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1년 12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최홍규 EBS 정책기획부 연구위원/미디어학 박사] ‘메타버스(Metaverse)’의 시대가 오고 있다.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산업영역에서는 미래 산업을 이끌 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메타버스를 이끄는 서비스는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살펴보자.
“메타버스 ‘게임’에 참여하시는 여러분 환영합니다!”
소위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들은 안다. 메타버스는 게임이 주력 서비스인 것을 말이다. 그런데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서비스인 로블록스(Roblox)를 살펴보면 기존 게임의 개념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용자가 만드는 게임의 개념 때문이다. ‘로블록스 스튜디오(Roblox Studio)’라고 불리는 도구는 로블록스 이용자가 스스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래픽이나 방식을 선택하여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다른 친구들을 초대하여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로블록스 스튜디오에서 만든 게임은 서버를 통제하는 서비스 제공자에 의해 중앙에서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게 아니다. 이용자 스스로 자신이 만든 게임을 다른 이용자들에게 수평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용자 스스로 게임을 개발하여 가상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치 기존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자가 제작하여 공유하도록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선보였던 유튜브(YouTube)의 동영상 서비스 모델을 떠올리게 한다. 미디어 콘텐츠 제작기술에 대한 일반 이용자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글, 사진, 동영상 콘텐츠에 이어 게임까지도 이용자 스스로 만들고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며, 게임산업은 메타버스를 이끄는 중요한 서비스에 포함된다.
미디어를 활용해 돈 되는 분야는? 쇼핑ㆍ여행ㆍ방송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SNOW)에서 출시한 ‘제페토(ZEPETO)’를 살펴보면 아이템(Item), 가상의 세계(World), 라이브 스트리밍(Live)을 주요한 키워드로 꼽고 있다. 이용자 자신이 만든 아바타의 패션을 기획할 수 있고 자신만의 가상 세계를 만들 수 있고 방송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적인 서비스로 언급한다.
이를 통해 제페토와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를 떠올려보면 쇼핑, 여행, 방송 서비스다. 이용자 자신이 꾸미는 아바타가 입는 옷이나 신발, 모자는 현실 세계 브랜드를 달고 거래된다. 현실 세계에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이용자처럼, 가상의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들은 쇼핑을 통해 디지털화된 물품을 쇼핑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제페토를 포함한 메타버스 플랫폼들 일부는 이용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도구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만드는 가상의 공간은 다른 이용자들에게는 가상의 여행공간이다. 이용자는 언제든 다른 이용자가 만든 여행공간을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여행할 수 있고 공간을 초월하여 이동할 수 있으니 메타버스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색다른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예상컨대, 미래에는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기존 오프라인 여행사가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벤치마킹하여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가 여행하고 싶은 가상공간의 형태를 데이터로 입력하면 그에 알맞은 형태의 가상공간으로 이동시켜 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방송 서비스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중요한 구성요소에 해당한다. 최근 광고와 소셜미디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 버츄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형태로 소셜미디어에서 셀럽 대접을 받는 현상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이러한 디지털 휴먼이 현재는 특별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개발하는 실정이라면, 메타버스가 일상화된 시대에서는 모든 이용자가 자신만의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 인플루언서로 활약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제작되는 방송은 바로 이러한 가상 캐릭터를 주요 등장인물로 하여 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방송 서비스가 메타버스 플랫폼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는데, 기존 웹ㆍ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와는 또 다른 형태의 방송 모델이 메타버스에서 출현할 것으로 본다.
VR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스포츠’
메타버스 서비스에는 이용자가 아바타를 만들어 해당 아바타를 제삼자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도 있지만, 이용자 자신이 가상현실을 체감하는 형태로 서비스 이용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용자가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VR 트레드밀(Treadmill)을 사용하면 이용자는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감각적 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러닝머신처럼 생긴 VR 트레드밀은 360도로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이용자는 한정된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공간들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러한 VR 트레드밀을 통해 연결되는 서비스는 대표적으로 스포츠를 예를 들 수 있다. 이용자의 신체 부위를 이용하는 스포츠 형태들을 메타버스에서 체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점차 VR 트레드밀 가격이 저렴해지는 추세로 볼 때 이러한 메타버스 스포츠는 먼 미래의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메타버스를 떠올릴 때 자주 인용되는 영화인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2018)>이 현실화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스포츠가 메타버스와 결합되어 조기축구 경기를 집에서 참가할 경우도 이제는 말이 전혀 안 되는 얘기는 아니다.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아예 메타버스 서비스로 재편
페이스북은 개발자 커뮤니티와 함께 기술의 미래와 비전을 공유하는 연례 컨퍼런스 커넥트(Connect)에서 페이스북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10월 28일 유튜브 채널 ‘메타(Meta)’에 업로드된 동영상 에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서비스 안에서는 기존보다 더욱 진보된 가상현실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현실감 있게 회의에 참여하고 멋진 풍경을 경험하며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등 기존과 전혀 다른 가상의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소개하는 미래는 페이스북이 뉴스피드를 통해 제공했던 경험 모두를 가상세계로 옮기겠다는 포부다. 페이스북에서 뉴스피드로 사람들이 만나는 방식은 아바타와 아바타 간 소통을 통해 더욱 다채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며 3D, 홀로그램을 통해 입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보편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주자였던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선언은 기존의 소통방식을 총체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계를 맺었던 기존 미디어 이용 세대의 소통방식이 메타버스의 등장과 함께 구식의 소통방식으로 역사 속에 기록될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메타버스를 이끄는 정도가 아니라 메타버스 안에 포함될 개념으로 본다.
앞으로 모든 산업군이 ‘메타버스 한다’고 나설 것
오늘날 많은 회사가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를 만들고 산업군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진(Software engines), 상품(Product), 하드웨어 인터페이스(Hardware interfaces) 등의 분야에서 정말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를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ICT 기술과 연관성을 지닌 모든 기업이 메타버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메타버스에 관여될 산업군은 이러한 ICT 기술 영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게임, 쇼핑, 여행, 방송, 스포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속하는 모든 기업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성이 높은 대다수 기업이 ‘메타버스 한다’라고 나설 것이라 본다. 이십여 년 전에 등장한 웹사이트가 이제는 일상의 도구로 자리 잡았고, 십수 년 전에 등장한 스마트폰과 모바일 앱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관통하는 와중에. 지금 등장한 메타버스는 향후 몇십 년 동안 ICT 영역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자리잡힐 것이라고 감히 예상한다. 모든 기업뿐만 아니라 이용자도 ‘메타버스 한다’라고 말하고 다닐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