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호와 포렌식 워터마크

[기고] 저작권 보호와 포렌식 워터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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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소원 마크애니 팀장] 많은 저작물이 불법 공유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인 ‘밤토끼’ 운영자가 검거돼 한동안 저작권 보호 이슈가 급부상한 적이 있다. 밤토끼 운영자 검거는 금융 정보 수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운영자의 금융 정보를 추적해 신상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불법 유포자를 잡기 위해서는 매번 경찰의 공조와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은 지속성도 없을뿐더러 인력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웹툰은 물론 영화, 드라마, 음원, 게임 등 수많은 저작물이 불법 유출로 고통받고 있어 보호해야 할 범위마저 광범위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저작권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다양한 기술이 저작권 보호를 위해 태어났다. 대표적으로 CAS, DRM과 같이 저작물을 대칭·비대칭 키로 암호화하고 구매한 사용자에게만 복호화 키를 전달해 허가하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저작물을 전달하지 않는 방식, 저장 매체에 담아 유통하는 콘텐츠 보호를 위해 재생 영역부터 디스플레이 영역까지 전달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HDCP 등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은 허가한 사용자가 콘텐츠를 빼내거나 표시된 ID를 지우는 방식으로 회피가 가능한 문제점이 있다.

언급한 기술의 한계를 보완한 기술이 ‘디지털 포렌식 워터마크(Digital Forensic Watermark, 이하 포렌식 워터마크)’다. 포렌식 워터마크는 디지털 데이터에 저작권 정보와 같은 비밀 정보를 삽입해 관리하는 기술로, 콘텐츠를 암호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용자 식별 정보(사용자 ID 등)를 내포해 저작권을 보호하고 포렌식 기능으로 저작물의 최초 수령자를 식별한다. 유출됐을 때는 이를 해독해 콘텐츠를 최초 열람한 사용자의 ID를 추출한다. 이후 추출한 ID에 매치되는 이용자의 서비스 접속을 콘텐츠 공급자가 임의 차단하는 방식으로 저작권을 보호한다. 이 같은 조치는 콘텐츠 서비스 회원 약관 등 사적 계약에 의해서도 집행할 수 있으므로 신고나 국가기관의 의결 절차 없이 즉시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책임자에게 실질적 경고와 위협을 주는 수단이 되고 당장의 추가 유출 범행을 막는 효과를 가진다.

디지털 포렌식 워터마크의 개념
포렌식 워터마크 기술은 워터마크에 구매자 정보, 유통 경로, 사용자 정보 등을 삽입해 유포자와 배포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일반적 디지털 워터마크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 추적 기능인데, 기존에는 저작물의 소유자가 저작물 완성 뒤에 워터마크를 삽입해 보존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저작물의 저작권 정보를 기록할 수는 있으나, 사용자가 저작물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관리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포렌식 워터마크는 저작물을 사용자에게 배포하는 순간 실시간으로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사용자가 어떤 경로로 저작물을 전송받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전송 중인 바로 그 저작물에 보이지 않게 기록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저작물이 불법 경로로 유출되더라도, 저작물에 기록된 워터마크를 읽어내면 해당 저작물이 마지막으로 합법적으로 유통됐을 때의 경로와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다. 즉, 저작물을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은 최종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이다.

위 이미지는 원본 이미지(좌)와 워터마크를 삽입한 이미지(우)다. 워터마크가 눈에 보이도록 좀 더 강하게 삽입했다. 이 같은 포렌식 워터마크의 기능을 완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기술적 목표를 만족해야만 한다.

첫 번째 목표는 ‘강인성’이다. 디지털 워터마크 정보를 삽입하면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변조할 수 없어야 한다. 악의적 사용자가 콘텐츠를 유출했을 경우, 삽입한 워터마크를 훼손하기 위해서 콘텐츠를 일부 잘라내거나, 좌우 반전시키거나, 화질을 일부러 열화시키는 등 다양한 조작을 가하곤 한다. 이처럼 콘텐츠를 조작했을 때 워터마크 정보를 변조하거나 지울 수 있다면, 콘텐츠를 유출해도 추적을 쉽게 회피할 수 있다. 이처럼 악의적 훼손이 발생하더라도 처음 삽입한 사용자 고유 ID를 추출할 수 있어야만 한다.

두 번째는 ‘비인지성’이다. 디지털 워터마크는 콘텐츠의 훼손을 최소화해 콘텐츠의 내용을 유지해야 한다. 흔히 워터마크라고 하면 화면에 흐릿하게 나타나는 로고나 문자열과 같이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형태를 상상하기 쉬운데, 이 같은 워터마크는 콘텐츠의 원본을 훼손해 감상을 방해함은 물론, 악의적 사용자가 콘텐츠를 유출할 때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인지성 워터마크를 삽입하면 콘텐츠의 퀄리티에 장애를 주지 않으면서도 악의적 사용자가 워터마크의 구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대신 워터마크 정보를 읽어내는 것 또한 어려워지는데, 이 난관을 정밀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극복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유일성’이다. 포렌식 워터마크는 사후 추적이 가능해야 하므로, 디지털 워터마크를 통해 삽입한 정보가 추적하고자 하는 이용자, 접속 경로, 접속 시간 등의 정보를 유일하게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 같은 정보가 중복되는 경우, 읽어낸 워터마크 정보를 추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은 이미 오랜 기간 이용돼 온 기술이고, 공개돼 있는 기술적 정보 또한 다수 존재한다. 이를 이용해서 성능이 낮은 포렌식 워터마크 기술을 만드는 것은 사실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포렌식 워터마크의 기술적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워터마크를 삽입하게 되면, 악의적 사용자에 의해 손쉽게 워터마크가 훼손될 수 있어 실질적 저작권 보호 효과가 미미하거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강인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나 비인지성을 유지하면서 워터마크의 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등은 워터마크를 다년간 연구해 온 전문업체가 영업 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포렌식 워터마크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미국 할리우드(Hollywood)의 제작사는 회의체 형태로 연합해 까다로운 워터마크 기술 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기업의 워터마크는 할리우드에서 쓰지 않는다. 콘텐츠 유출 시 워터마크 검출을 회피하려는 유출자의 콘텐츠 조작 행위가 점점 고도화함에 따라 평가는 매년 갱신해 진행하며, 테스트하는 조작 행위의 유형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할리우드의 이러한 요구와 VOD 시장의 성장세, 저작권 보호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맞물려 포렌식 워터마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할 것 없이 고도화한 포렌식 워터마크를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콘텐츠 제공업자들의 노력도 눈에 띄게 증가 중이다.

포렌식 워터마크의 기능과 활용
포렌식 워터마크의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기능은 불법 복제 추적을 통한 복제 방지다. 불법 복제물에 각인된 워터마크를 통해 실제 유출에 책임이 있는 이용자를 식별해 계정을 정지하거나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광고나 프로그램이 계약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모니터링, 데이터 위변조 여부 확인, 실시간 데이터 은닉 전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렌식 워터마크 기술이 활용 가능하다. 적용 콘텐츠의 종류에 있어서도, 기존에 가장 널리 적용한 영화로부터 최근 웹툰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콘텐츠 분야를 넘어 증명서, 기업 내부 비밀 자료 등의 원본 확인 및 유출 방지를 위해서도 포렌식 워터마킹을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불법 유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영화 산업이니만큼 워터마크의 수요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현재 영화 산업 분야에서는 포렌식 워터마크를 VOD 영화 등에 적용해 이를 불법 녹화 후 유출하는 이용자를 색출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영화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제작 및 유통 중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상 유출도 포렌식 워터마크를 이용해 방지하고자 하는 구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제작 중인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을 담당하는 스튜디오 같은 곳에서 불의의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영화의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제작하는 전문 업체에서 원본 영상의 불법 유출이 일어나 영화사에 대규모 재산 손해를 끼친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기술의 운용 성능과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제작 과정에까지 포렌식 워터마크를 도입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는 영화 산업계와 워터마크 기술 업계 모두의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웹툰이나 만화 콘텐츠의 경우, 불특정 다수 이용자가 화상 기반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조며, 단순 복사를 통한 유출이 매우 쉽게 일어나는 분야인 만큼, 포렌식 워터마크 도입에 가장 이상적 환경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웹툰은 일회성 소비가 크므로 한 화마다 이미지 보호 기술을 적용, 유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지 워터마크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구축해 서버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정보를 포함한 워터마크를 삽입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후 유출이 일어날 경우 해당 유출 콘텐츠에서 워터마크를 검출함으로써 유출한 사용자 정보를 특정할 수 있다. 최근 ‘밤토끼’ 등의 불법 사이트 이슈와 관련해 불법 사이트 접속 차단에 걸리는 시간을 2주 정도까지 단축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포렌식 워터마킹을 적용한 콘텐츠를 적발한 경우 사이트 차단에 앞서 해당 사이트에 콘텐츠를 유출한 악성 이용자의 정식 서비스 접근을 차단해 추가 유출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절차는 웹툰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이용 약관에 의해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콘텐츠를 유출하는 악성 이용자에 대해 적발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매우 신속한 구제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게임 데이터의 무단 도용에 대한 이슈도 증가하고 있다. 게임 자체를 불법적으로 도용하는 것도 모자라 게임 내 이미지나 3D 모델 같은 게임 데이터를 불법으로 추출해 사용 및 배포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그러나 이 같은 3D 데이터의 유출도 워터마크로 보호 가능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게임 클라이언트를 실행할 때 사용자 인증 정보를 3D 렌더링 결과에 실시간으로 적용해 추적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3D 모델의 경우 텍스처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실시간 적용하는 방법도 있으며, 가장 고도화한 방법으로는 3D 모델의 기하학적 구조 자체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내부의 중요 기밀 자료에도 포렌식 워터마크를 활용해 유출자를 색출해 낼 수 있다. 회사 기밀 정보가 담긴 문서는 문서 암호화(DRM) 기술이나 물리적 저장 장치 규제 등으로 외부 유출을 방지할 수 있으나, 이미 복호화한 데이터나 이미지의 경우에는 그룹웨어 등 결재 시스템에 워터마크 시스템을 연계해 보안 상태를 더 강화할 수 있다. 문서의 경우 텍스트 워터마크, 도면이나 그림 등은 이미지 워터마크 기술을 이용한다.

관공서나 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증명서 등의 출력물은 민감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유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출력물에 텍스트 워터마크 기술을 적용, 증명서 본문에 관리자의 정보를 삽입하거나 위변조 기술을 적용한 바코드나 QR 코드 등에 이미지 워터마크를 삽입해 상호 보호를 하는 방법도 이중 보안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범죄 수사 등에 필요한 CCTV 영상을 외부로 전송하는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유출 문제를 방지할 방법으로도 포렌식 워터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CCTV 영상에는 사건 외 불특정 타인의 신상이 많이 드러나 있다. 따라서 영상 정보 요청자의 식별 정보를 워터마크로 삽입해 CCTV 영상 무단 유출 시 유출자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위협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빠른 발달과 접근이 쉬워지며 불법 유출 시도 등 저작권을 해하는 방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고도화하고 있다. 그에 반해 저작권 보호 기술에 대한 관심은 턱없이 적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포렌식 워터마크 기술은 이제야 조금씩 그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시장에서 매겨지는 가치는 턱없이 낮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대중이 보여주는 저작권 보호에 대한 적극적 움직임으로 그동안 소외돼 왔던 저작권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산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저작권 보호라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콘텐츠 소비자의 올바른 인식, 법·제도적 뒷받침, 효과적 저작권 보호 기술 3박자가 모두 갖춰졌을 때 콘텐츠의 진정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