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한국당뿐 아니라 정부여당도 국정 파행에 책임 있어”
고영주 이사장 “11월 2일이면 이사장 그만둬”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자유한국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방송문회진흥회에 대한 국감이 시작됐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지만 고 이사장은 끝까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10월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방통위가 국감 이후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겠다고 했다는 한국당의 주장은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의 해명으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오늘 국감은 과거 10년을 결산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국감 시작을 알렸다.
앞서 한국당은 10월 26일 “방통위가 방문진법 등 관련법을 무시하고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불법 강행 날치기 했다”며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장악, 그 배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고 이 향후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법적 또는 정치적 책임도 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공영방송 장악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방문진에 대한 국감은 그대로 진행됐다. 국회법 제50조 제5항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인 상임위원회의 경우 위원장 불참 시 다수당인 민주당 간사가 사회권을 넘겨받아 국감을 진행할 수 있다. 또 어제 한국당의 정회 요청으로 진행되지 못한 KBS와 EBS 국감에 대해서는 추후 여야 3당 간사 간 협의를 통해 날짜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국감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감 일정 확정 한 달 안에 국감 일정 변경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고 이사장을 향한 집중 질타가 쏟아졌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고 이사장의 언행을 지켜보면서 ‘저만큼 배우고 사회적 지위에도 오를 만큼 오른 사람이 어떻게 저런 황당한 주장을 확신에 차서 이야기할까’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웠다”며 “답은 과대망상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논란이 일은 MBC 여의도 사옥 매각 강요 의혹에 대해 질문했다. 김 의원은 “고 이사장님 답변을 보면 정체불명의 부동산 브로커인 하모씨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진짜 일면식도 없는가”라고 물었고, 고 이사장은 “제가 만약 하모씨와 일면식이라도 있거나 그 사람한테 커피 한 잔이라도 얻어 마셨거나 하는 사실이 있으면 이사장뿐 아니라 이사까지도 사퇴하겠다고 노조 측에 말했다”며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래서 고 이사장의 사회적 판단 능력이 더 의심스럽다”며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전화 한 통만 받고 MBC 경영진에 소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맞섰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해직자 복직 문제에 대해 물었다. 신 의원은 “이용마, 최승호 등 2012년 파업과 관련한 해직자가 6명 있는데 2심까지 승소했지만 복직 허용이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직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고 이사장은 “2012년에 방송 공정성을 이유로 170일 동안 파업을 했는데 문제는 복직 여부가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공정성이 근로조건에 문제가 되느냐 아니냐”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신 의원은 “1심과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는 건 법원에서 공정성 문제와 언론의 자유 침해 등을 인정한 것”이라며 “방문진이 조속히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 이사장은 “11월 2일이면 이사장을 그만둬서 뭐라고 약속을 못 드리겠다”고 답했다.
고 이사장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문진이라고 하는 기관의 장이신데 이런 비정상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언행이 MBC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자 “저 때문에 지금 MBC의 신뢰도가 낮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영평가보고서 누락 부분을 지적했다. 변 의원은 “2015년 경영평가보고서를 보면 방문진에서도 보도‧시사 부분의 질적 향상을 지적했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권력 감시와 사회 비판이 약해 젊은 시청자 층이 떠났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MBC에도 잘하라고 해놓고는 이제 와서 ‘나는 MBC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정상이고 남들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비정상이면 내가 비정상인지 한번 돌아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도 이 부분에 공감을 표했다. 오 의원은 “외부평가기관에서 MBC의 공익성, 공정성에 거의 최하점을 주고 있는 것이 MBC가 당면한 문제”라며 “MBC의 위상이 왜 추락했는지 겸하하게 수용하고 원인 규명이 필요한데 이런 내용이 초안에 들어가 있는 경영평가보고서가 채택이 안 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다수 이사들이 MBC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고 해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주된 이유는 보도에 대한 평가에 노동 문제를 같이 언급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국민의당은 한국당과 민주당에 국감 파행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리이자 책무인 국감을 거부한다는 것은 국회의 임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당의 책임은 물론이고, 협치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정부여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 내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강조했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 역시 “물론 국감 파행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은 한국당에 있지만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급하게 밀어붙인 정부여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