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공룡’ 네이버
지난해 네이버의 연간 매출은 23.6% 증가한 4조226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영업이익은 1조1,020억 원, 순이익은 7,672억 원을 기록했다. 그중 광고 매출은 3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에만 8,219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광고 매출은 4분기 전체 매출의 약 75.8%로 사상 처음으로 분기당 광고 매출 8,000억 원을 돌파했다. 광고 업계에선 4분기 광고 매출을 견주어 볼 때 지난해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약 3조 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만 8,000억 원을 넘겼다”며 “쇼핑 검색 광고 도입, 네이버TV를 통한 동영상 광고, 지속적인 모바일 트래픽 확대, 라인을 통한 해외 광고 매출 확대 등으로 올해도 네이버 광고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광고 매출은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지난해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은 KBS 약 4,020억 원 MBC 약 5,000억 원 SBS 약 3,370억 원으로 총 1조2,300억 원가량이다. 네이버 매출 약 3조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네이버는 이미 4년 전 광고 매출에서 지상파를 앞섰다. 2013년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1조6,754억 원으로 지상파 3사의 총 광고 매출 1조6,600억 원을 앞질렀으며 이후 지상파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와 검색, 포털, 콘텐츠 제공 등을 한꺼번에 섞어서 제공하는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드문데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번역 등 기술과 콘텐츠 분야에 5년간 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며 “네이버가 계획하고 있는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을 때 업계에 가져올 광고와 콘텐츠 등등이 어느 정도로 성장할지 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물간 왕년의 ‘지상파’…비대칭 규제는 이중고일 뿐
이처럼 네이버와 지상파의 광고 매출만 비교해 봐도 이제 더 이상 ‘방송’이 그리고 ‘TV’가 주 매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공개한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만 보더라도 미디어 이용자들의 TV 시청 시간은 줄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늘고 있다. TV 이용 시간은 지난 2012년 3시간 3분에서 2016년 2시간 46분으로 최근 5년 동안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같은 기간 1시간 7분에서 1시간 22분으로 늘었다. KISDI 측은 “시간 점유율 측면에서 스마트폰 이용 시간 증가가 TV 시청 시간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곧 지상파 방송사의 경쟁자가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과 같은 방송 사업자가 아니라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포털 서비스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이 같은 이유로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현숙 세명대 교수는 “2013년부터 네이버가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 합을 추월하고 있는데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대한 제재나 규제는 거의 없다”며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새로 나온 매체들은 훨훨 날고 있는데 기존의 매체 즉 방송은 비대칭 규제 때문에 공정한 경쟁조차 해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그중에서도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히만 비교해도 방송 광고의 경우 형식‧양‧내용‧판매 등 모든 부분에서 강한 규제를 적용받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 광고는 내용적인 부분에서만 약하게 규제를 받을 뿐 형식이나 양적, 판매 규제에선 그 어떤 규제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현재 경쟁 상황과 광고 규제가 불일치한다”며 국내 방송 시장의 모호한 체계를 꼬집었다. 이 전문위원은 “최근 지상파 경영 위기를 두고 이쪽저쪽에서 혁신과 변화를 언급하는데 기본적으로 혁신을 하기 위해선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칸막이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변화를 하고 혁신을 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믿음 고려대 연구교수는 나아가 다른 매체보다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지상파에 안정적인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지상파의 사회적 역할과 공적 책무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수행하고 누릴 힘이나 자격 즉 안정적 재원을 확보할 방법이 오히려 제한되고 있다”며 의무만큼의 권리가 추가로 더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의 영향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공공의 영역이 위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책무를 지어줬다면 이를 시행할 수 있는 권리, 예를 들어 광고 규제 완화 등을 준 다음에 공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 관리 감독하는 것이 선순환적 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 정책은 지상파의 차별성을 고려하지 않고 방송 나아가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를 동급의 경쟁자로 두고 있다.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왜냐하면 지상파는 더 이상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지상파는 종편, 케이블, 네이버, 카카오 등의 사업자와 경쟁을 해야 하지만 공공성과 공정성이라는 별도의 공적 책무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이중고의 사업자일 뿐이다.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올해도 공염불?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중간 광고다. 중간 광고(commercial break)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도중에 광고를 방송하는 제도로 상업 방송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발달했다. 프로그램 도중에 광고가 방송되고, 광고가 끝나면 프로그램이 이어지는데 보통 시청자가 방송에 몰입돼 있는 상태에서 광고를 내보내므로 회피할 겨를도 없이 반강제적으로 노출돼 광고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종편이나 케이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가 바로 그것이다.
중간 광고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광고 행태로 미국과 일본, 호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에서 전면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간 광고의 빈도 및 지속 시간 등을 개별 방송국의 자율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도 중간 광고의 양과 빈도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뉴스의 경우 뉴스와 광고가 확연하게 차별되도록 방송협회에서 요구하는 자율 규제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중간 광고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에선 중간 광고를 할 수 없다. 물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종편을 비롯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위성방송 등에는 중간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는 몇 년 전부터 중간 광고 허용을 주장해오고 있지만 종편을 필두로 한 유료방송 업계의 반대로 중간 광고 허용 논의는 매번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업무 보고 자리에서 “광고총량제 이후 방송 광고 시장을 분석하고 시청자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종합해 중간 광고를 포함한 광고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을 언급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3기 방통위 상임위원의 남은 임기와 4기 방통위 출범 등을 고려한다면 한낱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이제 그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광고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과도한 간접광고(PPL)로 논란이 일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네티즌 댓글을 보면 ‘작품성을 올리기 위한 선택이니 더 노골적이어도 참을 만하다.’, ‘몇 년째 늘지 않는 제작비 채우려고 PD랑 작가들이 PPL 선정하는데 아예 하루를 뺀다는 거 알 사람은 다 안다.’, ‘제작비 부족으로 어설프게 만들어서 퀄리티 떨어지느니 차라리 홍보 좀 해주고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 만드는 게 낫다.’ 등의 의견이 적지 않다.
또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가 실시한 ‘지상파방송의 중간 광고 실시와 시청자 인식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8개 지역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성인 남녀(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지상파 중간 광고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약 35:65로 나타났다. 또 중간 광고의 수익이 어린이, 교양,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공익적인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진다면 중간 광고 도입에 찬성하겠다는 비율은 57.2%로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선 광고로 발생하는 시청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홍 교수는 “여전히 반대가 많지만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과거 시청자 인식 조사에서 거의 90% 이상 반대하던 것과 비교해 지상파 중간 광고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 광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이런 글을 덧붙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는 그만했으면 해서다. 더 이상 시장 지배적 사업자도 아닌 지상파 견제에 힘을 빼지 말고, 이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정책은 무엇이며, 어떤 정책이 미디어 시장 전체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