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경기방송이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경기방송은 3월 16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달 이사회가 결의한 방송 사업 폐업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주총에는 경기방송 총 주식 수 51만9천900주 가운데 43만2천150주(83.12%)가 참석했으며, 이 중 99.97%인 43만2천50주가 폐업에 찬성했다.
경기방송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부터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주축이 된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이 이어져 기존 예산이 줄줄이 중단 및 삭감돼 매출 급감이 뒤따랐다”며 “내외부 세력의 경영간섭으로 경기방송은 주인 없는 회사로 변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년간 내분을 겪으면서 정상적 방송 언론으로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고, 타 언론사와 지역사회에 폐만 끼치는 사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경기방송은 방송 중단 시점에 대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하고, 새로운 사업자가 방송을 재개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방송 이사회는 2월 20일 이사회를 열어 지상파방송허가를 반납하고 폐업하기로 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사회는 “노사갈등에 따른 급격한 매출 감소, 경영 간섭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김예령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방송 퇴직을 알리며 “2019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한 저의 질문이 결국 경기방송 재허가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기자의 주장은 경기방송의 재허가에 정치적 영향력이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통위는 바로 반박했다. 방통위는 2월 27일 “재허가 심사 과정은 물론이고 방통위 의결 과정에서도 김 기자의 질의와 관련된 사항은 전혀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방통위는 “경기방송은 방송법과 상법을 위반하고 있었으며, 명목상의 대표이사가 아닌 현OO 전무이사가 경영 전반을 장악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며 “재허가 심사위원회는 재허가 중점심사사항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적 항목을 과락(116점/250점)으로 평가했고, 총점 또한 재허가 기준인 650점 미만(647.12점)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투명성 제고 및 편성의 독립성 강화 계획’ 제출을 요구했으나 불성실하게 대응했으며 이 내용은 지난 2010년과 2013년, 2016년 재허가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부가된 내용이었으나 개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기방송이 방통위에 재반박하며 방통위와 경기방송의 신경전은 더 거세졌다. 경기방송은 같은 날 “오죽하면 이런 결단을 내렸겠느냐”며 “모두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회사를 음해하던 세력, 직권남용이나 월권적 업무방해 행위 그리고 그동안 일어났던 언론탄압 등에 대한 전무를 법과 국민들의 심판에 맡김으로써 하나하나씩 밝혀나갈 것”이라고 했다.
경기방송의 이 같은 태도에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재허가 심사에서 시청권 보호와 고용 문제를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는데 시쳇말로 잉크도 마르기 전에 폐업을 결정할 수 있느냐”, “조건부 재허가에도 자의적인 폐업 결정에 나선 것은 방송 사업자로서 기본 자세가 아니다”, “방송 사업 허가를 반납하겠다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방송 시설 매각 금지 같은 (방통위가)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열 대표이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분회(이하 경기방송 노조)는 방통위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 대표이사는 3월 6일 사임계를 제출했다. 정 대표는 “경기방송 주주는 폐업을 하더라도 도민의 청취권과 문화 향유권, 방송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해 방송은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한다”며 “사장직을 내려놓고 방송인으로 돌아가 대책을 위해 헌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기방송 노조는 거듭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 폐업의 이유로 내세운 항목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경기방송 노조는 “경기방송 구성원은 사측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존중해왔고, 파업이나 쟁의를 한 적도 없다”며 “재허가 불발과 같은 위기 속에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생각에 용기 내 목소리를 낸 것일 뿐 경영 개입을 하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사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의회가 예산을 빌미로 경영압박을 했는가?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인가? 방송의 공정성과 책임의식이 부족했다는 반성부터 해야 맞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경기도는 경기방송 총괄본부장의 정부 및 불매운동 비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경기방송 광고를 동결하는 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노조는 마지막으로 방통위를 향해 “우리는 방송법을 준수하는 99.9를 원한다”며 “다시 한 번 청취자 권익 보호와 경기방송 구성원들의 고용 안정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방통위도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 사업자가 폐업할 때 신고의무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서 폐업을 결정한 이상 방통위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딱히 없다. 이에 방통위가 경기방송과 마지막으로 어떤 논의를 할 지, 청취권 보장과 고용 안정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