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3년 4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한영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연구위원 / 언론학 박사] 지난 <방송과기술> 3월호에서는 뜨거운 관심과 논란으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선 ChatGPT를 살펴보았다. 현시점에서 ChatGPT의 등장과 활용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괄적 차원에서 개념, 평가, 능력, 역기능을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나아가 실용적 측면에서 방송미디어 분야에 ChatGPT가 도입될 경우,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현실적인 변화를 나열해보았다. 지난 논의에 이어, 이번 4월호에서는 생성형 AI GPT에 관한 관심을 실증적으로 살펴보고, 미디어 분야에서 GPT의 도입 사례를 탐색해보고자 한다.
GPT를 향한 대중적 관심과 확산
ChatGPT로 집중된 관심은 ICT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확산하며 GPT에 대한 기대를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종 언론매체는 물론이고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 인플루언서, 그리고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칼럼, 소셜미디어의 포스팅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ChatGPT의 사용 방법과 후기처럼 신규 서비스의 조작 방법을 설명하고 사용 경험을 공유하거나, 주요 IT 기업의 GPT 개발 동향을 정리하고 기술과 서비스 비교를 통해 시장을 전망하기도 한다. 또한 GPT 생성 능력을 소개하고 관련된 사례를 덧붙이며 기술적 진보와 산업 적용에 대한 고찰을 담거나, 산업과 시장의 활성화와 이용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 등 실용화 측면에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 규제나 제도, 리터러시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기도 한다.
ChatGPT를 계기로 생성형 AI, GPT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 이제 막 4개월에 접어들었다. GPT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확산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의하면, ChatGPT 인기에 힘입어 챗봇(chatbot)이나 ChatGPT라는 키워드로 다운로드를 받은 모바일 앱이 세계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올해 1월 1일을 기점으로 10일 동안 ChatGPT의 다운로드는 무려 3,771회로 집계되었다. 이렇듯 GPT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새로운 비즈니스로 연결할 기회를 모색하며 산업적 이슈로 크게 주목받게 되었다.
GPT를 향한 관심의 실체와 키워드 검색 추이
실제로 GPT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GPT’라는 키워드가 구글(Google)에서 얼마나 검색되었는지 지난 1년간의 추이를 바탕으로 대중적 관심 수준을 살펴보았다. 여기에 ‘ChatGPT’와 ‘AI’를 키워드로 추가해서 특이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먼저 글로벌 검색 추이에서 GPT, ChatGPT, AI는 서로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특히 ChatGPT가 공개되었던 지난해 11월 30일을 기점으로 3가지 키워드의 검색량이 모두 상승하였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AI는 ChatGPT가 등장하기 전부터 일정한 수준으로 검색이 지속되었는데, 이는 AI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계속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 ChatGPT 공개 시점을 기준으로 GPT와 ChatGPT에 대한 검색이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우상향 추세로 동반 상승을 보인다. 이는 단시간에 형성된 대중의 관심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AI도 ChatGPT 공개일을 기준으로 상승을 보였고 이후 GPT와 ChatGPT의 추세와 함께 이전보다 상승하며 대중적 관심이 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글로벌 검색 추세를 보면, ChatGPT가 GPT와 AI보다 조금 더 검색량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ChatGPT는 대용량 언어에 특화된 모델로써 AI와 GPT의 하위 영역에 해당하지만, 검색량에서는 조금 더 앞서 있었다. 즉 세계적 관심에서 ChatGPT는 GPT와 AI보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내 검색 추이는 글로벌 추세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키워드 검색 추세가 글로벌 추세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지만, 현재 국내 검색 추세에서 GPT의 검색량이 ChatGPT와 AI보다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국내에서는 세부 영역인 ChatGPT보다 그 상위 영역인 GPT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
세부적으로 3가지 키워드의 검색 비중을 국가별로 살펴보고 비교해보기 위해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였던 2022년 11월 30일부터 2023년 3월 15일까지(현재) 검색 기간을 재설정해서 약 3개월 반 동안 각국에서 검색한 키워드의 비중을 종합해서 살펴보았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스페인, 멕시코 등에서 GPT 검색 비중이 ChatGPT와 AI보다 더 많았는데, 콜롬비아, 에콰도르, 스페인은 GPT 검색이 다른 키워드보다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포르투갈 등에서는 GPT와 AI보다 ChatGPT 검색 비중이 더 컸다. ChatGPT 검색에서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4개국은 50% 이상의 비중을 보였고 중국의 경우 70% 이상으로 상당히 높았다. 베트남, 이탈리아, 루마니아, 일본, 태국 등 5개국에서는 AI 검색이 50% 이상으로 GPT나 ChatGPT보다 비중이 더 컸다. 중국은 ChatGPT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일본은 AI에 대한 관심이 전체 구성에서 과반의 비중으로 GPT나 ChatGPT보다 높았다.
국내의 경우, 1년의 추세 분석에서 최근에 GPT 관심이 상승했으나, 상승 구간만 종합해보면 3가지 키워드가 GPT 34%, ChatGPT 27%, AI 39%로 AI가 가장 많았고 GPT, ChatGPT의 순서로 비슷한 수준에서 차이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GPT 22%, ChatGPT 37%, AI 41%로 AI가 가장 많았고 ChatGPT, GPT의 순서로 차이를 보였다. 괄목할 점은 중국에서 ChatGPT의 관심이 상당히 높았는데, OpenAI를 비롯한 미국 태생의 테크 기업들이 ChatGPT를 주도하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에 비해 중국은 ChatGPT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국가 전반에서 크게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4일, OpenAI는 GPT-3.5의 업그레이드 버전 GPT-4를 출시하며 ChatGPT Plus를 선보였다. GPT-4는 이전의 GPT-3.5보다 훨씬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그동안 ChatGPT 이용에서 지적받았던 신뢰성 문제가 크게 개선되며 더 정교해졌다. 특히 GPT-4는 이용자의 대화와 요구 사항에서 미묘한 내용을 처리할 수 있고 허용되지 않는 내용을 요청할 경우 GPT-3.5보다 자연스러운 대처가 가능해졌다. ChatGPT가 빠른 속도로 기술적 맹점을 보완해서 성능을 향상하는 것을 보면, GPT 실용화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미디어 산업의 GPT 도입과 활용
미디어 산업에서는 GPT의 창조성을 기반으로 업무의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생태계 전반에서 생산, 유통, 소비 과정의 혁신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신속하게 생성할 수가 있다. 특히 교육, 광고,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GPT 도입과 활용을 예견하고 있다.
1) 교육 분야와 GPT
교육 분야에서는 GPT가 논문, 보고서, 시와 같은 글쓰기와 각종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겸비한 점을 감안하여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플립드 러닝은 학습자가 온라인 영상을 통해 선행 학습을 실행한 뒤, 그 내용을 오프라인 교실에서 교수자와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는 신개념 교육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학습자가 자가 학습을 통해 스스로 진도를 조절하며 개인 중심의 심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교사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GPT를 보조교사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된 바 있다.
실제로 OpenAI 공식 페이지에서는 듀오링고(Duolingo)와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사례를 통해 GPT-4가 탑재된 교육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언어학습 서비스 듀오링고는 GPT-4를 통해 개인화 수업, 영어 테스트, 대화 연습 등에서 이용자의 상황별 실수에 대해 피드백하고 시나리오를 이용한 대화 연습에서 맥락을 파악해서 유연한 대화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개선을 실행 중이다. 비영리 교육 서비스 칸 아카데미는 전 분야의 학교 교육 범주를 포함해서 초, 중, 고교 수준의 4,000여 개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며 미국의 2만여 개 학급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된다. GPT-4가 자유 형식의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칸 아카데미는 GPT-4를 바탕으로 학생을 위한 가상 튜터와 교사를 위한 AI 교실 도우미 칸미고(Khanmigo)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파일럿 프로그램은 제한된 인원만 참여할 수 있다.
2) 광고 분야와 GPT
광고 분야에서는 GPT가 새로운 콘텐츠, 이미지, 프로그램을 생성하기 때문에 콘텐츠 창작 과정에서 소요되는 노동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광고는 목표 대상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해서 소비 행동으로 연결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광고 분야에서는 반복적 학습으로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심사를 빠르게 파악하여 밀도 높은 개인화 콘텐츠를 생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배우이자 민트 모바일(Mint Mobile)의 대표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가 ChatGPT를 이용해서 광고 대본을 작성한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ChatGPT에 “라이언 레이놀즈 말투로 민트 모바일 광고 대본을 작성해줘”, “민트 모바일의 홀리데이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라고 농담과 욕설을 사용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줘”라고 요청했는데, ChatGPT가 레이놀즈의 요청을 완벽하게 담아내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3) 메타버스와 GPT
가상 경제의 핵심인 메타버스에서 GPT는 대화형 AI를 통해 이용자에게 적합한 가상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 과거의 현실 세계와 단절되었던 가상 공간과 다르게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태를 지향하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현장감을 줄 수 있는 ChatGPT와 같은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적합하다. 또한 메타버스는 공간 구성, 내부 아키텍처, 아바타, 스토리라인 등 각각의 콘텐츠 요소의 섬세한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메타버스에서 생성형 AI GPT는 이용자 니즈에 맞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줄 것이다. 실제로 AI 기반의 캐릭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월드 AI(Inworld AI)는 GPT-3를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인월드 AI의 AI 캐릭터는 크리에이터가 성격을 설명하고 목표, 동기, 말투, 기억, 목소리 등 행동 요소와 인지 요소를 조정해서 차별화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4) 방송 분야와 GPT
그렇다면, GPT 활용은 방송 분야에서 불가능할까? 미국 미디어 기업 퓨튜리(Futuri)는 세계 최초로 지역 라디오 GPT 플랫폼 ‘RadioGPT’를 선보였다. RadioGPT는 인터넷상의 수많은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서 이를 바탕으로 라디오 방송 대본을 자동으로 생성한 후, AI DJ 보이스로 방송을 진행하는 형태이다. 이전에 방송 분야에 도입된 AI는 유명인의 목소리를 딥러닝해서 제작진이 작성한 원고를 AI 보이스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RadioGPT는 라디오 방송을 위한 사전 자료 조사부터 대본 구성과 작성, 방송 진행까지 AI 스스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제작 과정 전반에서 활용된다.
또한 인기 콘텐츠의 IP를 활용해서 GPT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생성해낼 수 있다. 기존에는 제작된 콘텐츠를 클립 단위로 분절하고 짧은 영상의 숏폼이나 원본 콘텐츠와 연계된 파생 콘텐츠로 재가공해서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제작진 또는 전담 인력이 재편집과 재가공을 직접 실행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GPT는 원본 콘텐츠에서 캐릭터 설정이나 친숙한 장면처럼 상징적인 모티브는 활용하지만, 영상의 구성과 표현이 이전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낸다. 미국의 90년대 인기 시트콤 ‘사인펠드(Seinfeld)’가 GPT를 통해 픽셀화 캐릭터와 디지털 음성의 ‘낫씽포에버(Nothing, Forever)’로 창작되었다. 낫씽포레버는 트위체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다.
마치며
오늘날, 디지털 기반의 지식 산업에서 창작은 온전히 인간의 능력으로만 실행할 수 있고 다른 인간과 구별되는 가치 있는 영역으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그 불가침의 영역은 AI의 등장으로 큰 혼란을 겪었고 이제는 GPT로 인해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기존의 AI 기능은 데이터 수집, 분류, 분석과 같은 기능적 편의성으로 인간의 행위를 보완하며 생산력을 향상했다. 그러나 GPT는 자가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와 맥락을 처리하며 답변을 생성하는 트랜스포머 기술로써 새로운 디지털 이미지, 영상, 음성, 텍스트, 프로그램 코드 등을 창작할 수 있다. 따라서 GPT는 여러 산업 분야에 접목되어 실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시장 전반에 형성된 GPT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기대보다는 실증적 차원에서 현상을 파악하고 분야별로 특징에 맞게 GPT 도입과 활용을 구체화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탐색적이지만, 구글의 검색 추이를 통해 GPT에 대한 국・내외 관심 수준을 구체화해보았다. 또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미디어 산업에서 GPT의 도입과 활용이 실용적인 서비스로 구현될 수 있을지 파악해보았다.
아직 GPT는 산업 분야에 적용해서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는 목적보다 특정 사업자와 협력 방식으로 기술 개발과 고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제 막 초읽기에 들어간 GPT가 과연 어떤 산업과 높은 적합도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로 회자되는 AI의 등장처럼 GPT 등장은 훗날 대중들에게 AI가 인간의 지식수준을 따라잡기 시작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미디어 산업에서 GPT 도입과 활용은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 맹목적으로 기술 트렌드로써 GPT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GPT 반영이 자사의 경쟁력과 자산 가치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분석하고 도입 목표와 활용 계획을 설정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Futuri Media 공식 페이지.
• OpenAI 공식 페이지.
• PwC Korea(2023. 3). ChatGPT, 기회인가 위협인가: ChatGPT 이해와 영향 분석.
• statista (2023. 2. 21). Global downloads of apps using keywords “chatnot” and “chatGPT”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