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사장 퇴진 운동’…정상화 위한 신호탄 되나

공영방송의 ‘사장 퇴진 운동’…정상화 위한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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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양대 노조와 직능협회 약 한 달째 출근길 피케팅
MBC “김장겸은 물러나라” 본사‧지역 가리지 않는 릴레이 성명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전숙희 기자] 세월호 참사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논란까지 지난 몇 년간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내부 구성원들도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공영방송의 위상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S는 약 한 달 전부터 양대 노동조합과 10개 직능협회가 주축이 돼 출근길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20여 명의 KBS 구성원들이 본관 1층에서 고대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피케팅을 벌이고 있는데 고 사장은 이를 피해 새벽에 출근하거나 지각 출근을 하면서 구성원들과 대면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KBS 양대 노조와 10개 직능협회는 고 사장의 퇴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8%의 구성원이 찬성의 표를 던졌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인호 이사장의 사퇴와 이사회 해체에 대한 질문에서도 90%가 ‘예’라는 응답을 했다고 전했다. 설문 조사는 KBS 국내 근무자 4,975명 중 3,292명이 참여했으며 66.2%의 응답률을 보였다.

양대 노조는 “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로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하락’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며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훼손한 고 사장과 이 이사장을 이대로 묵과할 수 없기에 내부 구성원의 뜻에 따라 퇴진과 해체를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7월 6일 성명을 통해 “고대영, 이인호 등 언론 부역자들이 이른바 ‘아몰랑’ 버티기에 나선 모양새”라며 “고대영과 이인호 퇴진을 위해서 정의와 양심이 허용하는 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총파업은 불가피하다”며 “파업에 돌입한다면 KBS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가장 강력한 투쟁과 수단이 동반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본사에 이어 지역에서도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MBC의 상황도 KBS와 비슷하다. MBC는 기자, 아나운서, PD, 방송기술인들의 성명 발표에 이어 지역에서도 릴레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MBC 방송기술인협회 역시 6월 29일 성명을 통해 “한때 영광을 누렸던 그 MBC는 이제 없다”며 “MBC의 미래는 진정으로 MBC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지금까지 꿈꿔왔던 모든 허황된 것들을 내려놓고 물러나는 것만이 옳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주요 책임자로서 지켜야할 언론 중립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그 권한도 인정받을 수 없다”며 “언론 종사자로서 권력자들의 부패와 비리를 바로잡는데 앞장서야 할 당신들이 오히려 그들의 추종자가 되어, 회사 구성원들에게 굴종을 강요하고 시청자들을 기만하려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동안 회사의 위기니 경기저조니 하며 불안감만 고조시키고 미래를 위한 투자와 제작비를 줄여가며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겨 왔는데 정작 회사의 위기를 가져온 것은 누구인지, 시청자가 외면하는 방송을 만들어낸 건 누구 탓인지 고민이라도 해봤을까 궁금하다”며 “이제 당신들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본사‧지역사의 43개 직능단체들은 7월 10일 본사와 16개 지역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거취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전직원의 95.4%가 ‘김장겸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는 임원을 제외한 보직 국장, 보직 부장뿐 아니라 일반직은 물론 업무직과 연봉직, 계약직 직원까지 전 직원을 총망라해 진행됐으며 총 3,092명 중 2,093명이 답해 67.7%의 응답률을 보였다. 김 사장이 사퇴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는 뉴스‧시사 등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했기 때문(87%)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으며, ‘부당전보, 부당징계 등 노동법 위반’(34.5%), ‘프로그램 경쟁력과 스테이션 이미지를 하락’(32.7%) 순이었다.

MBC 노조와 본사‧지역사의 43개 직능단체들은 7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장겸 사장, 그리고 고영주 방문진 이사진의 즉각 퇴진이라는 (MBC 구성원의 95%를 넘는) 압도적 요구가 확인됐다”며 “이제 우리가 그들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KBS와 MBC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장 퇴진 운동은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엄청난 도전”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숨죽여 지내던 내부 구성원들이 이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노조와 직능단체들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왔는지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하지만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서 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이는 MBC 노조가 김장겸 사장과 MBC 법인을 상대로 낸 특별근로감독 신청에 따른 것으로 고용부는 전‧현직 사장인 김재철‧안광한‧김장겸과 관련 실무자들의 위법행위, 부당노동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특별근로감독은 사법경찰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노동관계법, 단체협약, 취업규칙 위반행위를 조사하는 절차로,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검찰 기소를 통해 사업주는 물론 실무 간부와 노무 담당 사원들까지 형사처벌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특히 노조원에 대한 징계 및 해고, 단체교섭 거부 등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주의 깊게 들여다봤다고 한다.

또 MBC 본사에 이어 춘천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도 6월 29일 신청됐다. 춘천지부는 이날 강원 고용노동지청에 춘천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