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추위,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

공추위,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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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모든 뉴스는 사실에 기초해 진실을 보도해야 하지만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대한민국 언론들은 사실을 보도하지 못했고, 진실도 전달하지 못했다. 특히 검증 없는 받아쓰기 보도로 잇따른 오보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하지 않았던 KBS, MBC 등 공영방송을 향한 비난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로 종합편성채널 JTBC가 뽑히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MBC, EBS 이사들이 한 번에 교체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을 비롯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기회로 삼아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공추위)’를 발족했다.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이사진 구성으로 공영방송에서 사라진 공정성, 자율성을 되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6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영방송 이사회 활동 평가와 과제정책토론회에서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방송학회 소속 학자 71.3%한국 공영방송의 위상과 역할 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공정성 확보를 꼽았다. 또한 공정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69.7%가 정치권력, 20.5%가 경영진이라고 답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공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의 이사나 사장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 지배구조로는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남철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정책실장은 이사진 교체를 코앞에 둔 지금 수십 여 명의 지원자가 너도나도 여당, 야당의 낙점을 받고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대통령 중심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한 뒤 공추위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남 정책실장은 기존의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버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적 추천위원회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민의가 반영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 선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성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도 공공성과 신뢰도 면에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MBC의 현실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인데 이들은 MBC가 잘못돼도 아무런 손해를 입지도 않고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방문진 이사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들을 언급했다. 김 홍보국장은 야당 이사 3(권미혁, 선동규, 최강욱)이 제출한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다뤄질 거라고 예상되던 날 여당 이사 6명은 끝까지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고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여당 추천 6인 야당 추천 3인으로 고착화된 구도에서는 아무리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고자 하더라도 방법이 없다면서 방문진 시스템의 허점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지만 일단 MBC에 대해 진정한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이사들이 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추위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란 의미다.

EBS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정배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장은 방송의 공정책임과 공영성이 강조되는 EBS에 치명타를 입힌 장본인인 이사회가 이춘호 이사장 논란 등에 침묵하고 있다. 안팎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춘호 이사장은 버티고 있고 이사회 내부에서 자정을 위한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EBS 이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선임 구조에 있다고 말했다. 홍 지부장은 “KBS와 방문진 이사회가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인적 구성을 갖추는 것과 비교할 때 EBS 이사회의 구성은 어떠한 추천도 없이 방통위 임명이라는 일방적 임명 방식으로 지극히 편향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방통위가 공영방송의 거버넌스에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거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공추위는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공영방송이 권력의 나팔수와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능하면서 현재 권력독점형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며 그 핵심 중 하나가 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한 투명하고 공정한 이사 선임 절차의 마련이었다고 말했다. 공추위는 발족 선언문을 통해 공영방송 회복에 앞장 설 이사 후보 적임자들을 선정해 방통위와 여야 정치권에 직접 추천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공영방송 이사 추천부터 시작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나아갈 것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