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변화와 미디어 엔지니어

[사설] 직업의 변화와 미디어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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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지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직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탄생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탄생과 소멸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분화되기도 한다. 직업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산업과 시장의 축소 및 팽창, 대체 기술의 수준, 비용 대비 효과, 사회적 관점의 수용 가능성 등이다. 특히나 데이터의 무한 증가, 네트워크의 무한 확장, 컴퓨팅 파워의 무한 성장 등의 디지털 기술혁신이 직업의 변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기술혁신은 생산성 효과로 총고용을 증가시키나, 고용의 양극화를 폭증시키는 결과도 낳았다. 1900년대 초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시작한 방송국 구성원은 이제 기술 이외에 수많은 직군으로 분화되어 각자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다. 수많은 직군의 분화 및 다양한 방송 채널의 등장 등으로 인해 한국 방송 산업 전체 외형은 커졌으나 내부의 노동 분화 및 양극화는 기술에 대한 양면성을 보여준다. 상층부에는 소수의 일자리만, 하층부는 다수의 일자리를 추가하고 있지만, 중간 수준의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비핵심적’이라고 자체 판단된 기능은 외주 용역 회사나 프리랜서로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의 채용이 한창이다. 방송기술 엔지니어를 미디어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간판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방송국이 생겨나고 있다. ‘미디어’라는 간판으로 바꾸고 IT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이 시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헤쳐 나가려는 방송국과 엔지니어들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판에만 연연하거나 효율만 추구하는 것은 방송국의 밝은 미래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회사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직무 축소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일의 효율화에만 치중하지 말고, 조직의 재설계를 통해 창의성, 열정, 직원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은 선배가 전수하는 도제식 교육 이외에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방송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직무 교육을 직능단체나 외부 업체에 맡기고 방관하고 있다. 수요가 줄어드는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직무 재설계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직원은 스스로 진로를 설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예측 가능한 역량을 주니어사원 때 배워서 퇴직 때까지 사용했지만, 기술의 반감기가 짧아지고,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하고 진보함에 따라 끊임없이 배우고, 스스로 나아가야 할 길을 설계해야 한다. 기술적인 전문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디자인, 협력, 프로젝트 관리 등의 전문성을 같이 결합한 융합형 인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술적 진보가 가져올 미래의 변화와 직업 대안은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설계하고 결정해야 한다.

맥킨지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직업군 중 약 60%를 30% 이상의 비율로 자동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였다. 당장 하루아침에 내가 가진 직업이 자동화로 인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노동을 기술로 대체하는 비용이 낮아져서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하면 직업의 수입 및 안정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자동화로 인해 직업의 재정의 및 직무 프로세스의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직업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기존 노동력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려 직무를 고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떻게 미디어 엔지니어 역할을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직무를 자동화시키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높은 목표를 달성하고, 많은 가치를 창출을 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다. 미디어 엔지니어의 구체적인 업무는 서서히 변화하겠지만, 사실을 전달하고,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핵심적인 서비스 가치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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