서는 음식과 출연자, 여행지의 이미지를 콜라주 형식으로 구성하고 움직임을 더해 타이틀을 제작했다. 짧은 시간에 프로그램의 소재와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이미지를 하나의 시각적 스타일로 연결했다. 생성한 이미지의 완성도와 함께 디자인과 편집이 프로그램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작업이다.

《잘 빠지는 연애》 출연자의 사진을 바탕으로 체중 감량 후의 모습을 상상해 시각화한 이미지.

《잘 빠지는 연애》에서는 출연자의 실제 사진을 바탕으로 체중 감량 후의 모습을 상상한 이미지를 제작했다.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해 도전의 동기를 부여하는 연출이다. 현재의 인물을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을 유지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실제 감량 결과를 보장하는 예측이 아니라, 출연자가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미지다. 과거의 모습을 재구성한 《신인감독 김연경》과 함께 보면, AI가 현재 촬영된 인물을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표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AI의 활용 형태는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제작의 출발점은 장면의 목적을 정하는 데 있다. 출연자를 소개할 것인지, 공간을 설명할 것인지, 감정을 강조할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자료와 표현 방식이 달라진다. 제작진과 AI 아티스트가 구도와 분위기, 움직임을 함께 검토하고 이를 시안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생성된 결과는 합성과 편집, 색보정, 해상도 보완 등을 거쳐 촬영본과 연결된다. 생성과 검토, 수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각 단계의 판단이 최종 화면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방송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 작업도 중요하다. 한 장의 이미지에서는 적절했던 인물과 배경이 영상으로 이어지면서 달라질 수 있고, 얼굴과 손, 의상과 글자의 형태가 어긋날 수도 있다. 오류들을 바로잡고 촬영본과 색감을 맞추는 작업은 이러한 차이를 줄이는 과정이다. 제작 효율 역시 생성 속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추가 촬영이나 별도 그래픽 제작의 필요성, 반복 생성과 최종 보정에 드는 작업량을 함께 살펴야 한다. 제작 의도가 구체적으로 공유될수록 수정의 방향도 명확해진다.

예능에서 생성형 AI의 가치는 웃음과 감정, 정보를 전달할 표현의 폭을 넓히는 데 있다. 인물을 캐릭터로 풀어내고, 지나온 시간과 변화한 모습을 시각화하며, 여행지와 시상식의 분위기를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은 모두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위한 선택이다. 표현의 도구가 다양해질수록 제작진에게는 그 장면이 왜 필요하며 시청자에게 무엇을 전달하는지 판단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 기술의 가능성을 방송의 언어로 바꾸는 일은 결국 기획과 연출, 그리고 이를 끝까지 완성하는 제작 과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