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 취약 미디어 광고수입에 미치는 영향

[기고] 종합편성채널이 취약 미디어 광고수입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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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철 (우석대학교 광고이벤트학과)

2010년 12월 말,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4개나 되는 종합편성채널과 1개의 보도전문채널이 선정되었다. 종합편성채널은 선정 이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제의 핵심을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언론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이다. 시청률 확보를 위해 선정성/저질화/제작비 고부담 등이 예상되고, ‘신문-인터넷-종편’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언론 파워와 함께 종편 선정사들의 성향에 따른 언론의 편향이 우려된다.
둘째, 종편채널들의 존립 문제인 재원의 확보이다. 재원은 주로 방송광고 수입인데, 이것이 제대로 확보될 수 있는가, 다른 미디어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두 가지 중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이해관계가 심각한 것은 광고수입의 문제이다.
종편 선정과 관련해서 광고시장에 관한 시각도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종편의 등장과 방송광고비 인상, 광고 규제의 완화 등으로 인해 광고비 규모, 특히 지상파 및 케이블TV의 방송광고비 규모가 대폭 확대되리라는 낙관론이다. 다른 하나는 2002년을 정점으로 비중과 절대 규모에서 하락세에 들어선 지상파 방송광고비는 경기에 따라 다소 증감이 될 수는 있지만 광고비 점유율 면에서는 다시 상승국면에 들지는 않을 것이며, 총 광고비 규모 역시 경제상황에 따라 완만하게 증가하는 수준일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채널)의 등장 = 광고시장의 성장’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종편의 등장이 광고시장을 확대시켜줄 가능성은 거의 없을뿐더러, 방송광고비 인상이나 규제의 완화를 통한 방송광고 시장 확장은 광고주의 합리적 판단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비관론이 현실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종편 선정 이전에 진행된 다수의 연구들은 대부분 종편의 등장이 타 미디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더구나 선정 이전에는 4개의 종편이 선정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개 1~2개의 종편 등장을 전제로 논의하였다.
현대증권 리서치는 극소수의 사업자가 선정된다면 지상파 방송사업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지만, 다수의 종편 PP가 출범한다면 방송광고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극심한 레드 오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미래미디어연구소는 2개의 종편이 선정되었을 경우를 가정하여, 종편이 도입 4년차에 4,004억 원의 광고수입을 전망했다. 2011년, 최문순 의원실에서는 방송 3~4년차에 본궤도에 진입해서 시청률 2% 정도가 되면 광고수익은 종편 1사당 2400억 원, 합계 1조 원 정도 광고수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2014~5년에는 광고시장이 적어도 1조원 가량 늘어나야 기존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2015년까지 총 광고비를 GDP의 1%(13조8천 억)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계획대로 된다면, 종편이 1조원 정도의 광고수입을 확보하는 것은 그다지 큰 어려움이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광고업계 전문가들과 광고학자들은 향후 광고시장 성장률을 3~5% 정도로 전망하며, 2015년에 9조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GDP의 1%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광고비 비중을 선진국 진입의 기준으로 오판하거나 기업의 광고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현실적으로, 종편이 1조 원의 광고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모든 광고시장 성장분을 가져가도 모자랄 것이다. 더구나 광고시장 성장의 대부분이 인터넷, 모바일, 소셜 미디어 등 뉴미디어 광고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기존 미디어의 광고비 감소가 필연적이다.
종편이 타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채널의 배치, 의무전송, 중간광고, 광고총량제, 광고금지품목 해제, 신문-방송 결합상품, 광고판매방식(미디어렙 경유 여부), 프로그램 수준, 편성 등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서 실제로 현실화되기 전에는 예측하기가 너무 어렵다.
2008년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종편 2개, 보도 1개 채널이 새로 진입할 경우, 기존 방송광고 매출액이 16.25%~36.8%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최문순 의원실은 신문과 지역방송의 광고수입이 30% 이상 감소하고, CJ나 지상파방송 계열 PP는 10~15% 정도, 일반PP는 50% 이상 감소하며, 종교방송 역시 5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은 종편이 필요로 하는 약 1조원의 광고수입을 각각의 미디어에 단순 분담을 시켰을 때 현실화될 수 있으므로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광고수입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 신문사 등 취약 미디어의 입장에서는 작은 수입 감소도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계획의 현실성이 의심되는 만큼, 낙관론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취약 미디어의 존립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안은 자구적 노력과 제도적 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자구적 노력은 지방방송, 종교방송, 신문 등의 구조조정, 새로운 수익모델의 모색, 경영자와 구성원의 협력 등일 것이다. 이들은 이미 각 미디어가 자체적으로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제도적 지원은 대체로 2009년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 당시 논의한 내용과 유사하며, 거기에 종편 사업자 대상 시혜성 조치를 금지하는 것과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영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첫째, 취약 미디어의 매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둘째, 연계판매를 유지하고, 셋째, 방송발전기금으로 취약 미디어를 지원하며, 넷째, 중간광고, 간접광고, 광고총량제, 광고금지품목 해제 등을 취약 미디어에 적용하는 것이다.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영업을 하더라도 1사 1렙의 형태여서는 안 되며, 공영 미디어렙이나 지상파와 함께 민영 미디어렙이나 종편 공용 미디어렙을 통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4개의 종편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현되더라도 모두 존속하지 못 할 수도 있다. 모두 존속하더라도 정당한 광고영업을 한다면, 취약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의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기대가 취약 미디어에게는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도 있다.
지역방송의 위기감에 덧붙여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지역 미디어와 지역 광고업계와의 연대이다. 특히 지역방송업계와 광고업계는 그다지 가깝지 않다. 광고업계는 4대 미디어가 중심이던 과거에 비해 점점 더 많은 선택 대안들을 갖게 되었다. 미디어 업계, 특히 방송이나 신문이 계속 존속 발전하려면 광고업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만 한다. 지역에 영향력 있는 광고회사가 없다는 것은 지역 미디어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