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깃발 아래 함께 하자

[사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깃발 아래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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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조충남 MBC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지난 10월 18일, 광화문광장에서 ‘힘내라 공영방송 구하자 KBS’ 행사가 열렸다. 방송사 직원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공영방송을 살리자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그날 행사에는 김승준 KBS 방송기술인협회장을 응원하기 위해 MBC, EBS, CBS, YTN 방송기술인협회장들도 함께했다. KBS 국정감사에서 회사의 사찰 의혹에 휩싸인 김승준 협회장은 국정감사의 참고인으로 채택되었다. KBS 이사회가 승인한 기술본부 조직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회사 업무시간 및 외부 활동 시간까지 사찰당한 것이다. KBS 이사회는 9월 25일 방송기술 조직을 5국 17부 1프로젝트팀으로 변경하는 조직 개편안을 의결했고, 그 결과 기술본부 조직이 사실상 절반으로 축소되는 상황이다.

KBS 기술본부의 위기는 박민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미 예견되었다. 방송국 출신이 아닌 신문사 출신 사장의 눈에는 인원이 많은 기술본부가 비효율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발생하는 재정 문제를 빌미로, 그동안 눈엣가시였던 기술본부를 축소하여 공영방송의 본질을 위협하려는 것이다. 조직 개편은 언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되어 왔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효율성 검토 없는 통폐합과 경영진의 기술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은 방송기술인들의 실망과 사기 저하를 초래한다. 이는 결국 기술 전문성 하락과 유능한 기술 인력의 축소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방송 품질 저하로 이어져 KBS의 신뢰도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방송 제작 기법의 빠른 변화와 새로운 모바일 환경에 맞춘 제작 기술 연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술을 제작 시스템에 적용하면서 기술 조직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 조직 축소는 이러한 혁신과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때인데, 합의되지 않은 조직 개편은 기술 인력의 전문성을 크게 약화시키고, 인재 유출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KBS 기술본부의 조직 축소는 단지 KBS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연합회 회원사들도 경영의 어려움을 핑계로 기술인프라본부를 축소하고, 퇴직한 인력을 보충하지 않고, 촉탁이나 계약직 직원으로 대체하고 있다. 방송사마다 방송기술을 발전시키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엔지니어의 전문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조직 분위기는 기술 조직의 결속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1987년 방송기술 발전과 올바른 방송문화 창달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연합회 38년 역사 가운데 올해 2024년은 매우 힘든 시기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예산이 ‘과학기술계 카르텔’을 거론하며 크게 삭감되어 방송기술교육원 교육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방송 시장의 전반적인 축소로 방송 장비 구축이 연기되면서 방송 장비 시장도 점차 축소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이 지속된다면, 연합회의 가장 큰 행사인 KOBA 또한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직원 임금 미지급과 폐국 위기 사태를 겪고 있는 TBS 회원들을 위해 TBS 정상화 시점까지 연합회 분담금 납부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김승준 협회장의 노력으로 RAPA와의 업무협약, 미래방송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연합회의 재정 안정과 외부 여러 기관과의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강하고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진행한 기술본부의 조직 개편안에 대한 김승준 협회장의 국감 참고인 발언은 연합회 회원들이 모두 느끼는 기술본부의 위기감을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방송 제작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AI의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이 어떠한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송기술인은 능동적으로 발 빠르게 변화해야 하고, 회사의 전폭적인 재원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송사의 경영 환경의 어려움으로 축소 지향적 사내 분위기와 노령화되는 방송기술인이 현실이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에서 보여준 방송기술인협회장들의 단합된 모습이 이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힘이 될 거라 믿는다. 타 회원사가 겪는 어려움은 바로 나의 어려움이 될 수 있으며, 모두의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우리 연합회원들은 서로의 어깨를 빌려주는 어깨동무이다. 내가 나를 응원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더욱 강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를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