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 수신료 나이지리아 수준”

“국내 TV 수신료 나이지리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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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은 공짜가 아니다. 공짜에 익숙해지고 있는 미디어 수용자들을 각성시켜야 한다.”, “지상파 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가 아니라 보편적 서비스다.”

방송=공짜라는 시청자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TV 수신료 인상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7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방송 산업의 재원 구조와 미래 비전특별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은 시청자들은 매월 20만 원 상당의 통신 요금을 지불하면서도 수신료 인상에는 인색하다며 먼저 시청자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KBS 수신료는 2,500원으로 1981년 정해진 이후 35년째 동결돼 왔다. KBS2007, 2010년에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모두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채 폐기됐고, 지난해 제출된 수신료 인상안은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이번 인상안은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것으로 시청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KBS 수입 중 수신료 비중을 35%에서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라고 KBS는 설명했다.

   
 

발제자로 참석한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공영방송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들의 수신료 재원은 국내 수준의 8~10배고 우리나라 수신료는 비유컨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수준이라며 국내 수신료 수준을 진단한 뒤 시청료가 동결된 것은 정치권력과의 관계 문제, KBS 내부 문제도 있지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도 수신료 인상의 걸림돌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가구 당 통신 요금을 월 20만 원 가량 지불하면서 월 2,500원인 수신료를 1,000원 또는 1,500원 인상하는 것에 대해선 3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저항 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방송과 수신료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다. 그는 또한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이라는 엄격한 잣대로만 수신료 문제를 다룬다면 단언컨대 향후 어떤 정치권에서도 수신료는 인상되지 못할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 시청자와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에서 기본적으로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IT 정책전문대학원장도 “‘지상파=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말 때문에 방송은 무료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지상파는 그냥 보편적 서비스로 무료가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이상기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방송은 무료라고 각인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공감을 표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도입에 따른 재정 확충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정 교수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국내 가전사들의 UHD TV 보급 및 확산, 700MHz 주파수 확보에 따른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은 기술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이지만 재정 정책으로 본다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 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앞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22,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체 재원을 투자해 디지털 전환을 이뤘지만 정부가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디지털 전환 특별법)’에서 약속한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상기 교수는 문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불 금액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을 통신에 쓰고 있다. 통신에 치우친 만큼 방송에 대한 지불 금액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700MHz 주파수 경매 대금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있다“700MHz 주파수 경매 대금을 UHD 콘텐츠 제작 비용 지원으로 쓰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