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소위 회부되도 새누리당 반대하면 통과 어려워
KBS와 MBC 내부 구성원들 ‘경영진‧보도 책임자 반성’ 촉구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해가 바뀌었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등 공영방송을 둘러싼 내외부 갈등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야 간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1월 중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60여 명이 공동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는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 7명, 야당 6명 등 13명으로 늘리고, 사장 선임 시 사장추천위원회 설치‧재적 이사 3분의 2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 5명과 종사자 5명 동수로 편성위원회 구성, 편성위원회에서 편성책임자 임명 제청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공영방송 보도 논란 등 KBS와 MBC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여야 모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11월 중순 새누리당이 갑자기 입장을 변경하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통과 여부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새누리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만 빼고 나머지 법안 먼저 법안소위에 넘기자고 주장하면서 미방위의 모든 현안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으로 매몰됐고, 지난해 미방위는 결국 법안 논의 0건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다행히 12월 29일 회의에서 여야 간사가 오는 1월 중 공청회를 개최한 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법안소위에 회부키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1월 9일 국회 관계자는 “1월 임시국회 중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처리키로 했지만 이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야당이 지난해 말 신상진 미방위원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내면서 법안소위 회부라는 카드를 얻어냈지만 개혁보수신당도 새누리당과 비슷한 입장임을 드러내고 있고, 법안소위 역시 여야 동수이기에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BS와 MBC의 내홍도 깊어지고 있다. KBS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1월 4일 성명서를 통해 “불신임당한 본부장 전원을 교체하라”고 촉구했다. KBS가 지난해 말 보도본부장과 제작기술본부장, 시청자본부장 등 3명의 임원을 교체했지만 양대 노조는 “함께 해임됐어야 할 방송본부장이 그대로 유임됐다”며 “불신임당한 본부장 전원을 교체하고, 국장 등 보도 책임자들을 문책,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참사 수준의 뉴스로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보도 본부의 경우 후임 본부장 인선이 우리를 더욱 분노케하고 있다”며 “‘신재민 전 차관 금품수수 보도 누락’, ‘위키리크스 폭로 보도 외면’, ‘삼성비자금 특별검사 아들 삼성 특채 단독보도 불방’, ‘2012년 대선 편파보도’ 등 불공정 보도 행위를 일삼은 이선재 전 국장을 보도본부장에 앉힌 것은 고대영 사장이 여전히 국정농단 속 보도 참사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계속해서 최순실과 친박 일당들을 비호하는 뉴스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MBC는 막내 기자들이 나섰다.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등 MBC 막내 기자 3명은 1월 4일 밤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4분이 안 되는 이 동영상은 제목 그대로 MBC 보도에 대한 반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영상은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를 취재하던 MBC 취재진이 시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회부 3년차 곽동건 기자는 “마이크 태크조차 달지 못하고 실내에 숨어서 중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취재 현장에서 우리를 보고 ‘짖어봐’ 하는 분들도 있고,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을 치는 분들도 많아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덕영 기자는 “최근 MBC는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의 출처에 대해 끈질기게 보도하고 있다”며 “스스로 ‘최순실 것이 맞다’는 보도를 냈다가 다시 ‘의심된다’고 번복하는 모양새도 우습지만 사실 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추측의 추측으로 기사화하는 현실에 젊은 기자들이 절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뒤늦게 최순실 특별취재팀을 꾸렸지만 한 달도 안 돼 해체했고, 보도본부장은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2%대에 접어든 지금도 오히려 ‘우리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이라며 간부들을 격려했다”고 말했다.
3명의 기자들은 “왜 진작 나서서 이 사태를 막지 못했냐고, 안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와서 이러냐고 혼내고 욕해도 좋다”며 “다만 MBC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이 안에서 저희 젊은 기자들이 더 단호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한 번만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하면서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 등 보도 책임자 사퇴, 해직 및 징계 당한 기자 복귀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