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의 부상과 모바일 콘텐츠로서의 가치

[기고] 웹드라마의 부상과 모바일 콘텐츠로서의 가치

[방송기술저널]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한 동영상 시청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클릭’의 발표에 의하면 ‘15년 1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94%가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 서비스를 시청하고 있으며,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모바일 트래픽 중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17년에 74%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텍스트 및 이미지뿐만 아니라 동영상까지 활발하게 이용하게 된 배경에는 통신 시장 내 LTE 서비스의 보급이 자리 잡고 있다. LTE 서비스는 기존 3G 서비스보다 빠른 데이터 속도를 보장해 모바일로도 끊어짐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동영상이 모바일 시장의 주요 콘텐츠로 등장했으며 이와 함께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가 급부상했다.

웹드라마는 TV가 아닌 인터넷 또는 모바일을 통해서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를 의미한다. 기존 플랫폼인 TV가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네이버 TV캐스트, 다음 스토리볼 등)를 통해 방송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PC보다는 모바일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이 크게 늘고 있어 웹드라마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웹드라마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출퇴근 혹은 쉬는 시간 등의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을 짧게 이용한다는 특징이 반영돼 회당 10~15분 분량으로 제작된다. 시청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 한 회의 드라마를 모두 시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웹드라마는 ‘모바일 드라마’ 라고도 불리며, SNS 채널을 통해 방송․확산되고 있어 ‘SNS 드라마’라고도 불린다.

웹드라마는 ‘13년 2월 ‘러브 인 메모리’를 시작으로 ‘무한동력’, ‘러브포텐’, ‘후유증’ 등 ‘14년 중반까지 10여 편 정도 제작됐다. 이후 ‘1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웹드라마가 제작되면서 올해 3월 현재 ‘네이버 TV캐스트’에 개설돼 있는 웹드라마만 해도 ‘인형의집, ‘ 드림나이트’, ‘달콤청춘’, ‘Dr.이안’ 등 10여개에 이른다. 웹드라마의 제작 및 방송 횟수가 늘어나고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누적 시청량도 증가하고 있다. 초창기 작품인 ‘러브 인 메모리’의 경우 회당 누적 클릭수가 약 15만회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인기가 높았던 ‘후유증’, ‘연애세포’ 등의 회당 누적 클릭수는 약 50만회로 크게 증가했다. 즉, 웹드라마의 제작량 증가와 시청량 증가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단기간의 양적인 성장 때문에 웹드라마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기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중심은 ‘웹툰’이었다. 웹툰은 잡지라는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던 ‘만화’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온 것으로, 현재 약 1000억 원 이상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웹툰으로 대변되던 ‘텍스트․이미지’ 중심의 기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이후 ‘LTE 서비스의 대중화’라는 기술적 진화와 함께 ‘동영상’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TV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던 ‘드라마’ 장르가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콘텐츠 유형으로 발전한 것이다. 웹드라마의 미래는 웹툰의 현재로 예견할 수 있다. 웹툰은 단기간의 빠른 성장을 통해 큰 시장을 형성했으며 최근에는 웹툰에만 머물지 않고 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기존 매체인 TV 혹은 영화로 역진출을 하고 있다. 또한 그 시장은 향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이러한 웹툰의 사례를 볼 때,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웹드라마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웹드라마는 특히 최근 1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스낵컬처’라는 소비 트렌드와 부합되는 특성을 지녀 더욱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스낵컬처란 2007년 미국 트렌드 매거진 ‘와이어드(Wired)’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스낵처럼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를 의미한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과 대중화된 스마트 기기는 정보를 빨리 습득하게 해 상품과 문화를 빠르고 간편하게 즐기도록 만들었으며, 이러한 소비 패턴은 다양한 영역을 통해 나타났다. 특히 콘텐츠 영역에서 이러한 패턴이 나타났다. 짧은 상영시간을 특징으로 하는 웹드라마는 대표적인 스낵컬처형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짧은 모바일 동영상은 웹드라마 이전에 이미 기존의 방송과 영화 콘텐츠를 3~5분 이내로 오려낸 형태로 등장했다. 60여 분에 해당하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대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원하는 시간에 모바일을 통해 하이라이트만 짜깁기된 영상을 시청하고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웹드라마는 이러한 짜깁기 영상의 유행을 짧은 분량의 창작 콘텐츠로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짧은 상영시간으로 인해 웹드라마는 기존 TV 드라마 1회분의 제작비로 약 6회분을 제작할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현재 10~20대 TV 시청자들은 감소하는 반면 중장년 시청자들은 증가해 주 시청자 층이 중장년층으로 이동하면서, TV 드라마 제작자들은 스토리와 소재를 중장년층에 맞추고 있다. 이에 비해 10~20대의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드라마 제작자들은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TV 드라마 대신 적은 제작비가 들어가고 스마트 기기를 가진 젊은 세대가 다가가기 쉬운 웹드라마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젊은 세대를 목표로 하는 웹드라마기 때문에 스토리, 소재, 배우 등도 기존 TV 드라마와는 차별화된다. 웹드라마에는 10~20대의 관심도가 높은 새로운 소재(초능력, 뱀파이어, 학원로맨스, 먹는 방송 등)들이 등장하고, 그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 출신의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기존 TV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소재는 웹드라마의 또 다른 장점으로 평가된다.

웹드라마는 저렴한 제작비와 제약이 적은 제작 환경 때문에 기업의 간접광고 혹은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이는 주로 기업이 웹드라마 제작에 직접 참여하거나 후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기업의 철학을 웹드라마 전반에 녹여 시청자들에게 기업의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은 취업난에 시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인 ‘무한동력’을 제작해 열린 채용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 젊은 세대와 대화하고자 하는 기업의 마케팅 노력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웹드라마 제작 참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웹드라마의 시장적 측면에서 기업의 참여가 많다는 것은 웹드라마를 제작할 때 안정적으로 협찬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웹드라마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웹드라마는 최근 한류 콘텐츠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돌 출신의 배우들이 자주 출연하고 작품에 문화적 차이가 덜한 소재들이 많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을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해외 시청자들도 언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한류 콘텐츠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웹드라마는 많은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고 웹드라마를 위한 전용관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많은 콘텐츠 제작사들이 웹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상파․케이블TV 등 기존 방송 사업자들도 웹드라마의 활용 가치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웹드라마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질 높은 콘텐츠가 밑바탕이 돼야할 것이다. 모든 콘텐츠 전략이 그러하듯이,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콘텐츠의 힘이 뒷받침 돼야 콘텐츠 시장의 성장도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 많은 웹드라마가 제작되면서 높은 시청을 보이는 웹드라마도 있지만 해당 콘텐츠의 매력도에 따라 저조한 시청을 보이는 웹드라마도 있다. 웹드라마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질 높은 다양한 스토리의 작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이러한 작품들이 풍부하게 제작될 수 있는 환경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웹드라마는 아직 초기 시장으로 다양한 사업자들의 역할 관계가 체계화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 부분이 보다 안정적으로 갖춰진다면, 제작자들이 질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시장을 바탕으로 선순환이 이뤄지는 환경에서 웹드라마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