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SBS 노조위원장

[인터뷰] 윤창현 SBS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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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SBS는 지난해 10여 년 동안 노사 갈등을 일으킨 SBS 수익 유출 문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노-사-대주주 간 협상을 체결했다. 박정훈 SBS 사장과 신경렬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윤창현 SBS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2월 20일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 추진 △수직계열화 추진 과정에서 SBS 자산 순유출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후 SBS 콘텐츠허브는 최대주주인 SBS 미디어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64.96%를 SBS로 넘겼고, SBS는 콘텐츠허브의 최대주주가 됐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콘텐츠허브 사장으로 SBS드라마본부장이자 자회사 스토리웍스 사장인 김영섭 상무를 기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콘텐츠허브 이사진도 대주주가 장악했다. 노조는 당장 반발했다. SBS가 아닌 SBS 외곽에서 제작과 유통 기능의 합병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10여 년 만의 협상으로 마무리될 것 같았던 노-사-대주주 간 갈등은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올해 1월 대주주인 태영건설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는 불가능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SBS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해결방안은 있는지 윤창현 SBS 노조위원장을 만나봤다.

Q. 태영건설이 투자회사인 TY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태영건설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태영건설 측에 따르면 지배구조가 투명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화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현재 태영건설-미디어홀딩스-SBS로 이어지는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 것인가?

A. 현재 문제를 이해하려면 그동안의 과정을 좀 이해해야 한다. 1990년 태영건설이 SBS 설립 허가를 받았을 때 지분이 30%였다. 당시 방송법의 최대 주주 지분은 30%였다. 이때 SBS의 총 자본금이 1000억 원이었고, 태영건설이 300억 원을 출자했다. 태영건설 밑에 SBS가 있고, SBS가 방송 관련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형태였다. 그러다 2004년 재허가 파동이 벌어진다. SBS 설립 허가를 받을 당시 윤세영 태영건설 회장은 세전 이익의 1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친필 문서를 공보처에 제출했다. 그런데 재허가를 앞둔 시점에 경양신문에서 이 내용을 보도했다. 윤 회장이 했던 약속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가 조건 위반이다. 실제로 2004년에 SBS 허가가 취소될 뻔했다. 이때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대주주의 사익 추구 행위를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하고 내부 개혁을 약속한다. 그리고 이때 밀린 돈을 삭감해 납입하고, 노와 사, 시청자 대표로 구성된 민방특위를 만들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민방특위에서 논의한 결과가 SBS 미디어홀딩스 체제다. 지주회사로 분리해서 태영건설이 SBS를 직접 지배하지 않는 체제로 만들자는 것이다. 미디어홀딩스 설립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소유는 하지만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모델이 바로 미디어홀딩스 체제였다. 그 결과 2008년부터 태영건설-미디어홀딩스-SBS의 지배구조가 됐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SBS 밑에 있던 콘텐츠허브, 인터내셔널, 미디어넷 등과 같은 자회사들을 미디어홀딩스 밑에 두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윤석민 부회장이 실질적인 지배를 하게 되고, SBS 수익이 모두 미디어홀딩스로 들어가게 된다. 노조가 추산한 결과 약 3,900억 원이다. 그래서 노조가 2017년부터 콘텐츠허브를 SBS 밑에 두는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노-사-대주주 합의를 통해 현재 태영건설(모회사)-미디어홀딩스(자회사:지주회사)-SBS(손회사)-콘텐츠허브의 구조로 만들었다. 여기서 태영건설은 지주회사가 아니고 미디어홀딩스만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발표한 것처럼 오는 6월 30일 TY홀딩스와 태영건설로 나뉘게 되면 TY홀딩스(모회사:지주회사)-미디어홀딩스(자회사:지주회사)-SBS(손회사)-콘텐츠허브(증손회사) 구조로 바뀌게 된다. 즉 지주회사 2개가 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Q. 현행 공정거래법 제8조의2(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등)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의 손회사는 증손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해야 한다. 100%가 아닐 경우 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SBS가 콘텐츠허브를 비롯한 DMC미디어 등 SBS의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는 것인데 방송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현재 SBS의 자회사 중 광고를 판매하는 M&C라는 회사가 있다. 방송광고판매대행법에 따르면 SBS는 M&C의 지분을 40% 이상 소유해선 안 된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손회사는 증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해야 한다. 두 법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걸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지만 회사에서는 공정거래법 유예 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그 안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만 답한다. 합리적인 방법이 무엇이냐고 노조에서 물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건 SBS는 지상파 방송사라는 점이다. 그냥 수익만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이 아니다. 국민의 전파를 빌려쓰는 지상파 방송은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데 지금 태영건설이 추진하려는 일, 태영건설을 지주회사로 체제로 바꾸겠다는 것은 단순히 대주주 개인의 지배력 강화에만 목적이 있다. 그 어떤 공익적 목적도 담고 있지 않다. 현재 태영건설-미디어홀딩스-SBS-콘텐츠허브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문제가 하나도 없는데 굳이 이중 지주회사 체제로 바꿔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초래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내가 역으로 묻고 싶다. TY홀딩스 체제로 전환해서 자칫 쑥대밭이 될 수도 있는 SBS가, 그리고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Q. 2018년 말 기준으로 태영건설의 자산 규모가 8조 3천억 원에 이르렀다. 방송법에 따라 자산 규모가 10조 원을 넘게 되면 태영건설은 SBS의 지배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각설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대주주와 대화를 해 본 지 워낙 오래 돼 정확한 속내는 모르겠다. 허나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생각한다면 매각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지난 2017년 임명동의제 합의 과정에서 태영건설 창업주인 윤세영 회장과 만나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시 윤 회장은 지상파 호시절이 다 끝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SBS를) 팔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힘들어서 푸념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지금은 2세 경영 체제로 넘어간 상황이다. 자본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SBS에 타격을 주는 방안도 서슴없이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SBS가 이익이 안 된다고 판단할 경우 한시라도 빨리 매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 어느 회사도 매각 전에 ‘나 팔 거야’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회사에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대주주의 속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또 현재 공시가 된 자산규모가 그 정도인데 내부적 평가로는 그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태영건설이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는 TSK코퍼레이션이 있다. 현재 기업 가치가 2~3조 원으로 예측된다는 기사도 있는데, 이 회사를 연내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상장이 되면 재평가받을 것이고 기업 가치는 더 오를 것이다. 자산 규모 10조 원은 금방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노조에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태영건설 측에서는 발표한 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에선 이에 대응해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A. 이 문제는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의 사회적 책임과 구성원들의 생존권 문제가 걸려 있다. 물론 노조로 다각도로 대응을 할 것이지만 여기서 우리 사회는 ‘방송이라는 사회적 공기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 것인지’, ‘개인의 지배 또는 사적 이익 확대를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상파 나아가 방송 산업 전체에 치명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방통위는 태영건설의 TY홀딩스 체제 전환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방통위는 SBS의 설립 목적 그리고 그 외 사회적 책임 등이 훼손되지 않고 이행될 수 있도록 강제할 책임이 있다.

Q. 지상파 방송사는 올해 재허가를 앞두고 있다. 태영건설이 TY홀딩스 체제로 전환한다면 재허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굉장히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을 운영하겠다고 허가를 신청한 건데 지금 태영건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대주주의 사적 목적 때문에 지상파 방송에 문제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제대로 된 상식을 가진 심사위원이라면 TY홀딩스 체제 전환으로 다양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SBS를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다. 상식의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라는 말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