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엔지니어에게 권장해야 할 국가기술자격, 전기기사

[칼럼] 방송 엔지니어에게 권장해야 할 국가기술자격, 전기기사

2016
   2024년을 맞아 방송기술저널 칼럼 필진에 임중곤 지상파UHD방송추진협회(UHD KOREA) 신임 사무총장이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임 사무총장은 KBS 방송기술연구소에서 UHD방송 시스템을 연구하고, UHD추진단에서 허가신청, 정책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방송기술인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통찰력 있는 분석으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칼럼을 올 한 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방송기술저널=임중곤 KBS 전략개발부] 지난 1월,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출근하던 중 마스크를 착용하고 좌석에 앉아계신 분이 필자의 팔을 툭툭 건드리면서 아는 척을 했다. 7, 8년 전에 정년퇴임을 하신 A 선배님이셨다.

“선배님, 오랜만이세요. 그런데 이렇게 이른 아침에 어디 가세요?”
“어디 가긴? 출근하지!”
“어디요?”
“OO아파트 OO단지.”

나는 단박에 다음 질문을 드렸다.“네? 선배님 전기기사 따셨어요?”
“응, 퇴직하고 공부해서 시험을 봤는데 1년 정도 걸렸어. 필기는 한 번에 합격했는데, 실기를 삼수 만에 붙었어.”
“그러면 지금 아파트 관리사무소 전기과장님이시겠네요?”
“응~”

그 후 별도 약속을 잡고 A 선배를 다시 만났다. 궁금한 점도 많아 식사하면서 퇴직 후 전기기사 자격의 활용에 대해서 문의할 시간을 가졌다.

A 선배는 퇴직 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국가기술자격 전기기사 시험에 도전해서 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취득 후 해당 분야 경력이 전무한 상태라 시내의 특고압(22.9kW), 1,500kW 미만의 전기 설비를 운용하는 건물에서 관리사무소장을 했고, 2년 경력 요건을 채워 설비용량 무제한 선임이 가능한 자격이 되었다. 그 결과 현재 약 1,500세대(전기설비용량 약 8,000~1만kW)의 관리사무소의 전기과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약 65세의 퇴직자로서 4대 보험을 포함한 보수는 만족스럽다고 하며, 후배들의 경우 재직 중 자격을 취득해서 은퇴한다면 한 스텝 빠른 적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엔 전기기사 자격과 소방안전관리자 1급 등 2종의 자격은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보수에 관한 내용은 따로 문의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전기 및 설비과장(1명) 신규 채용 예산 연간 4,632만 원(월 386만 원)’이라는 공지문을 엘리베이터에서 본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을 이어갔다.

“전기과장은 아파트 변전실 전기설비 안전 점검 및 유지보수 업무를 자주 하시나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전기 및 설비 관련 직원이 계셔서 전기과장이 직접 전기설비 유지, 보수 관리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아.”
“그러면 평소의 주업무는 무엇인가요?”
“주업무는 월별 전기요금 정산이라고 보면 될 거야. 한전에서 자료를 받지만, 아파트 세대별로 감면이나 면제를 받는 케이스가 많아서 그건 일일이 체크해서, 최종 정산은 전기과장이 해야 해. 그리고 나머지는 기타 업무인데 워낙 관리사무소가 소수 인력으로 운영하다 보니 직원들의 일을 분담해서 하기도 해. 요즘엔 물론 분리고지 건으로 TV수신료 업무도 복잡해졌지(웃음).”

눈 온 다음 날이라 미끄러운 길이지만 훈훈한 점심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 방송사 신규 엔지니어 채용 시 우대받는 국가기술자격증으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전기기사, 정보처리기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주관하는 무선설비기사, 방송통신기사, 정보통신기사, 정보보안기사 등이 있다. 전기기사가 우대 자격에 포함된다.

방송사 엔지니어는 무선설비 및 정보통신 설비를 갖추고 방송 제작, 송출, 송신 등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기본적으로 22.9kV 특고압을 220V 저압으로 감압하는 변전시설을 구내에 설치하고, 사용하는 전력량은 상당히 크다. 방송사는 항상 건물과 시설에 대한 화재, 직원과 내방객들에 대한 감전 사고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업장이다. 사용하는 전기 관련 설비와 전기공작물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사내 전기직무 동료들만의 업무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방송사 엔지니어 중에 전기기사 자격을 갖추고 입사하는 경우는 전기직무를 제외하고는 드물다. 오히려 재직 중 40대 이후 독학으로 취득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이는 자격의 책임감과 공부 부담이 매우 커 그럴 수밖에 없다.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서의 전기기사 자격 취득은 준비 단계 부담이 과하다. 말하자면 가성비가 나쁘다.

하지만 지금 현장에서 우리가 사무용으로 사용하고 방송에 사용하는 전기 안전에 해박한 전문 자격자들은 아무리 많이 존재해도 과하지 않다. 그 인력들은 방송 제작 및 송출, 송신 현장에서 전기요금 절감과 전기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등 전기에 대해 능동적인 직원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기사 자격 준비가 직원 본연 업무에 방해가 되거나 주변 동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력 부족으로 신음하는 요즘의 방송 현장에서 주 52시간 내 근무 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과정이므로 정정당당하게 공부하며 준비함이 옳다.

한편으로 집의 책상 앞에서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고, 어려운 삼각함수 문제를 다시 푸는 모습은 가족들에게 위안을 주고 가장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