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KOBA 2025 Daily News』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전성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실장 / 임중곤 UHD KOREA 사무총장]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본방송을 시작한 2세대 지상파 방송 표준인 ATSC 3.0은 북미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방송 표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작년 2024년 8월 SET Expo 2024에서는 SBTVD 포럼이 ‘브라질 TV 3.0 프로젝트’의 상업 브랜드로 ‘DTV+’를 발표하며 12개 채널 할당 계획을 밝혔고,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토바고는 ATSC 3.0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하고 2025년 12월 디지털 방송 개시를 목표로 하는 등 글로벌 확산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2025년 1월에는 북미 대형 방송사 Sinclair, Nexstar, Scripps는 기존 Bitpath, OTA Wireless를 통합한 EdgeBeam Wireless라는 합작 회사 설립을 발표하며 데이터캐스팅 서비스 성장을 가속화할 준비를 마쳤다. 또 NAB Show 2025에서는 FCC가 방송 신호를 활용한 PNT(Positioning, Navigation, Timing) 백업 솔루션인 BPS(Broadcast Positioning System) 기술을 GPS 단일 의존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민간용 보완 PNT 기술의 개발 및 활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ATSC 3.0 방송망이 단순한 방송기술을 넘어 다목적 공공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인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Direct-to-Mobile(D2M)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 중이다. 2024년 1월 19개 도시에서 실험방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최근 인도 Mumbai에서 열린 WAVE 2025 행사에서 스마트폰 제조사 HMD가 Saankhya Labs의 SL-3000 칩셋을 탑재한 ATSC 3.0 직접수신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ATSC 3.0 모바일 방송 확산이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본고에서는 ATSC 3.0 표준을 채택한 브라질과 미국의 추진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ATSC 3.0 방송 전환에 대해 함께 전망해 보고자 한다.
브라질 TV 3.0 기술 표준화 및 파일럿 구축 계획
2024년 7월, SBTVD 포럼은 TV 3.0 후보 기술 선정에 관한 상세한 연구 결과와 권고안을 브라질 통신부에 제출하였다. 이어 2024년 11월에는 통신부에 기술 표준 초안을 제출하였다. 통신부는 SBTVD 포럼이 제출한 자료를 평가하고, 브라질 대통령령(Brazilian Presidential Decree) No. 11.484/2023에 따라 구성된 실무 그룹에 참여한 모든 기관과 논의를 거친 후, 2024년 12월 대통령 승인 절차를 위해 평가 결과를 제출하였다.
향후 계획으로는, 브라질의 2세대 디지털 지상파 텔레비전(TV 3.0) 기술 표준을 공식 선정하는 새로운 대통령령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이 법령이 공표되면, SBTVD 포럼이 개발한 기술 표준 초안은 브라질 국가표준화기구(ABNT)의 공개 협의 및 공식 공표 절차를 거칠 예정이며, 최종 공표는 2025년 상반기 중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브라질 통신부와 국가통신청(Anatel)은 각 기관의 역할과 공공 정책, 주파수 관리 범위에 따라 TV 3.0 구현 및 운영을 지원하는 보완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TV 3.0 수신기의 시장 출시를 촉진하고 가속화하기 위해 브라질의 산업 정책도 조정될 계획이다.
한편, 브라질 정부는 700MHz 주파수 대역 경매로 확보된 잔여 자금의 일부를 활용하여 TV 3.0 송수신 시스템의 개발, 시험 및 검증을 가속화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TV 3.0 파일럿 방송국 설치가 포함되어 있으며, 상파울루(São Paulo)와 브라질리아(Brasília)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파일럿 방송국은 신호 송수신 및 시험을 위해 공동으로 사용되며, 새로운 기술 표준이 효율적이고 규정에 부합하도록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파울루에서는 2개의 6MHz 채널(174-180MHz 및 180-186MHz)을 이용해, 수평 및 수직 편파를 결합한 2×2 이중 편파 MIMO 구성으로 메인 및 지역 분할 송출 파일럿 방송국이 운영된다. 브라질리아에서는 6MHz 채널(204-210MHz)을 활용하여, 같은 방식의 2×
2 이중 편파 MIMO 구성을 사용하는 파일럿 방송국 1개가 설치된다. 온에어 신호 발사는 2025년 8월 상파울루에서 개최되는 SET Expo 2025에서 시연을 통해 개시될 예정이며, 시험 운용은 2026년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시험 완료 후, 파일럿 방송국은 공영 방송사에 인계되어 구축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TV 3.0으로의 기술 전환을 가속할 예정이다.
파일럿 방송국 구축과 병행하여, 수신기와 송신 시스템 간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기 위한 도구 개발에도 투자가 집중된다. 2025년 8월까지 프로토타입 기준 수신기가 개발될 예정이며, 2026년 9월까지는 상용 수신기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구현을 넘어, 공공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대화형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특별한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를 통해 브라질 정부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국민의 공공 정보 및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의 투명성과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TV 3.0을 브라질의 필수 디지털 정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포괄적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이 이니셔티브는 국가와 사회 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영 방송사를 위한 현대적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전체 국민과 공공 행정 부문 모두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브라질 정부가 남은 700MHz 경매 자금으로 지원하는 TV 3.0 파일럿 방송국 외에도, 상업 방송사들도 2025년 중 TV 3.0 기반 실험 방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TV Globo는 중심주파수 273MHz를 활용, 지난 4월 29일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Sumaré 송신소에서
DTV+ 실험방송 전파 발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ATSC 3.0 전환 현황
NAB 발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80개 시장에서 NextGen TV 방송이 활발히 송출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전체 TV 가구의 약 76.6%를 커버하는 수준이다. 103개의 호스트 방송국을 통해 총 437개의 NextGen TV 채널이 운영 중이며, 특히 주목할 점은 상위 20개 주요 시장 중 19개 시장에서 이미 방송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ATSC 공식 홈페이지에 발표된 지도에 따르면, 미국의 NextGen TV 서비스 현황은 [그림1]과 같으며, 주요 TV 제조사로는 삼성전자, SONY, TCL Hisense, RCA 등이 있으며, LG전자의 경우 현재 특허 소송 문제로 신규 모델 출시를 보류하고 있다. CTA의 2025년 1월 예측 자료에 따르면, NextGen TV 튜너를 탑재한 TV 출하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9년경에는 연간 전체 TV 출하량(약 4천만 대)의 약 7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TV의 평균 사용 기간이 약 6.5년임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수치로 판단된다.
ATSC 3.0으로의 전환을 논의할 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과거 DTV 전환은 의회와 FCC의 명령에 의해 의무적(Mandated)으로 진행되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ATSC 3.0 전환은 법적으로 자발적(Voluntary)인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자발적 전환 환경 속에서, 2023년 4월 NAB Show에서 FCC 제시카 로젠워슬(Jessica Rosenworcel) 의장은 ‘Future of TV (FOTV) Initiative’의 출범을 발표했다. 이는 FCC와 NAB가 협력하여 소비자들이 가능한 한 원활하게 ATSC 1.0에서 ATSC 3.0 기반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였다. 이 이니셔티브는 ATSC 3.0 전환 과정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기 위해 3개의 Working Group으로 나눠 운영하였고, 각 워킹 그룹은 2023년 6월부터 2024년 7월까지 FCC 담당자를 포함한 약 35~40명의 업계 전문가들이 월례 회의를 진행하며 주요 쟁점을 확인하고,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1년간의 논의 끝에, 2025년 1월 17일, FOTV 최종 보고서가 FCC에 제출되었다. 33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NextGen TV 전환과 관련된 방송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확인하며, 이후 NAB가 FCC에 제출한 규제 제안서(Petition for Rulemaking)의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FOTV 이니셔티브를 통해 도출된 핵심적 결론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ATSC 3.0으로의 전환을 가능한 한 신속히 완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전환 성과는 의미 있으나 100% 완료에 도달하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접어들었으며, 채널 공유 방식은 스펙트럼 제약으로 확장성에 한계가 있고, ATSC 1.0 서비스 유지가 새로운 3.0 서비스 및 기능 도입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수신기 보급률이 증가하고는 있으나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둘째, 현재의 자발적 전환 방식에서 의무적 전환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산업계와 정부는 협력하여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전환 완료를 가속화해야 하며, 저비용 Set-Top Box 보급 확대와 소비자 교육 강화가 필수적이다. FCC는 ATSC 1.0 서비스 종료 시점에 관한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고 충분한 유예 기간을 제공해야 하며, 방송·통신·수신기 제조 산업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시장 기반 솔루션과 함께 필요시 정책적 지원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NAB는 2025년 2월 26일, FCC에 규제 제안서를 제출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표2]와 같고, FCC는 NAB의 ATSC 3.0 청원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ATSC 3.0 전환 전망: 2025년, 정책 로드맵의 결정적 전환점
지상파 방송은 수십 년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정보 전달 수단이자 공공 미디어로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디지털 전환 이후 방송 기술은 고화질 영상, 고급 오디오, 양방향 서비스 등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ATSC 3.0 방송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TSC 3.0 기반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하고 전국 단위 방송망을 구축하면서 기술 선도국으로서 글로벌 보급 확산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경영난을 겪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수도권과 광역시 외 UHD 전국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또한 UHD 화질 중심의 전환 계획으로 연차별 편성 비율 준수에만 매몰되어 ATSC 3.0의 고유 기능보다는 단순한 ‘UHD 화질 전환’ 중심의 접근이 이어지면서, 정작 시청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들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환 과정에 한시적으로 다채널 MMS(Multi-Mode Service) 기능을 활용하여, 한국형 Light House 모델을 운영할 수 있음에도, 관련 법제도 미비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TSC 1.0 DTV 송출과 관련된 설비는 여전히 유지·보수가 진행되고 있으며, 수익성이 미비한 T-DMB 방송 설비는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 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ATSC 3.0 전환 이후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방송사들의 재정적 부담과 투자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25년은 국내 지상파 UHD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2015년 ‘지상파 UHD 도입을 위한 정책 방안’과 2020년 ‘지상파 UHD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안’이 수립된 이후, 올해는 새로운 UHD 정책 방안 발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상용화 계획과 미국의 의무 전환 논의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할 때, 우리도 이제는 그동안 모호하게 이야기되던 ATSC 3.0 전환 계획을 명확히 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는 ATSC 1.0 방송 종료 시점, 수신기 보급 활성화 방안, 관련 산업계 및 규제 당국 간의 협력 체계 등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단계별 이행 시점을 포함한 정제된 정책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 방안에 이러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ITU-R SG6 국가기고서, 6/65(2025.02.14.) Brazilian NextGeneration
Digital Terrestrial Television
2) Lynn Claudy (NAB Senior VP, Technology), ATSC 3.0 Transition
Update in the U.S., April 9, 2025.
3) CTA, U.S. Consumer Technology Five-Year Industry Forecast,
January 2025.
4) The Future of Television Initiative Report, January 17, 2025.
5) GN Docket No. 16-142, NAB, Petition for Rulemaking, February
26,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