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가 던진 지금의 AI와 혁신

[기고] ChatGPT가 던진 지금의 AI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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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한영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연구위원/언론학 박사] 신기술 도입과 활용은 시대적 변화와 요구를 가장 혁신적으로 반영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가시적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산업 내 이목을 집중시킬 뿐만 아니라, 여러 경쟁자 사이에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제 신기술 도입과 활용은 산업의 분야별 경계를 넘어 유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융합 환경을 지향하며 선택의 문제를 넘어 보편적인 수용 단계에 이르렀다. 해마다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 가트너(Gartner)에서는 주목해야 할 기술 트렌드를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AI(Artificial Intelligent)는 미래의 핵심 기술로 빠지지 않고 소개된다. 주력 관점에 따라 표현 용어는 다르지만, AI가 기반 기술부터 응용 기술까지 광범위한 범위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 간의 긴밀한 연동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AI 도입과 활용은 산업의 자동화나 효율성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새로운 가치관이 담겨 대중에게 전달되기에, 기술의 고도화가 거듭될수록 AI에 대한 관점은 도구적 수단에서 협업적 관계로 바라보고 사람과의 공존을 논하고 있다. AI는 실체가 없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스마트폰과 AI 스피커로 경험했던 AI 음성 비서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고객서비스를 통해 접했던 챗봇은 인간 고유의 신체, 지능, 특징, 능력 등을 바탕으로 구현된 것이기에, AI가 대중적 서비스와 결합할수록 인간에 준하는 인격, 정체성, 윤리와 같은 문제들이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최근 ChatGPT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 화두에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ChatGPT는 기존 AI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우수하고 자연스럽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OpenAI 홈페이지의 ChatGPT 접속페이지

ChatGPT와 싱귤래리티

최근 들어 미국의 오픈AI(OpenAI)가 공개한 ‘Chat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픈AI는 우리에게는 ‘테슬라(Tesla)’의 창업자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가 2015년에 설립한 인공지능 연구소이다. 오픈AI는 이윤 목적의 ‘오픈AI LP’와 비영리 단체 ‘오픈AI Inc’로 구성되었으며, 2016년 4월 강화학습 연구를 위한 ‘오픈AI 짐(OpenAI Gym)’이라는 퍼블릭 베타 플랫폼을 처음으로 출시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ChatGPT는 대화 중심 AI 서비스로 일상 대화에서 기술적 성장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글쓰기, 그림,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창작 능력을 선보이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ChatGPT의 등장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즉 특이점의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현재 ChatGPT에 집중된 관심은 AI 기술 수준에 대한 총체적인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기술적 발전에 따라 사회 전반에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다. 한편 부정적 측면에서는 커뮤니케이션, 감성, 창작 등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희소하고 우월한 가치라고 여겼으나 이를 AI가 구현하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인간의 영역이 기계로 대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그동안 인간과 기계 협업에서 과거에 인간은 기계를 주체적 입장에서 통제할 수 있었지만 싱귤래리티가 가까워질수록 AI는 인간과 동등한 위치로 상승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도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ChatGPT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기술적 관심에서만 비롯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ChatGPT 사용 설명

ChatGPT가 도대체 뭐길래?

지난해 11월 30일, 오픈AI가 선보인 ChatGPT는 GPT3.5 기반의 베타 서비스 버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이마케터(eMaketer)에 의하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기준으로 틱톡 나우(TikTok Now)가 9일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모으며 비교적 짧은 시일 안에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번에 ChatGPT는 서비스 출시 5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최단기간을 달성하였다. 도대체 ChatGPT가 뭐길래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가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되었을까?

서비스 출시 5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ChatGPT

ChatGPT는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대화하는 AI 서비스의 일종으로 일반적인 내용에서 학문적인 내용까지 다양한 질문에 답한다. ChatGPT는 TV 프로그램 대본, 블로그 게시물, 악보, 시에 이르기까지 창작 범주가 비교적 넓은 편이다. 개발사 오픈 AI는 과거 챗봇의 윤리적 문제가 논란이 되었던 점을 감안하여 ChatGPT에서는 부적절한 요청을 스스로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ChatGPT가 거짓을 그럴듯한 내용으로 답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잘못된 답변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현재 ChatGPT는 간단한 계정 등록으로 누구나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공식 블로그에서는 월간 20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ChatGPT Plus라는 유료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하는데, 이는 무료 서비스보다 응답시간, 새로운 기능, 개선 사항 등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ChatGPT에 대한 평가

이전에도 AI는 사용자와 대화하고, 기사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창작활동이 가능했다. 현재 ChatGPT에 대한 수많은 평가는 ‘AI 기술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더 능숙하게 구현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기존 평가들이 ‘AI 기술로 가능한가’에 주안점을 두고 AI 기술의 도입 부분에 주력했던 시기와 확연히 다르다. ChatGPT는 AI 활용 부분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관련 학계 전문가와 IT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ChatGPT 능력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I 구현 능력에 대한 찬사와 동시에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ChatGPT를 계기로 현재 AI 기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혼재되어 나타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ChatGPT의 등장이 ‘인터넷 발명’만큼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AI 기술 발전에서 현시점이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는 기존 AI가 읽고 쓰는 능력은 이미 갖추었지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한계점을 ChatGPT를 보완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였다. 특히 사무 업무에서 효율화를 가져올 것이며 보건·의료 분야와 교육 분야에서 가시적인 효과를 얻게 되리라 예측하였다. 한편, 지메일(Gmail) 창시자이자 공학자인 폴 부케이트(Paul Buchheit)는 1~2년 안에 구글(Google) 검색을 혼란에 빠뜨릴 맞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에 대해 구글의 전 임원이자 컴퓨터 과학자 스리드하르 라마스와미(Sridhar Ramaswamy)는 ChatGPT가 광고가 포함된 링크를 클릭하지 못하게 해서 구글 비즈니스 모델을 방해한다고 설명하였다.

ChatGPT 능력과 역기능

미국 CNN 비즈니스(CNN Business)에 의하면, ChatGPT는 미네소타 대학 4개 과정,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 경영대학원 등 미국 명문 대학의 법률 시험을 통과하며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시험 결과에서 높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시험을 통과할 만큼 똑똑한 지능을 지녔다는 점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처럼 ChatGPT 능력이 뛰어난 만큼, 사용자들이 ChatGPT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면서 논쟁거리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미국 컬럼비아에서는 판사가 사건 판결을 위해 ChatGPT를 활용한 것이 알려지며 많은 논란이 되었다. 이에 AI 거버넌스 전문가 쿠티에레즈(Gutierrez)는 판사가 직무적 책임감이 없고 윤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ChatGPT는 에세이, 이야기, 가사 등 창의적 부분에서 활용 능력이 우수하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 이메일 작성, 회계 업무 수행 등 업무 과정수행이나 학업에서 남몰래 ChatGPT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며 지금의 AI를 다시 논하고 있다. 비록 좋은 의도로 AI 도입해서 활용할지라도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거나, 기술 구현자와 사용자의 이해가 부족할 경우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딥러닝 기술로 구현된 AI 챗봇 이루다가 부적절한 대화(차별, 혐오, 성희롱 대화 등)를 학습해서 잘못된 인격을 형성한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기술 구현도 기술 사용도 모두 사람이 주도하며 대다수가 사람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AI는 기술, 서비스, 사용자를 서로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AI 기술을 만드는 사람과 AI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모두 AI에 대한 올바른 목적과 가치를 확립할 때, 본래 의도했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정 AI와 인간이 함께 협업해서 살아가려면 긍정과 부정의 관점을 모두 양립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역기능의 문제는 지속적인 관찰과 개선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ChatGPT와 방송미디어 혁신

방송미디어 분야에서 AI 도입과 활용은 과연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흔히 방송미디어 분야에서 AI 기술은 웨이브, 티빙과 같은 OTT 서비스에서 콘텐츠 큐레이션의 효율화를 위해 추천시스템에 적용해서 활용하고 있다. 반면, 기성 방송미디어는 AI 도입과 활용까지 개발, 인력, 유지·보수 등 비용과 직결된 문제들이 많아서 숙고의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AI 도입과 활용이 곧 혁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변화의 주기가 빨라진 시기에 태생부터 기술 위에 만들어진 신생 미디어는 단계적 변화가 필요한 기성 방송미디어보다 훨씬 앞서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 신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서로 다르기에, 시장에서는 출발선부터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현실적 측면에서 기성 방송미디어와 신생 미디어의 경쟁력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정부정책과 지원사업, 각종 내부 정책의 혁신으로 ChatGPT와 같은 AI 기술을 도입하여 활용할 기회가 생긴다면 기성 방송미디어는 어떠한 점이 달라질 수 있을까? 자연어 처리와 이해, 텍스트 생성, 데이터 추출과 분석으로 방송미디어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① 빠르고 정확한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인사이트, 트렌드, 패턴을 추출해서 불필요한 의사결정을 축소할 수 있고, 주요 내용만 빠르고 정확하게 요약·정리하여 콘텐츠 생산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스 콘텐츠의 경우, 다양한 정보를 수집-정리-관리-요약하며 뉴스 애그리게이터(News aggregator)기능으로 효율적인 생산을 실행할 수 있다.
② 웹사이트나 앱과 연동한 챗봇을 통해 시청자와 즉각적이고 개인화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③ 시청에 부적절하거나 유해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필터링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
④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위해 실시간 시청에서 여러 언어로 번역해서 제공할 수 있다. 제시한 사례는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내용을 소개했지만, 이외에도 AI는 다양한 방법으로 방송미디어 분야를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그동안 AI 서비스는 특정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에, 사용자가 만족하기 어려웠다. AI가 구현될 수 있도록 정해진 순서대로 질문을 하고 응답을 얻어내는 구조였다. ChatGPT의 경우는 달랐다. 이전의 AI보다 유연하게 사용자가 원하는 질문으로 그에 상응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방송미디어에서 ChatGPT와 같은 AI를 사용한다면 외적 측면에서는 편견, 부정확성, 윤리적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내적 측면에서는 콘텐츠 생산에서 세세한 작업과 전문성을 요구했던 단계를 AI가 대신하며 전문인력을 대체할 가능성도 크다. AI 알고리즘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거나 기존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미디어에서 AI를 활용할 경우, 윤리적, 사회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정확성, 투명성, 그리고 책임과 가치에 부합하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윤형준 (2023. 2. 11). 빌 게이츠 “챗GPT 같은 AI가 세상 바꾼다…인터넷 발명만큼 중대”. 이 코노미스트.
CBS News (2023. 2. 2). Colombian judge uses ChatGPT in ruling on child’s medical rights case.
CNN Business (2023. 1. 26). ChatGPT passes exams from law and business schools.
eMarketer (2022. 12. 12). ChatGPT is an internet sensation, and former Googlers are sounding the al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