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실한 3DTV 개발을 위하여

견실한 3DTV 개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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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실한 3DTV 개발을 위하여

서울산업대학교 매체공학과 교수 박구만


3D 영상에 관한 기술 개발 역사는 약 100년 정도로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간혹 중요 영화나 국제적인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있을 때 3D영상이 잠깐 관심을 끌다가 도로 잠잠해지는 반복을 거듭해왔다. 올해엔 영화‘아바타’의 대성공을 발판으로 상반기에만 여러 편의 해외 영화가 국내에 상영되면서 3D영상이 순식간에 익숙해지고 일반인의 기대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이 되었다. 연구 개발자, 영화 관련 종사자들의 영역을 벗어나 실제 일반대중들에게 파고들고 시장도 커져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상영관도 빠르게 3D로 대응해가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위성, 케이블, 지상파에서도 3DTV 실험방송을 진행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이중에서 지상파 3DTV는 어려운 개발 여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앞서 진행되어 오던 디지털방송관련 기술 표준화나 서비스에 대한 계획이 미리 정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말까지 완전한 디지털 전환이 계획되어 있지만, 단순한 디지털 전환은 선명한 화면 말고는 아날로그 TV와 차이가 없다. 그 이상의 디지털 방송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디지털방식의 최대 혜택 중의 하나인 멀티스크린 방송도 아직 체계적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의 혜택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수가 늘어나기(MMS Multi Mode Service)를 기대하고 있다. HD와 여러 SD화면을 동시에 전송하는 멀티모드 서비스 등에 대한 추진 등이 3DTV 개발에 앞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방송, 이동방송 및 3DTV에 관련된 기술들과 표준들이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정말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국내 방송방식이 되고 최종적으로 본방송의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경쟁 기술들에 대한 비교 분석과 우선순위 등에 대한 신중한 논의와 선택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상파 3DTV도 신중한 선택의 대상이다.

3D 비디오를 위한 부호화 기술도 개발되고 있고 표준화도 여러 차례 소개되고 있다. 현재 전송중인 HDTV화면에 할당된 비트량 일부를 할애해서 3D 다시점 화면을 부호화하는데, 이는 화질 저하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별도의 3DTV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서 고품질을 확보할지 기존의 대역에서 전송할지 선택의 여지가 있다. 700MHz 대역을 반납하는 상황에서는 별도의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좀 더 우수한 부호화 방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유료방송인 케이블, 위성, IPTV는 충분한 전송 비트율을 확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더욱이 화면의 대형화 추세도 3DTV 개발시 고려해야 한다. 3D화면의 개발과 초고해상도화면인 UHDTV의 개발 사이에 종합적인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두 가지가 결합된 3D UHDTV도 고려해 봐야 한다. 부호화에서도 신중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이후 주파수 활용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 경매용으로 700MHz 대역을 반납하는 대신 차세대 이동멀티미디어 방송, 수신율을 높이기 위한 중계용 주파수, 새로운 방송에 대한 실험용 대역, 3DTV에 대한 주파수 할당의 당위성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주파수 없는 3DTV 개발과 서비스 계획은 옹색할 수 밖에 없다.

무안경식 또는 안경식 디스플레이, 가볍고 편리한 고성능 안경, 캠코더, 홈 비디오, 홈시어터 등 관련 기기의 실용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렇게 여러 주변 기기들에 관련돼서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족한 지식으로 짐작하는 바이지만 이미 우리는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방송사의 수많은 아날로그 제작 및 전송장비, 가정의 수상기, 비디오기기 등을 산업 폐기물로 버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이후, 새로운 3DTV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개시될 때 디스플레이, 홈비디오, 더 나아가 관련된 컴퓨터와 주변기기, 휴대폰, 프린터 등이 다시 한번 거대한 산업폐기물이 될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될 때마다 어차피 기기들이 버려질 것을 생각하면 불필요하게 버려지지 않을 신중한 방식 결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3DTV는 또한 시각장애인과 시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어떤 최소한의 혜택이라도 제공해 줄 수 있을 지 고민해봐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역시 고려하면 좋겠다. 여러 요소를 신중하고 꼼꼼하게 고려하여 견실한 3DTV의 개발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