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전 업, 방송 미디어

[칼럼] 버전 업, 방송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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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은 업그레이드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버그를 잡는 것도,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Launching) 하는 것도 신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진 카카오톡 앱은 최신 버전에서 ‘전화번호로 친구 추가 허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상대방이 내 전화번호를 저장하면 친구 리스트에 자동으로 추가되어 불편했던 이용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내 프로필 관리의 선택권이 부여된 것이다. 이 옵션을 비활성화하면 내가 원하는 사람만 내 프로필을 볼 수 있게 하고, 다른 사람이 내 전화번호를 추가하거나 검색해도 자동으로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되지 않는다. 물론 사업에 필요하다면 이전처럼 친구 추가를 허용하면 된다. 해당 옵션을 비활성화해도 친구를 추가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카카오톡 ID로 추가하거나 친구 추가용 QR 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단체 채팅방에서 친구의 프로필을 클릭한 후 추가할 수도 있다.

오늘은 추락하는 지상파방송 플랫폼의 영향력을 되살리고, 사랑받는 미디어 서비스로 재도약하는 필수 조건 중 하나로 ‘버전 업’을 강조하고 싶다. 콘텐츠도, 서비스 기술도 빠른 업그레이드는 중요하다. 매스커뮤니케이션 시대의 방송은 독보적인 플랫폼이었다. 방송 주파수를 활용한 서비스는 힘의 상징이었고 정보 전달의 핵심 통로였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세대에게 정보는 신뢰도 보다 편리성과 속도가 먼저다. 흔히 말하는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는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지상파방송에는 ‘커뮤니케이션 혁신 서비스’가 필요하다. 방법은 방송 플랫폼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는 앱과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다. 이것은 소셜미디어 사용에 익숙한 MZ 세대가 선호하는 짧은 길이의 숏폼 콘텐츠 만들기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끌리는 서비스로 유혹해야만 콘텐츠 제공의 기회를 얻는 절박함이 숨어있다.

프랑스의 별종 스냅챗이라 불리는 비리얼(BeReal) 앱의 사례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생존 전략을 잘 보여준다. ‘비리얼’은 2년 만에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2022년 가장 핫한 앱으로 주목받았다. “서비스 규칙은 하루에 한 번 임의의 시간에 알람이 울린다. 사진 포스팅은 하루에 딱 한 장, 사진 업로드 타임 제한은 2분. 필터를 입혀서 예쁘게 꾸밀 시간도 없다. 내가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친구의 사진도 볼 수 없다. 친구 사진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매일 지워진다.”

인스타그램을 위협하던 ‘비리얼’의 인기가 3년 만에 시들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실패에서 얻을 교훈은 무엇인가? 틱톡의 숏폼 영상이 성공하자 유튜브의 숏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스냅챗의 스포트라이트가 따라 했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서비스 따라 하기에 당한 것이다. ‘비리얼’이 성공하자 이번에는 틱톡이 영상 업로드까지 가능한 ‘틱톡나우’ 서비스를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은 ‘캔디드(Candid) 스토리’로, 스냅챗은 전·후면 동시 촬영 ‘듀얼 카메라’로 따라 하며 신선함을 퇴색시켜 버렸다. 다음은 하루 단 한 장의 사진 업로드와 하루가 지나면 지워지는 콘텐츠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리고 알람을 받아 콘텐츠를 올릴 시간에 MZ 세대는 대부분 학교에 있었다. 학교생활 사진, 공부하는 노트북 사진으로 누가 즐거워하겠는가?

그럼 ‘비리얼’이 신규 서비스 효과로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도 편한 시간에 영상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강력한 동력인 ‘중독성’이라는 무기가 없었다. 또, 사용자의 이탈을 막는 빠른 ‘버전 업’도 없었다. 시장조사기관 ‘센터타워’의 조사에서 매일 앱을 여는 사용자 수는 비리얼 9%, 인스타그램 39%, 틱톡 29%로 나타난 것이 반증이다. MZ 세대는 매혹적인 서비스에 올라타는 것도 빠르지만, 하차하는 것은 더 빨랐다.

지상파 방송사의 추락을 반추해 보자. 밀려오는 소셜미디어 물결의 중심에 젊은 층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전 업’ 혁신 서비스는 없었다. 그나마 방송사 연구소에서 시도했던 모바일 앱과 TV를 연결하는 기술도 상시 서비스 안착까지는 이어가지 못했다. TV 수상기 중심이었던 미디어 이용의 고정 관념을 깨는 것도, 콘텐츠 마케팅 방안도 부족했다. 지금이라도 유튜브·넷플릭스가 주도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중심 콘텐츠 시장의 성공 노하우를 벤치마킹하자. 성공으로 가는 두 축은 기술과 콘텐츠 이용 행태를 리딩하는 서비스 방안이라 하겠다.

이제 지상파방송 서비스의 미래, 생존 퍼즐 맞추기의 첫 실마리를 풀어보자. 젊은 고객이라는 타깃층, 성공한 유·무료 OTT 채널의 매력적인 서비스, 짧은 유행 사이클 따라잡기를 분석해야 한다. 더불어 준비된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도달시키는 미디어 이벤트를 펼쳐야 한다. 실행 방안은 무엇일까? 중독성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의 ‘버전 업’, 콘텐츠의 ‘버전 업’을 이루어야 한다. 온라인 소셜미디어 세상은 ‘진정성’보다 ‘속도’가 먼저라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또한, 지상파 방송의 가치를 지키면서 다른 플랫폼을 활용하는 생존전략도 변절이 아니다. 1년에 두 번이라는 편성 개편의 한계에서 탈출하는 서비스를 강화하자. 그것이 ‘지상파 플랫폼’이든 ‘유튜브 플랫폼’이든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콘텐츠 배달의 중심축은 어떤 교통수단(서비스)을 선택하는가에 있고, 고객 유치 방안은 얼마나 빠른 ‘버전 업’을 제공하는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