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사에게 글로벌 HDTV 시장을 빼앗긴 일본이 UHD를 통한 설욕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월 20일 일본 NHK는 UHD 4k를 뛰어넘어 지상파 방송 송출용 8K 장거리 전송실험에 성공했으며, 소치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8k 상용화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서 4k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 되지 않은 현재, 이미 8k를 염두에 둔 일본의 공세가 상당한 수준이다. 일본이 UHD 영역에 최초 접근할 때부터 4k에서 진화한 8k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UHD는 표류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전략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지상파 UHD는 제대로 된 동력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상파는 2차에 거친 실험방송은 물론, 2015년 UHD 본방송을 천명하고 국민행복 700 플랜을 발표하는 등 야심찬 승부수를 던졌으나 막상 미래부로 대표되는 정부 정책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상파 UHD 표준 모델이 기술 보고서로 하향 채택된 일도 벌어졌다.(추후 표준정합 재시도 예정)
이런 상황에서 유료방송, 특히 케이블을 중심으로 UHD 전략을 짜려는 움직임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최근 양휘부 한국케이블TV협회 회장이 지상파 UHD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배경에도 정부의 유료방송 UHD 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야심차게 발족한 UHD 공동 협의체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벌써부터 유료방송 UHD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었으며, 적절한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여기에 지상파 UHD 로드맵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래부는 작년 발표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사실상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전략을 천명했다. 하지만 4k와 8k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며, 이 대목에 이르러 유료방송도 상당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지상파 UHD 가능성이 점점 요원해지며 유료방송 중심의 UHD가 탄력을 받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여기에는 4k를 넘어 8k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유료방송 중심의 UHD를 기정사실로 해야 한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국민행복 700 플랜을 통해 4k와 8k 상용화 로드맵을 구축한 지상파 방송사는 미래부의 적극적인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에 밀려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료방송은 일본의 급성장을 ‘위기 속 기회’로 삼아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구체적으로 명기되지 않은 4k, 8k 로드맵을 촉구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UHD 시장의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