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와 아바타의 메타버스 세계

[기고] 김 대리와 아바타의 메타버스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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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규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방송기술계열 교수] 김 대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의 일과를 체크하고, 종일 무척 바쁠 것 같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켜서 자신의 모습을 닮은 아바타를 불러냈다. 그러고는 아바타에게 자신의 일과 중 상당 부분을 일러주고 직장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얼마 전부터 현대인이 가진 많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와 작은 일에 소비되는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아바타를 구매해 메타버스 시대에 잘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즉, 김 대리와 아바타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서로 역할을 나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아바타는 김 대리가 일러준 지시에 따라 3D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진 메타버스 동사무소를 찾아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서 첫 번째 임무를 위한 행동 절차를 다시 확인했다. 메타버스 동사무소는 3D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입체 공간 구조의 동사무소 홈페이지이다. 3층에 도착한 아바타는 민원 창구를 찾아가 김 대리의 신분증 사본을 제시하고 주민등록등본을 한 통 받아서 동사무소를 나왔다.

그다음 아바타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메타버스 은행을 찾아가 방금 발부받은 주민등록등본과 김 대리의 신분증 사본으로 새로운 통장을 만들었다. 은행 내부는 동사무소보다 훨씬 깨끗하고 현대식으로 지어진 세련된 3D 이미지의 가상현실 홈페이지라고 느껴진다. 아침에 김 대리가 일러준 오늘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증권사에 들러 증권계좌를 하나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다. 지금까지 움직임은 아바타의 AI 기능으로 판단한 결과 증권사 계좌 개설을 위해 주민등록등본과 통장의 필요성을 확인했기에 스스로 동사무소와 은행을 거치면서 통장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김 대리의 아바타는 증권사 메타버스 홈페이지를 찾아가 은행 통장과 연결되는 증권계좌를 하나 만드는 데 성공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자주 들리는 메타버스 공원을 찾아가 연못가 벤치에 앉아 5G 통신라인을 통해 들어오는 증권 현황을 지켜보면서 고민에 잠겼다. 메타버스 공원은 목동에 있는 파리공원을 3D 입체화면으로 가상세계에 옮겨 놓은 가상공간이다. 아침에 김 대리가 두 번째 내려준 오더가 최근 핫하게 증권가를 달구고 있는 OOO 전기자동차 회사의 주식을 50만 원 미만이면 오늘 하루 할당량으로 주어진 금액만큼 사들이고, 그 이상이면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소문 그대로 오르기만 하고 도무지 내려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증권장 마감을 앞두고 잠시 내림장 시세에 25주를 사들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메타버스 백화점에 들러 밝은색 재킷을 한 벌 사야 한다. 재킷 구입도 오늘의 과제이다. 백화점은 수많은 물건으로 가득하고 화려한 곳이다. 어마어마한 넓은 공간에 다양한 물건이 전시돼 있고 방문하는 아바타들로 몹시 붐비는 곳이다. 남자 옷은 2층에 있으므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남성복 코너에 들러 거울에 비치는 김 대리의 전신 3D 영상에 이것저것 재킷을 바꾸어 입혀가면서 어울리는 옷을 하나 고르면 된다. 김 대리 전신 3D 영상은 얼마 전 볼룸메트릭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입체영상 이미지이며 실물과 영락없이 닮은 크기의 3D 데이터이므로 좌우로 360도 회전해서 보거나 아래위로 자연스럽게 회전시킬 수도 있다. 백화점에서는 물건이 하나 팔려나가면 즉시 택배 업체를 통해 물건을 발송하고, 전시 공간에는 새 물건을 채워 넣거나 재고 수량을 수정해 표시한다.

백화점을 나오는 아바타의 손에 쇼핑백이 하나 들려 있지만, 물건은 택배를 통해 전달할 것이다.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 오늘 하루 업무 과정을 정리해 프린트해 두면 된다. 그다음은 김 대리가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를 골라두는 일만 남았다.

김 대리는 오늘 하루 직장에서 회의와 업무에 집중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퇴근을 앞두고 잠시 여유 시간이 있어 컴퓨터를 켜고 아바타에게 맡겨둔 일을 체크하고 있다. 아바타는 생각보다 훌륭히 자신을 대신하여 과업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 하고 있다.

바로 그때 아바타의 모습이 온통 빨갛게 물들고 긴급 메시지가 핸드폰을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자신의 아바타가 해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리는 즉시 백신 프로그램을 주입해 해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야말로 메타버스 강도를 만난 것이다. 메타버스 강도는 보안이 허술한 아바타들을 공격하고 개인정보를 뺏어가기 때문에 메타버스 가상세계의 공포로 존재한다. 마침 김 대리의 아바타는 보안 체계가 강하고 경고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었으므로 큰 화를 면하게 된 것이다.

만약 무방비로 살아가던 아바타가 메타버스 해커의 공격을 당하게 되면 아바타 추노꾼을 통해 그 아바타를 제거해야 된다. 아바타의 주인이 사망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바타를 가상세계에서 제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좀비 아바타로 떠돌게 돼 가상세계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위험하고 복잡한 세상으로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VR/AR/MR/XR 그리고 볼룸메트릭과 메타버스 가상현실 세계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쉽게 미래의 세상을 설명할 것인지 고민 끝에 구상했던 시나리오 일부를 옮겨본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설명으로 다르거나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다 함께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