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HOW는 없고 알고리즘만 존재하는 기술

[기고] KNOW-HOW는 없고 알고리즘만 존재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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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진신우 SBS 미디어IT팀 부장] 요즘 교육계에서는 초등학생들까지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코딩 능력은 방송기술 신입사원 선발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방송기술의 영역은 확장을 거듭하여 과거 베이스밴드 장비만으로 구성되던 것들이 IT 전반으로 넓혀가고 있다. 기존의 베이스밴드 방송기술만을 다루던 엔지니어들은 IT를 어려워하고, 그 사이 방송국 인프라는 IT가 만능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시니어의 노하우는 평가절하되고, 주니어의 알고리즘만 인정해주는 문화가 번져가고 있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IT 능력만을 인적 평가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편향된 기준으로 선발된 기술 인력들이 과연 방송 인프라에 쓰인 IT를 얼마나 습득하고 내재화에 성공했는지 묻고 싶다. 비유하자면, 버스 회사에 낡은 버스가 많아서 자체 정비 인력을 늘리고, 수리 기술을 키워 왔는데, 정작 수리하려니 자체 해결은 안 되고 전부 외부 업체에서 수리하더라는 것이다.

우리가 백만 원짜리 TV를 구입할 때는 몇천 원이라도 싸게 구입하기 위해서 일주일 넘게 가격 비교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지만,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돈에 대한 감각이 둔해져서인지 옵션 몇백만 원은 그냥 쉽게 결정하고 만다. 방송 인프라 구축이나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인 개념의 방송 장비에는 그렇게 인색하기 짝이 없다. 구입부터 유지 보수까지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구입하고 제대로 된 유지 보수 계약도 없이 사용하다가 폐기하고 있다. 그에 반해 IT 이름을 걸고 도입된 방송 장비는 제조사의 기본 워런티로 연간 유지 보수 계약을 통해서 꼬박꼬박 관리받다가, 제조사의 EOS 선언과 함께 즉시 폐기되고, 신품으로 교체되어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된다. IT 장비는 통합 유지 보수 개념으로 묶여 연간 수십억 원의 비용이 지불되더라도 쉽게 결재 라인을 통과한다. 결재자들은 디테일을 모르니 IT라는 단어만 나오면 경외하며 결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본인은 입사해서 방송기술직에 종사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항상 현업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대규모 방송 시설 구축이 있을 때마다 겸직으로 참여하여 소위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엔지니어가 되었다. 이제 인프라 깊숙이 있는 시한폭탄이 보이기 시작한다. Window XP 시절에 만든 데이터베이스, 현재 워크플로와 전혀 맞지 않는 테이블과 자료 구조. 제한된 방법으로만 연결되는 미디어의 흐름. 방송국 미디어는 바늘구멍을 통해서 공유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IT 잘하는 신입, 경력들을 그렇게 뽑아 댔으니, 그들에게 해결 방법을 기대어 봐야 하는 것인가? 그들이 과연 누더기가 되어 버린 CMS에 손을 써서 스트리밍 시대에 부합하는 참신한 물건을 내놓을 수 있을까?

낡은 방송기술 인프라를 완전히 뜯어 고쳐 미래 기술에 대비하는 프로젝트는 보도국도, 사장도 아닌, 방송기술인에 의해서 시작하고 끝맺어야 한다. 방송기술은 여전히 선배들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방송 인프라는 한순간에 변화하고, 순식간에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은 과거로부터 진화하기 때문이다. 방송기술 신입 또는 경력 사원을 선발할 때 IT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단순히 노후 시설 유지 보수만을 위한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현재 구축된 방송 인프라를 충분히 이해하고 방송기술 미래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시야를 가지기 위해서일 것이다. 오랜 노하우와 새로운 알고리즘이 조화를 이루는 방송기술 문화를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