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칼럼] 미투 운동

1839

[방송기술저널=오건식 SBS 뉴미디어개발팀 부국장] 원래는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의 기술적 성과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요즘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MeToo나 #WithYou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한 명의 방송기술인 이전에 정상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필자가 모른 척할 수 없다는 쓸데없는 사명감으로.

할리우드 제작자의 성추행 및 폭력 고발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는 시인, 검사, 연기자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고백이나 고발로 이뤄지고 있다. 오히려 원조인 미국 등에 비해 더 큰 울림을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형식적으로만 성범죄 예방을 해 온 것 같다. 사회적으로는 지난 2009년 ‘장자연 리스트’ 의 수사 및 처벌이 흐지부지되면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큰 논란이 된 사건의 가해자는 사회적으로 유명인사들인 것이 특징이다. ‘영웅은 호색’이라는 잘못된 사고를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호색이 먼저’라고 멋대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얼마 전 M본부 <PD수첩>에서 다룬 배우들의 증언은 가히 충격적이다. 여배우 C가 유명 감독, 유명 남자 주연배우, 심지어 남자 주연배우의 매니저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고 이 충격으로 연예계 자체를 떠나 살았다고 한 고백은 연예계에 만연한 막연한 의구심을 확인하는 과정이라서 씁쓸했다. 가해자들이 이러한 파렴치한 과거를 감춘 상태로 가면을 쓰고 방송에 나왔다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수집했던 국내외 영화제 트로피들을 조속히 회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핑을 통해 얻은 기록이 취소 처분 되듯이 이들이 만든 콘텐츠나 받은 상은 당연히 말소돼야 할 것이다. <PD수첩>에 나온 피해 배우의 외침이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그 짓을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았어요.”

새삼 학교에서의 성추행·성폭행이 거론되고 있다. 성인들 대부분 초중고를 거쳤으니 그 사례는 무궁무진할 것 같다. 이러한 성추행·성폭행 등이 조금이나마 권력을 가진 권력자에 의한 갑질이란 측면에서 보면, 학교나 군대는 거의 완벽한 환경이다. 가해자는 교육·훈육이나 격려 차원이었다고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끔 완벽한 쉴드를 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현직 도지사나 정치인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이러한 미투 운동이 아니었다면 드러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성희롱·성폭력의 가해자들이 성 윤리 교육을 제대로 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유명감독이나 배우가 이런 류의 강의를 들었을까? 도지사가 직원들에게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으라고 지시는 했겠지만 본인은 과연 참석했을까? 권력을 가진 이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성 윤리 교육을 안 받는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종류의 피교육생도 되기를 꺼려한다. 꼭 성희롱이나 성폭력 예방 교육 시행만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교육에 참석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여타 교육생과 동등하다고 느끼는 자세가 남녀 성평등의 출발점이다. 필자는 성희롱 예방 교육에 참여해서 가끔 졸거나 웹 검색을 한 점 인정한다. 하지만 형식 속에 내용이 있는 법이다. 이러한 교육을 정례화하는 회사나 참석하는 과정에서 주의 환기가 되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될 때쯤 본 영화 <신과 함께>는 화재를 진압하던 한 착한 소방관이 저승 가서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의 영화인데, 개인적으로 스토리보다 더 놀라운 것은 저승의 방대한 아카이브 용량이었다. 이승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다 저장돼 있다. 마치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아이의 선행과 악행을 알고 계시듯이 옥황상제와 그 스태프들은 모든 CCTV 영상을 갖고 계셨다. 더 놀라운 것은 거의 실시간으로 검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저승의 아카이브는 원 영상뿐 아니라 메타데이터 저장 및 관리가 매우 잘 되고 있다고 느꼈다. 콘텐츠 아카이브 관련 IT 개발자들이 본받아야 할 시스템이다. 아울러 우리 모두 몰래카메라 영상이 저승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대부분 미투 운동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용기에 격려를 보내면서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2차 피해의 하나는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인력의 채용을 꺼리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정치판에서는 여성 보좌관이나 비서의 채용을 꺼린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같이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대증 요법으로만 처리하려고 하기 쉽다. 방송기술계는 지금도 타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 인력의 비중이 적은데 이를 빌미로 여성 엔지니어 채용을 줄이는 만행을 하지는 말자.

미투 운동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큰 이정표가 되기를 빌면서, 그래도 본지가 방송기술저널인지라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술적 성과에 대해 짧게나마 전해 들은 이야기를 하고 끝내야 할 것 같다. 지난 여러 번의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방송에서는 뉴미디어나 새로운 제작 기술을 선보였으나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에서는 특별한 뉴미디어나 제작 기술을 선보이지는 않았다. 3D 방송이나 VR 등의 이벤트성 방송기술보다는 4K UHD TV 기술이 보편화했음을 증명한 이벤트였다고 생각된다. 심지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의 방송사에서도 주변 장비의 개발이 덜 됐고 주파수 가용 문제가 있는 8K UHD TV보다는 4K UHD TV로 중계를 할 것 같다. 현재 시점에서 보기에 8K보다는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을 탑재한 4K UHD TV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생각도 그렇다. Me T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