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지상파방송 시청을 위한 무리한 도전?

[사설] UHD 지상파방송 시청을 위한 무리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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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종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지상파 UHD 방송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되살아나는 듯하다. 지상파 UHD 방송을 통해 월드컵 시청 소감을 공유하거나, UHD 화질의 월드컵을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읽다 보니 생각보다 UHD 지상파방송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2017년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한 이후, 지상파에만 적용하던 각종 규제, 광고 시장 변화, 경제적 요인에 따른 방송사의 소극적 투자, 코로나 팬데믹 상황, OTT 생태계의 거대화, 시청행태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상파 UHD 방송을 일반 가정에서 시청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 됐다.

일단 지상파 UHD 방송은 현재 직접 수신을 통해서만 시청 가능하다. 지상파 UHD 수신 기능이 있는 수상기에 실내 또는 실외 안테나를 연결하거나, 본인이 주거하는 주택에 UHD 공시청 설비가 설치돼 있는 경우, 가정 내의 벽면 단자와 UHD 수상기를 연결하면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을 것이다. 지상파 UHD 수신이 가능한 TV가 별도로 있는 것인가? 대기업에서 출시하는 UHD TV가 아닌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해 지상파 수신이 가능한 튜너 기능 일부를 넣지 않은, TV의 개념이 아닌 4K 해상도 모니터로 판매하는 중소기업의 UHD TV나, 일부 외국 제품을 직구로 구매한 경우에는 국내 지상파 UHD 방송 시청을 할 수 없다. 별도의 지상파 수신 장비를 추가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IPTV, 케이블 방송 등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 HDMI 단자를 통해 유료방송 사업자가 제공하는 방송을 시청하는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도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지상파 재전송은 UHD가 아닌 HD 해상도로만 시청이 가능하다. 지상파 UHD 수신이 가능한 TV의 경우에도 유료방송만을 통해서 지상파를 시청한다면 UHD가 아닌 HD 방송을 시청하게 된다. 이 경우 유료방송 사업자가 제공하는 일부 UHD 프로그램은 시청 가능하다. 물론 하나의 UHD 수상기에 안테나 신호와 유료방송 단자를 모두 연결하고 입력 신호를 변경하면 지상파 UHD 방송과 유료방송을 동시에 시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하는 OTT 서비스 이용은 추가 외부 장치나 TV 자체 기능을 통해 사용할 수 있으니 지상파 UHD 방송과는 무관하다.

일단 조건을 충족해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면 UHD 스포츠 중계나 UHD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의 프로그램(일반적으로 화면 상단에 UHD 표시가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UHD 화질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상파를 통해 HDR 방식으로 방송했으며, 특히 최근 들어 큰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에도 HDR 방식을 사용해 시청자들에게 좀 더 생생한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HD 방송을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영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시청 경험을 하게 되면 지상파 UHD 방송과 HD 방송을 같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아직은 지상파 UHD 방송을 통해서 편성하는 모든 콘텐츠가 UHD 제작물만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차이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HD 제작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UHD 수상기를 통해 시청한다고 해도 HD 방송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UHD 수상기의 보급률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UHD 지상파방송을 볼 수 있는 시청자의 수는 보급률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UHD 지상파방송이 본궤도에 올라, 보편적 서비스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지역과 제공하는 UHD 콘텐츠의 확대가 필수란 사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재원’, 쉽게 말해 ‘돈’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UHD 콘텐츠와 HD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용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사용하는 장비와 설비가 HD 프로그램 제작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비용을 요구한다. 하지만 UHD 제작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다 보니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시설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수도권과 광역시를 벗어나 UHD 방송을 전국에서 시청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UHD 송신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지역방송사가 고액의 추가 시설 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는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문제로, 정부는 방송 관련 기금 등 예산 활용, 장비와 시설 투자에 대한 혜택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제작·송출 인프라 구축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원을 방송사에 해줘야 한다. 이와 동시에 방송사는 양질의 UHD 콘텐츠 제작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제작비 증가와 인력 유출, 지상파 광고 시장의 역성장 등의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변 여건을 탓하기보다 누군가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면 그것은 방송 제작 주체인 방송사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또한, ATSC 3.0 기반의 지상파 UHD 방송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 개발을 위한 산학 협력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최고의 화질과 시청자들에게 보다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는 부가 서비스, 재난 상황에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의 위상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서는 정부의 방송과 서비스에 대한 규제도 많은 부분 수정해야 한다.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의 참신성과 창의성을 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지상파 제작물에 대한 규제(특히나, 다른 매체와의 불공정한 규제)는 빨리 없애야 할 것이다.

UHD TV의 보급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지금의 미디어 소비 형태를 고려한다면 TV 제조사의 미래가 밝다고만은 볼 수 없다. 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제품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HD 방송을 통해 잠재적인 UHD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영상을 제공하는 것도 소비를 촉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혼자 할 수 없다면 함께 가는 방법도 고려해 볼 시기가 된 것이다.

OTT를 위한 모니터로 나아갈 것인지 UHD 지상파 방송을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TV 수상기로 갈 것인지를 결정했다면 사용자들에게 좀 더 편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방송사와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 시장을 키워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물론 한국 내수 시장은 작다. 하지만, 최근 ATSC 3.0 UHD 방송의 부가 서비스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실증이 이뤄지고 있는 곳 또한 한국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방송사와 수상기 제조사와의 협력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청자가 사용하기에 보다 편리하고, 지상파방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를 함께 서비스할 수 있는 편리한 생활가전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갑자기 생뚱맞은 얘기긴 하지만 의류 건조기의 경우, 초기 배수 문제로 인한 설치 장소의 제약은 건조기 내부에 분리형 배수통을 설치해 해결했고, 공장에서 고정 제작하던 문 때문에 사용자들이 겪었던 불편함은 설치 장소에 따라 문의 방향을 바꿔 현장 설치하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해 사용 편의성과 설치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많은 부가 기능을 추가해 이제는 생활 필수가전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TV 수상기도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최근 모든 가전이 인테리어의 일부라면 향후에는 눈에 거슬리거나, 연결이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안테나를 수상기 내부에 미리 장착해 사용자의 장치 설치에 대한 제약 사항을 사전 제거해 사용자 접근성을 높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드웨어적인 문제뿐 아니라, 자사의 수상기에 최적화된 영상(드라마, 다큐멘터리 포함)의 제작 지원이나 자체 제작물을 지상파를 통해 방송하는 것도 자사 수상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 또는 향후 잠재적 구매자 확보 방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서로 관계에 있는 모두가 서로가 함께 모여 더 발전적인 방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UHD 지상파방송을 수신하기 위한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기반 시설, 콘텐츠, 수상기 등 관련 업계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2년 12월 아날로그 방송의 중단을 통한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린 것 같은 극적인 모습은 아니더라도, 2017년 시작한 UHD 지상파방송이 수도권과 광역시 방송으로 남는 상황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