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은 소비자의 무엇을 자극했나?

[기고] 포켓몬은 소비자의 무엇을 자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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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2년 5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 최홍규 EBS 정책기획부 연구위원/미디어학 박사]

희소가치의 가치

삼성전자는 2022년 4월 25일 ‘갤럭시 Z 플립3 포켓몬 에디션’을 출시했다. 휴대폰 한정 출시니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잘 조합하여 디자인이 출중한 휴대폰 기기를 만들었겠거니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갤럭시 Z 플립3 포켓몬 에디션이 주력한 상품은 다양한 포켓몬스터 액세서리다. 박스를 개봉하면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그려진 클리어커버, 피카츄 키링, 포켓몬 팔레트, 포켓몬도감 디자인의 가죽 파우치, 몬스터볼 3D 그립톡, 인기 포켓몬 스티커 5종이 들어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Z플립3 포켓몬 에디션’(2022. 4. 24.) / news.samsung.com/kr (보도자료 참고)

요즘 시대에 클리어커버, 키링, 팔레트, 도감 가죽 파우치, 그립톡, 스티커를 끼워판다고 휴대폰이 잘 팔리나? 잘 팔린다. 다름 아닌 포켓몬스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닌텐도와 협력하여 출시한 이 휴대폰은 삼성닷컴·삼성 갤럭시 캠퍼스 스토어·11번가에서 판매했는데, 출시하자마자 완판되고 한정판 효과로 인해 중고거래 가격도 상승했다는 후문이다.

불과 얼마 전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었는데, 포켓몬스터 캐릭터 상품인 포켓몬 카드 열풍으로 인해 전국 문방구의 포켓몬 카드가 동이 나고 자동판매기에도 품절 표시만 보였었다. 포켓몬 카드패키지에는 소비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카드만 들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 박스의 패키지를 구매하면 몇몇 장의 특이한 디자인의 카드가 있는데 소비자들은 그 특이한 카드를 가지기 위해 마치 뽑기 하듯 다량의 카드를 구매했다. 아이들은 부모를 졸라 문방구며 마트를 돌아다녀 카드를 샀고, 몇몇 유튜버들은 자신이 구매한 카드팩에서 특이한 카드를 발견했다며 구매 붐을 조성했다. 특이한 디자인의 카드는 높은 가격이 매겨져 중고로 거래되니 포켓몬 카드는 그야말로 구매 경쟁과 뽑기 경쟁이 맞물려 큰 흥행을 누렸다.

결국, 희소가치가 부른 결과였다. 포켓몬스터 관련 아이템을 선물로 주는 휴대폰이나 특이한 포켓몬스터 디자인의 카드 몇 장이 들어있는 카드패키지나 소비자들은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얻는 데 열광했다.

어린 시절 강렬했던 기억과 감성이 강력한 소비자를 만들어

어떤 상품도 단순히 한정판이라는 이유로 희소가치를 얻는 것은 아니다. 희소가치를 얻으려면 소비자를 이끄는 유인이 있어야 하고, 그 유인은 상품으로서의 이용의 욕구보다는 단지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과 만족감으로 발현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포켓몬스터는 바로 그런 상품인 셈이다. 성장기를 거치는 소비자에게 강렬한 기억과 감성을 선사해주는 캐릭터이니 말이다.

포켓몬스터는 1996년 비디오게임으로 처음 등장했으니 그 시절부터 포켓몬스터를 경험한 소비자는 지금 이미 30대가 훌쩍 넘었을 거고, 그 이후에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 캐릭터를 경험한 소비자도 20대 정도의 연령일 것이다. 이처럼 20대와 30대의 어린 시절 기억을 꽉 붙잡은 포켓몬스터가 현재 10대 내외의 소비자까지 끌어들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팬덤 기반의 상품이 바로 포켓몬스터인 것이다.

이미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했을 나이의 소비자는 어린 시절 강렬했던 기억과 감성으로 이 희소가치 높은 상품의 소유를 원하게 되었다. 여기에 10대 내외의 어린 연령층이 소비자 대열에 뛰어들어 포켓몬스터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부모에게 상품의 구매를 요구했다. 이처럼 강렬한 기억과 감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은 포켓몬스터는 최대 30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는 소비 연령대 모두에게 친근한 캐릭터 상품으로 거듭나,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항상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새침한 캐릭터

포켓몬스터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포켓몬스터를 만나는데 거리낌이 없다. 소비자들에게 이미 친근해진 캐릭터이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켓몬스터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와 더불어 일상의 상품과 음식에서까지 만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돌아온 포켓몬 빵’ 티저 영상 중(2022. 2. 23.) / www.youtube.com/watch?v=6EodUT0OVkE

2022년을 소비업계를 강타한 ‘포켓몬 빵’만 봐도 이러한 트렌드가 읽힌다. 포켓몬 빵보다도 그 빵 안에 들어있는 스티커 한 장을 얻으려 애를 쓰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보면, 상품의 포맷만 달라졌지 포켓몬스터를 바라보든 소비자들의 팬심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어디서나 발견되는 캐릭터이므로 탄생한 지 27년쯤 지났으면 지겨워질 만도 한데 포켓몬스터는 그렇지 않다. 매우 친근하지만 그만큼 새침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포켓몬스터와 관련한 상품은 소비자가 느끼기에 시장에 풀리는 수량이 적다. 항상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소비자는 항상 포켓몬스터 관련 상품을 손에 얻겠다고 발을 동동 구른다. 하지만 막상 상품을 구매하면 실용적인 느낌보다는 포켓몬스터를 구매했다는 만족감이 더 느껴진다. 20년 넘게 인기를 끌어온 캐릭터를 이토록 소유하고 싶게 만든 것은 바로 새침한 ‘희소가치’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항상 우리 주위에 보이고 친근하지만, 때로는 쌀쌀맞게 거리를 두는 그런 새침한 캐릭터. 포켓몬스터는 바로 이 전략 때문에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포켓몬스터 관련 상품을 손에 얻은 소비자는 일순간 만족감을 얻지만, 이내 또 소유욕이 생긴다. 누구나 소유할 수 없을 것 같은 포켓몬스터 캐릭터 상품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결국에 사업자는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고 판매하기 위해 ‘희소가치’를 하나의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이 희소가치라는 요소 덕분에 포켓몬스터 관련 상품들은 신상품의 이미지로 시장에서 매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미 다종·다량의 상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 희소가치를 잃지 않는 포켓몬스터. 참 배울 게 많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