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7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한영주 EBS 뉴미디어프로젝트팀 연구위원/언론정보학 박사]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전 세계에 유행처럼 퍼져나가며 많은 것들이 변화한 시기였다. 코로나 현상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대인 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를 독려하며 이른바 언택트(untact) 일상을 가져다주었다. 코로나 일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경제와 사회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주어 경기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디어산업은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콘텐츠 제작에서는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소재 선택에 어려움이 있고, 투자금 유치와 회수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또한, 광고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일상으로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국내외 미디어 이용률이 증가하였다. 특히 오디오북, 영상, 음악 등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요가 늘었다. 나스미디어 자료에 의하면, 10명 중 7명은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으며 그 대신 실내에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극단적인 대인 간의 단절은 교육, 쇼핑, 재택근무, 회의 등 우리 일상을 비대면과 비접촉 상황이 가능한 온라인을 통해 재구성하며 온택트(ontact) 일상을 연결해가고 있다. 이 안에서 파생된 연관 사업과 신규 사업을 다시 모색하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과연 미디어 이용은 어떤 변화를 보일까?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외 TV 시청 시간이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의하면, 미국 시청률 증가는 2011년 이후에 처음인데 모든 연령층에서 TV 시청자가 늘어났고 그중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추세를 바탕으로 일일 평균 시청 시간은 19분에서 2시간 46분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국내 TV 시청 시간도 늘어났는데 닐슨코리아의 TV 시청률 조사에서 코로나 현상이 시작된 2월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가 늘어났고, 1월과 비교해서 13%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 현상에 대해 재난방송 성격이 강화되면서 종합 편성 채널과 보도 전문 채널을 중심으로 뉴스 시청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 일상에서 발생한 특이 현상으로 보이는데 최신 뉴스에 대한 관심, 실업률 증가, 자택 체류 시간 증가, 여가 증가 등 상황적인 변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내외 TV 방송 광고 매출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이마케터(eMarketer)는 미국 1분기 TV 방송 광고 수익에서 전년 대비 22.3%($26.3b) ~ 29.3%($23.95b)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고, 최소 3분기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 상황 때문에 각종 스포츠 중계가 위축되면서 방송 광고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송 광고 매출도 경기침체 영향에 따라 방송광고주의 광고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 KOBACO의 광고경기전망지수(KAI)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2020년 4월 광고경기가 전년 동월 대비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여 전반적으로 광고 집행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 일상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인해 전체 TV 시청이 증가했지만, 종합 편성 채널과 보도 전문 채널에 집중되어 전체 방송 광고 매출로 연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코로나 현상으로 산업 간의 연쇄적인 타격을 입게 되며 광고 시장이 크게 위축되어 광고 수익을 주요 재원으로 삼았던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해 기존 방송 사업자들은 재정적 위협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OTT 서비스의 이용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은 자택 체류 시간과 함께 OTT 서비스의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켰다. OTT 서비스의 트래픽은 코로나 현상 이전보다 무려 44.4% 증가했다. OTT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은 각 업체가 스트리밍하는 영상의 품질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동시간대에 수많은 사람이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인터넷 트래픽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OTT 사업자들은 스트리밍 동영상의 품질을 낮춰 인터넷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 OTT 서비스 이용은 넷플릭스, 유튜브,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을 주축으로 주간 시청 시간이 1,614억 분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해 698억 분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시간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1분기 누적 가입자 수가 1억 8,290만 명으로 전년도 동기보다 22.8% 증가했고, 그중 1,580만 명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며 매출이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1,873억 달러를 기록하며 디즈니(1866억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의 인기가 상승하며 가파른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앱 조사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구독료 결제금액이 전년 동월 185억 원에서 439억 원으로 2.3배가량 증가했다. 이용자는 2월 대비 22% 증가한 463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으며 이 중에서 유료 이용자는 328만 명으로 조사되었다. 시청 시간은 671만 분에서 지난 2월 말 817만 분으로 치솟으면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유튜브 사용시간은 1월 2억 869만 분에서 2월에는 2억 1,497만 분까지 급증하며 트래픽이 마비되기도 했다.
토종 OTT 서비스도 코로나 현상과 맞물리며 이전보다 호재를 누리고 있다. SKT와 지상파 연합의 웨이브(WAVVE)는 실시간 시청 시간(16.4%)과 영화 구매량(19.2%)이 상승했다. KT의 시즌(Seezn)도 실시간 채널 시청 횟수(14%), VOD 구매 횟수(10%), 일일 평균 시청자 수(13%), 시청 횟수(18%), 시청 시간(17%)이 증가했다. CJ ENM의 티빙(TVING)은 전체 시청 시간(77%)과 순 방문자 수(59%)가 크게 늘었고 왓챠플레이는 시청 시간이 51.3% 증가했다.
국내에서 OTT 이용이 증가한 것은 서비스에서 코로나 재난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OTT 사업자는 이용자 락 인(lock-in)과 신규 이용자 유입을 위해 콘텐츠 확충 및 서비스를 강화하였다. 웨이브와 시즌은 신규 영화 콘텐츠를 추가했고 개학 및 등교 연기에 따른 학교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EBS 라이브 특강을 제공했다. 왓챠플레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력하여 자가 격리 대상자들에게 ‘3일 무료 이용권’을 지급했다. 넷플릭스는 영화관을 대신해서 최신 개봉작을 선공개했고,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를 4K HDR의 고화질로 제공하기도 했다.
◊ 변화된 미디어 이용 행태와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최근 인터넷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편화,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미디어 이용에서 TV 시청은 하락하고 OTT 서비스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대대적인 확산 추세를 보이며 미디어 이용 행태가 변화했다. 지난 2월, 국내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본격화되면서 TV 시청과 OTT 서비스 이용은 동반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동일 상황 속에서 TV 시청과 OTT 서비스 이용은 서로 다른 목적을 드러냈다. TV 시청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새로운 재난 상황에서 최신 뉴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목적을 보였다. 반면, OTT 서비스는 사람들의 외부활동에 제동이 걸리며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와 오락을 위한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소비 목적을 보였다. 향후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어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TV 시청은 다시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OTT 서비스는 이용자 경험에 기반하여 지속적인 이용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구독형 OTT 서비스는 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워서 신규 스트리밍 플랫폼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Disney, NBC, HBO Max(WarnerMedia), Apple TV+와 같은 대형 미디어 기업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투자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 제공과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위한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 OTT 서비스와 기존 방송 사업자들은 대형 OTT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코로나 일상이 시작되기 전에도 OTT 서비스로 미디어 이용에 변화를 찾아볼 수 있었다. 미디어 시장에서 수많은 영상 콘텐츠들이 IP 기반의 온라인 미디어에 집중되면서 OTT 시장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 미디어 그룹의 인수합병과 신규 OTT 서비스 출시는 극심한 OTT 서비스 경쟁을 예고한 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일상은 OTT 서비스의 성장과 경쟁을 더욱 가속한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제 미디어 시장은 변화된 이용 행태에 대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존 방송 사업자들과 미디어 사업자 간의 실질적인 상생 방안과 타협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업자별로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민·관·학·산·연 각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조율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공영 방송이 공적 기능과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광고 이외에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변화된 환경에서 자생해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근래 OTT 사용이 증가하며 OTT 사업자의 망 사용료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OTT 집중 현상에 따른 과점, 역차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서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 참고문헌
– 나스미디어 (2020. 4). 새로운 소비 방식 언택트(Un-tact) : 코로나 19로 보는 산업별 관련 서비스 및 마케팅. 나스리포트, 304호.
– 뉴데일리 경제 (2020. 3. 25). 코로나19에 ‘집콕족’ 확산… ‘OTT·앱’ 이용자 급증.
– 와이즈 앱 (2020. 5). 4월 넷플릭스 카드 결제금액 439억, 역대 최대.
– KISDI (2020. 4). 코로나 19가 방송/미디어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KISDI Premium Report. ISSN 2233-6583, 20-04.
– eMarketer (2020. 4. 6). How COVID-19 Is Affecting TV and Video Streaming.
– eMarketer (2020. 5. 18). Americans’ TV Time Will Grow for First Time Since 2012.
– eMarketer (2020. 6). Q2 2020 Digital Video Trends : COVID-19 Upends TV Adverti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