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왜 잠잠한가

[기고]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왜 잠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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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환 미디어발전연구소 연구원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가 조용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거대 기능 여부가 모든 뉴스를 도배하고 의무재송신, 주파수, 새로운 방송 신기술에 대한 소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독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만 잠잠하다. 심지어 지상파 방송에서도 논의가 쥐죽은 듯 사라졌다. 내부적으로 전략을 짜기 위한 동력 모으기인지, 아니면 그냥 포기했는지 의문이 든다. 뭔가 존재해야 논의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포기했을 것이라는 가소로운 상상은 하지 않는다. 아마 논의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향후 뉴미디어 시대를 맞이할 대한민국 미디어 패러다임에서 지상파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인식은 지상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팽배하다. 2010년부터 관련 세미나를 비롯해 다양한 학술 연구회를 통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발전을 확인해온 필자로서는 당연한 결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시기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있어 일종의 비원이다. 그러나 그만큼 논란도 많다. 특히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유료 방송의 입장에서 다채널 서비스는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이다. 그런 이유로 한 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그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좌초되고 말았다. 심지어 제주도 실험방송 당시에도 수많은 억측이 튀어나오며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시행하려는 지상파 관계자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었다. 아마 이 부분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가 현재의 미디어 이슈에서 사라진 이유가 아닐까. 현재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논의를 꺼내는 사람이나 단체는 엄청난 맹공을 당할 것이 뻔하다. 게다가 정부 부처의 움직임도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러니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일종의 금기어가 된 것이 아닐까. 이런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풀 수 없을 것이다. 후문에 의하면, 김인규 전 KBS 사장이 지상파 종일방송과 수신료 인상,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정치권에 관철시키려 했지만 결국 종일방송만 가능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신료 인상이야 수많은 연구단체 및 정부, 심지어 대다수의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입장이니 KBS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정책적 목적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비원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와 동격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함의만 가지고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실종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여기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자. 시계를 돌려 2011년 3월로 돌아가보자. 그때 공공미디어연구소 창립 3주년 기념 포럼에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가 논의된 적이 있다. 당시 3월 25일 오후 서울 충정로 한백교회 안병무홀에서 열린 공공미디어연구소 창립 3주년 포럼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전망과 종합편성채널 대응’에서 발제를 맡은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당시 연구실장은 “KBS가 제안한 코리아뷰는 MPEG4 압축 기술로 채널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에 보급된 디지털TV와 호환이 되지 않아 셋톱박스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등 단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1개 HD채널과 3개의 SD채널이 가능한 KBS의 ‘KoreaView(이하 코리아뷰)’보다는 1개의 HD채널과 2개의 SD채널로 구성되는 MMS(Multi Mode Service)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이 외에도 “코리아뷰 같은 경우에는 유료방송에 진출한 KBS 드라마, KBS 스포츠 등 지상파 계열 PP들이 편입될 수 있는 방식이어서 유료방송을 자극할 수 있다”며 “2007년 MMS 논의가 한창일 때도 언론시민단체에서 이 같은 방식은 방송 공공성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장 반론이 나왔다. 최선욱 당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사무처장은 “MMS처럼 MPEG2로만 구성하는 것보다는 프랑스처럼 MPEG2와 MPEG4가 섞이는 (코리아뷰가) 더 낫다. 시청자들이 더 많은 채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고 반박하며 “호환성 문제는 사업자들이 앞으로 더 노력해야 될 부분이고,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이런 부분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이견차이. 그리고 이어지는 지지부진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이슈의 실종. 2011년 3월 보여진 이러한 차이가 2013년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이러니 당연히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주장한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라도, 전국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바로 지금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 방송의 전략적인 접근을 이루어야 한다고. 이미 많이 늦었다. 직접수신률 제고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상관관계를 계산하기 전에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다채널 서비스의 구현을 이루어내길 바란다. 그전에, 지상파 방송사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