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가 제시하는 K-콘텐츠의 가능성에 대하여

[기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가 제시하는 K-콘텐츠의 가능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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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3년 11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최홍규 EBS 디지털인재교육부 연구위원/미디어학 박사] 프로 댄서이자 안무가가 팀을 이뤄 경연하는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가 지난 8월부터 방송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여성 댄서와 안무가가 출연하여 방송이 시작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막상 방송이 시작하자 예상보다 더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오늘날 방송사가 제작하는 영상 콘텐츠의 인기 척도는, 해당 콘텐츠에서 노출된 내용이 얼마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 콘텐츠로 재생산되었는가로 가늠해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방송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똑같이 재연해보거나, 패러디했는지 그 양적 통계가 콘텐츠 인기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는 시청자에게 화제를 모았고, 인기를 끌고 있고, 관심이 유지되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원고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가 K-콘텐츠라는 측면에서 어떤 가능성을 제시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소셜미디어에서의 확산성을 통해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였기에, 이런 현상이 향후 K-콘텐츠 발전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짚어보는 의미가 있겠다.

K-콘텐츠의 인기 흐름과 팬덤이 형성하는 지속가능성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 영문 로고 / 출처 : www.youtube.com/watch?v=YksjTSEIURY&t=28s

‘경연’을 테마로 하는 콘텐츠의 가능성은 이미 여러 장르에서 확인된 바 있다. 발라드, 힙합, 트로트, 성악, 요리, 스포츠 등 정말 여러 장르에서 경연을 포맷으로 하는 콘텐츠가 제작된 바 있고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물론, 댄스 경연 콘텐츠도 수차례 제작되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바로, K-콘텐츠가 누리고 있는 인기 흐름이나 팬덤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 중에서 걸그룹의 인기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었던 보이그룹의 인기와 맞물려, 많은 걸그룹이 전 세계 K-콘텐츠를 선도하는 중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이렇게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의 안무를 기획하거나 직접 댄스를 가르친 선생님들이 출연하는 콘텐츠다. 이는 당연히, 인기의 비결로서 한몫하는 지점이다. K-콘텐츠 인기의 흐름에서 걸그룹이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고 있는데, 그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가 출연한다니 인기를 끌 수밖에.

우리나라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인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동안 팬덤문화가 남녀노소 다양해졌다는 점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부각시킨 요소 중 하나다. 특히 걸그룹의 인기를 이끌고 있는 남성팬들이 더욱 늘어나게 되면서 여성 댄서와 여성 안무가에 대한 인기가 더 커졌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K-콘텐츠의 대표적인 장르로서 K-댄스 가능성
K-콘텐츠를 이끈 대표적인 장르는 K-팝이다. 즉, 우리나라의 가요가 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을 이끈 대표적인 장르였던 셈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 출연진 / 출처 : www.youtube.com/watch?v=YksjTSEIURY&t=28s

이제는 K-댄스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를 통해 K-팝에 딸린 장르로만 인식되었던 댄스가 독립된 K-콘텐츠 장르로서 K-콘텐츠의 인기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가 K-콘텐츠 이용자들에게 ‘댄스’라는 장르를 떠올리게 하고, 그와 동시에 K-댄스라는 장르에서 어떠한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얘기도 된다. 즉,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는 K-댄스가 K-콘텐츠 산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산업군으로서 부각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K-댄스라는 키워드를 띄운 장본인은 따로 있다. 바로 ‘원밀리언(1MILLION)’이라는 국내 최대 댄스 스튜디오다.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홈페이지 소개 화면 / 출처 : www.1milliondance.com

현재 유튜브 구독자 2천6백만 명을 넘어선 국내 최대 댄스 스튜디오인 원밀리언은, 전 세계적으로 K-댄스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댄서와 안무가는 원밀리언에서 댄서로서 교육을 받거나 안무가로서 꿈을 키운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원밀리언과 같은 댄스 스튜디오의 역할을 통해 K-댄스가 하나의 전문적인 K-콘텐츠 영역으로 자리매김했고, 그 현상을 이어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의 인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게 맞겠다.

실제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 콘텐츠에서는 원밀리언 출신의 댄서나 안무가가 출연하고, 원밀리언이 K-댄스를 포맷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는. 원밀리언이라는 댄스 스튜디오가 형성한 K-댄스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K-콘텐츠의 대표적인 장르로서 K-댄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수준 높은 코미디 패러디 개척에 대한 가능성
인기를 끄는 방송 콘텐츠라면, 꼭 패러디물이 등장한다. 유튜브 채널인 ‘엔조이 커플’에서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의 패러디로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시즌 2>를 제작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에 출연 중인 댄서와 안무가 역할을 개그우먼들이 맡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시즌 2> 자료화면 / 출처 : www.youtube.com/watch?v=_8LLmWSf9lI&t=784s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시즌 2>의 조회수가 1백만 내외로 집계되고 있으니, 패러디 장르로서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개그우먼들의 다양한 끼에 댄스라는 장르가 덧붙여지니 다른 패러디 물보다 더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기 때문도 있다. 하지만,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시즌 2>가 거둔 성과는 수준 높은 코미디 패러디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있다고 본다. 개그라는 장르를 댄스에 대입시켜 개그우먼이 코미디 배틀을 펼친다는 설정은 단순한 패러디 물을 뛰어넘어 새롭게 제작된 콘텐츠를 보는 느낌이다.

패러디 물은 상대적으로 투입되는 예산이나 제작 기술력의 차이가 콘텐츠 내용에서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시즌 2>는 수준 낮은 콘텐츠라는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콘텐츠 컨셉 설정, 캐릭터 구성, 스토리 전개 등 모든 측면에서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를 시청하지 않은 시청자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독립된 콘텐츠라고 느껴진다. 많은 콘텐츠가 코미디 장르로 패러디될 때 보이는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앞으로 수준 높은 코미디 패러디 장르의 콘텐츠가 더욱 많이 생산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