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 쇼케이스로서 도쿄올림픽, 그 성과는?

[기고] ICT 기술 쇼케이스로서 도쿄올림픽, 그 성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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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10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최홍규 EBS 정책기획부 연구위원/미디어학 박사] 우려가 컸지만 결국 개최된 ‘비대면 올림픽’
도쿄올림픽이 시작될 무렵 사람들은 코로나에 지쳐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의 확산으로 사람들은 올림픽에 열광할 기분도, 그럴 상황도 안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막상 올림픽이 개막되고 나니 사람과 접촉하지 않으면서 즐길 거리가 필요했던 사람들은 TV 앞으로 앉고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렸다.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비록 경기장에는 관중이 없는 상태로 경기를 치렀지만, 도쿄올림픽 경기들은 생각보다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통쾌하게 활시위를 당기는 선수에게 열광하고, 부상 투혼에도 열정을 쏟아내는 ‘연경신’에게 반했으며, 근대5종이라는 우리에게 생소한 종목에서 메달을 딴 소년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느꼈다. 이처럼 올림픽 경기를 미디어로 소비하는 시청자로서 이번 올림픽이 실패한 올림픽이 아닌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 새로운 ICT 기술을 선보이는 쇼케이스로서 올림픽은 어떠했을까?

아이폰의 도쿄올림픽 공식 애플리케이션 스크린샷
https://apps.apple.com/us/app/olympics/id808794344

올림픽은 단순히 운동경기를 치러 순위를 매기고 기록을 다투는 행사로서만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무려 206개국이 참여하는 전 세계 축제의 장이 올림픽인 만큼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수많은 후원 기업들이 참여하여 전 세계 산업의 새로운 활력을 주기도 하는 행사가 올림픽이다.

특히,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올림픽은 ICT 기술의 경연장으로서 역할도 크다. 4년마다 진보한 ICT 기술을 올림픽 경기를 지켜보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행사이니 ICT 서비스 소비자들은 매번 올림픽에서 어떠한 ICT 서비스가 소개될까 은근한 기대도 있다. 평창올림픽의 밤하늘에 그려진 드론 오륜기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다.

도쿄올림픽이 비대면으로 치러졌고 초정밀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개최되기에, ICT 소비자로서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필자도 ICT 소비자의 관점에서, 과연 도쿄올림픽은 평창의 드론 오륜기를 뛰어넘어 어떠한 감동적인 기술을 보여줄지 기대했다. 그래서 개막식과 폐막식을 모두 챙겨봤다. 혹여 경기장에서 ICT 기술이 접목된 혁신적인 서비스가 소개되는지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ICT 소비자로서는 기대하고 싶었던 올림픽
그렇게 기대하고 살펴본 올림픽, 경기장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된 로봇이 눈에 띄었다. ‘미라이토와’라는 로봇인데, 일본이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므로 당연히 더 눈길을 끌었다. 미라이토와는 머리에 카메라가 있어 접근하는 사람을 인식하면 눈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달라지고, 관절이 유연하여 운동성능이 확보되며, 감각 정보가 공유된다고도 한다.

도쿄올림픽 마스코트 ‘미라이토와’ 로봇 https://global.toyota/jp/newsroom/corporate/28713215.html

그런데 사실 이 정도의 로봇기술이 과연 첨단 ICT 기술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한 조각의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 소개된 다른 로봇들의 면면도 살펴보았다. 눈에 띄는 로봇의 형태들이 있지만 그중 하나로 ‘필드 서포트 로봇(Field Support Robot)’이 보였다. 말 그대로 올림픽 경기장에서 직원을 안내하거나 장애물을 치우고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즉, 올림픽 경기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줄여주고 사람이 하기 귀찮은 일을 도와주는 로봇이다.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서 소개된 필드 서포트 로봇 사례
https://olympics.com/tokyo-2020/en/games/vision-innovation

이 외에도 인간이 짐을 드는 것을 도와주는 로봇이나 통신을 지원하는 로봇, 인간의 활동을 지원하는 로봇, 배달을 지원하는 로봇까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선보였던 로봇의 종류는 다양했다. 도요타(TOYOTA)도 참여한 ‘도쿄 2020 로봇 프로젝트’를 통해 도쿄올림픽이 다양한 로봇을 소개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로봇들에 ICT 기술이 어느 정도 접목되었는지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가 있었는지 찾아보았다. NTT(Nippon Telegraph and Telephone Corporation)가 소개한 5G 시스템이 눈에 띄었는데 이른바 ‘초광각 영상 합성 기술(Ultra-Wide Image Synthesis Technology)’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NTT에 따르면, 4K급을 구현하는 카메라 4대가 장착된 드론과 보트가 초광각 영상을 촬영하고 이것을 와이드 화면에 표현한다고 한다.

초광각 영상 합성 기술을 활용한 NTT 와이드 스크린 사례 https://www.youtube.com/watch?v=4cJYUK0KB2s&list=TLGGTZS668fZE54xNTA5MjAyMQ

초광각 영상 합성 기술을 통해, 요트경기처럼 넓은 바다에서 치러지는 경기를 한눈에 시청할 수 있다. 5G, 드론, 4K 등의 기술이 조합되어 초광각의 영상들이 서로 합성되므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ICT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도쿄올림픽 ‘5G 프로젝트(5G PROJECT)’ 중 하나의 서비스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도쿄올림픽에서 소개된 5G 프로젝트는 5G와 AR, 혹은 5G와 멀티라이브 방송(Multi-live broadcast)이 접목된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 증강현실이 접목된 수영경기 시청서비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골프경기 시청서비스 같은 형태로 말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무엇이 남았을까?
그런데, 이번 도쿄올림픽을 시청한 시청자들은 ‘로봇 프로젝트’나 ‘5G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된 ICT 서비스에 대해 강인한 인상이 남았을까?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 대부분 올림픽 시청자들이 이러한 ICT 서비스를 체감하는 장면은 개회식이나 폐회식인데 이러한 행사들에서 크게 이슈화된 ICT 기술이나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올림픽이 비대면으로 치러져 우려가 큰 올림픽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ICT 기술 영역에서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올림픽이었다. 아직도 올림픽이라면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청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방영권을 소유한 전 세계 방송사 사례
https://stillmed.olympics.com/media/Documents/Olympic-Movement/Partners/IOC-Marketing-Media-Guide.pdf

그런데도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ICT 기술이 접목된 기존보다 혁신적인 방송 서비스가 제공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도쿄올림픽이 앞세운 기술이 로봇과 5G였는데, 시청자들이 ‘로봇’과 ‘5G’라는 단어를 기억할만한 장면이 머리에 떠올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평창의 드론 오륜기를 떠올렸던 ICT 서비스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는 그 무엇이 도쿄올림픽에 있었는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그보다는 우리 선수들의 멋진 활약만이, 그로 인해서 코로나19로 지루했던 우리의 일상이 조금이나마 활기찼던 그 기억만이 남지 않았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