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 컬럼>3D 열풍과 한국의 방송

<강희종 컬럼>3D 열풍과 한국의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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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화 ‘아바타’ 열풍이 좀처럼 시들지 않고 있다. 누구를 만나든 ‘아바타’는 대화의 단골 메뉴가 됐다. 그만큼 열광했으니 이제 한발 물러서서 아바타 열풍을 되씹어 볼 때가 된 것 같다.

 지난해 5월에 열렸던 ‘KOBA2009’ 행사 기념식에 참석했던 방송통신위원회 송도균 상임위원(당시 부위원장)이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오늘 전시장을 둘러보니 3D니 울트라HD니 하는 신기술이 등장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HD에 투자하기도 바쁜데 3D를 하라고 하니 벅찰 것 같다.” 당시만 해도 3D는 그냥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쯤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또, 지난해 만난 방송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3D는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세계 최초’로 지상파를 이용한 풀(Full) 3D 실험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방통위는 사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 계획을 수립했다. 초기에는 케이블을 이용한 실험방송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지상파는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외에서 이미 유료방송을 통한 3D 실험방송 중인데 국내에서 뭔가 획기적인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서 지상파 3D 실험방송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KBS가 적극적으로 3D 실험방송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KBS도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스카이라이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 1일부터 ‘세계최초’ 24시간 3D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스카이라이프는 작년 방통위가 실험방송을 계획할 때 주파수 부족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했던 곳이었다. 따라서 방통위의 올해 3D 실험방송 계획에 포함되지도 않았다가 최근에야 동참했다. 스카이라이프가 갑자기 3D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은 작년 9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IBC에 참관한 이후다. 3D가 당장 눈앞에 온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례를 볼 때 국내 방송사들이 3D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것은 결코 오래되지 않았다. 국내에서의 3D에 대한 관심 고조는 최근 개봉한 ‘아바타’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0’의 영향이 크다.
 
 3D 열풍이 불면서 각종 매체에서 3D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 결론은 대체로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3D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줄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3D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3D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일천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근까지 국내에서 3D에 대한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그러나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주지하듯이 3D 붐업은 미국 헐리우드와 일본 가전사들이 자기들 필요에 의해 조성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불법복제와 수익성 악화의 돌파구를 3D에서 찾았다. 소니 등 가전사들은 HD 분야에서 한국업체에 뒤지자 3D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3D 산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동인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3D 산업이 미국과 일본의 자본에 의해 조장됐다고 해서 우리가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다. 3D 시대가 언제 오겠나 했지만 벌써 우리 앞에 와 있는 것이다. 기술은 이렇듯 느닷없이 우리를 미래로 이끈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이미 국내에서만 1000만명이 ‘아바타’식의 3D에 익숙해졌고 눈높이가 높아졌다. 소니, 파나소닉 등은 이제 이런 소비자들을 노릴 것이다.

 문제는 영화사와 가전사, 방송사의 셈법이 다르다는 데 있다. 영화사는 3D를 통해 불법복제를 막는 동시에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는 이미 아바타로 입증됐다. 가전사는 3D를 통해 포스트 HDTV 시대를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3D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무료 보편 서비스를 지향하는 지상파방송사들이 3D에 선뜻 투자하기는 어렵다. 3D 방송 프로그램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제작 장비를 새로 구입해야 하지만 그만큼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3D 프로그램이라고 광고 단가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수신료는 고정돼 있다. 주파수의 문제는 더욱 더 현실적이다. 현재 디지털전환에 할당된 주파수로 3D 방송을 추가하기는 어렵다. 외국의 지상파방송사들이 기술이 없어서 ‘세계 최초 실험방송’ 타이틀을 한국에 내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유료방송의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영세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3D 제작을 꿈꾸는 건 언감생심이다. 현재 PP들은 HD로 전환하기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이다. 고가의 외국의 3D 방송을 구매한다 해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부터 그만큼 더 후한 대접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SO는 3D 방송 채널을 추가하는 대가로 가입자들에게 수신료를 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스카이라이프가 3D 시험 방송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실 투자 대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처럼 국내에서 3D 산업이 선순환할 수 있는 생태계는 아직 조성돼 있지 않다. 시장이 커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3D 시장이 오기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간절히 바라는 주체는 역시 가전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그랬던 것처럼 국내에서 3D 시장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곳은 삼성, LG와 같은 가전사가 아닌가 한다. 3D 콘텐츠에 대한 가전사들의 투자를 기대해 본다.

강희종 디지털타임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