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 완성도 높은 방송 위해선 OK ...

중간광고? 완성도 높은 방송 위해선 OK
시청자 인식 변화 “양질의 프로그램 위해선 광고로 인한 불편 감수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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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사_1_사이즈 조정[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사리사욕 챙기고자 하는 PPL이 아니라 작품성을 올리기 위한 선택이니 더 노골적이어도 참을 만하다.’, ‘몇 년째 늘지 않는 제작비 채우려고 PD랑 작가들이 PPL 선정하는데 아예 하루를 뺀다는 거 알 사람은 다 안다.’, ‘제작비 부족으로 어설프게 만들어서 퀄리티 떨어지느니 차라리 홍보 좀 해주고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 만드는 게 낫다.’

노골적인 간접광고(PPL)로 논란이 일고 있는 MBC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과도한 PPL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는 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은 ‘시청자들은 다 PPL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과감히 깨트렸다. 물론 PPL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은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을 위해선 다소 불편하지만 참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고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가 실시한 ‘지상파방송의 중간 광고 실시와 시청자 인식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8개 지역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성인 남녀(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지상파 중간 광고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약 35:65로 나타났다. 또 중간 광고의 수익이 어린이, 교양,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공익적인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진다면 중간 광고 도입에 찬성하겠다는 비율은 57.2%로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선 광고로 발생하는 시청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홍 교수는 “여전히 반대가 많지만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과거 시청자 인식 조사에서 거의 90% 이상 반대하던 것과 비교해 지상파 중간 광고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 광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 광고(commercial break)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도중에 광고를 방송하는 제도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위성방송 등에는 허용되지만 지상파방송에는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몇 년 전부터 중간 광고 허용을 주장해오고 있지만 종편을 필두로 한 유료방송 업계의 반대로 중간 광고 허용 논의는 매번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시청자 복지’와 ‘지상파의 독점적 위치’를 근거로 들고 있지만 지난해 이미 CJ E&M의 광고 매출이 지상파를 역전하는 등 방송 광고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오히려 매체 균형 발전 측면에서 본다면 중간 광고는 지상파에 대한 차별적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간 광고 토론회_사이즈 조정한국방송학회 주최로 9월 20일 열린 ‘방송 프로그램, 중간 광고, 그리고 시청자’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이시훈 계명대 교수는 “지상파방송의 광고 비중이 2006년 75.8%에서 지난해 55%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 지상파 광고 매출 역시 KBS 561억 원, MBC 270억 원, SBS 283억 원 감소했다”며 “중간 광고 등 지상파 비대칭적 규제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청자 복지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회의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시청자의 복지와 주권을 보호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돌아오는 편익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에 대한 냉정한 평가로 이해해야 한다”며 “시청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기존의 이분법적인 논의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윤 MBC 부장 역시 “중간 광고로 인한 수익이 공익적 프로그램에 투자된다면 또는 현재 유료방송과 같은 수준의 중간 광고 도입이라면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도 조건부로 찬성할 수 있다는 답변이 높은 것을 보면 시청자들이 ‘시청권=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로 인식하지 않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 업계 전문가들도 “유료방송의 경험으로 이제 중간 광고는 익숙한 시청 환경이 됐다”며 “지상파 중간 광고가 시청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청권 침해 문제는 중간 광고와 관련이 없고, 양질의 콘텐츠 제공이 오히려 시청권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며 “유료방송과 모바일 콘텐츠의 광고 시청 행태를 보면 양질의 콘텐츠 이용 시 광고 노출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이 진행되면 결합판매를 하고 있는 지역 방송, 종교 방송 등 취약매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종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은 “KBS, MBC, SBS와 결합판매 하는 중소 방송사가 약 39개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이들과 연결된 매체들도 다 어려워진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도 생각한다면 이제는 찬반 논의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