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는 지역방송 생존을 위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라

[사설] 정부와 국회는 지역방송 생존을 위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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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조충남 MBC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4월 10일 총선으로 모든 언론의 관심이 선거에 집중되는 동안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에 의거한 제6기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위원이 3월에 위촉되었다. 제6기 지역방송발전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상인 위원장을 필두로 지역방송 관련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위원들로 구성했으며, 청년위원 위촉을 통해 지역방송 발전을 위한 청년의 목소리 또한 반영했다. 임기는 2027년 3월까지 3년이다.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을 마련한 지 10년이 됐지만 지역방송 발전은 여전히 요원하다. 지역방송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려면 독립적 재원 마련과 규제 완화, 그리고 지역방송 전담 인력 투입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은 하나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역방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적인 재정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은 별도의 기금 없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활용하고 있는데, 방통위가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분야에 편성한 예산은 45억 3,000만 원이다. 이는 1개의 지역사당 1억 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지역 방송사가 생각하는 금액과 현실적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 방송사는 100억여 원 규모의 예산 증액을 요청했지만, 요청 자체가 거의 묵살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이야기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는 방송사와의 경쟁에 밀려 지역 방송사에 대한 지원은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지역 MBC와 지역 민방은 방송사가 아니라 ‘방송도 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 번째로는 방송 관련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봄철 산불과 여름철 홍수와 태풍, 그리고 지진 등 재난방송의 예산 지원 및 재난 통보, 흘림 자막의 자동 방송이 있다. 행정안전부가 보내는 재난 통보문을 화면 하단에 흘림 자막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한 건이라도 놓치면 과태료가 1,500만 원이다. 재난방송 속보 때문에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어 지역 방송사에서는 광고비와 전파료 손실 등도 감안해 대응해야 한다. 또한 지역에 국한한 태풍 속보 등은 지역방송이 오롯이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편성 변경이 여의찮을 경우의 대책에 대해서도 지역 방송사 홀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재난방송의 실적 등을 평가할 때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부분도 감안한다면 이런 고민이 줄어들 것이다.

광고 규제도 상당하다. 햄버거나 피자 같은 고열량, 저영양 식품, 맥주 같은 주류는 광고를 시간대별로 제한하는데 광고 재원이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여전히 과거 규제에만 묶여 있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규제라는 지적이다. 만약 경제 논리로 지역방송을 관리한다면 지역 네트워크의 언론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갈수록 지역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규제에 대한 합리적 고민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방통위가 전향적 자세로 지역방송에 대한 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춘다면, 또 수도권 중심의 네트워크를 조금은 완화한다면 지역방송은 조금 더 지속 가능한 생태계에서 운영되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는 지역 미디어 정책 전담 공무원의 증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가 미디어 산업을 동시에 관할하다 보니, 방송, 미디어, 콘텐츠 산업융합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도 부처 간 소관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그렇다 보니 독립적인 재정 확보와 규제 완화에 대한 노력에 한계가 있다. 지역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을 늘려서 재정 확대와 실효적인 정책 수립에 힘을 보태야 한다.

네 번째로 필요한 것은 지역 방송사 간 소통과 협업이다. 코로나 비상 상황에서 중앙과 지역, 지역과 지역 간의 소통이 적어지면서, 상생보다는 적은 예산이라도 인접 지역끼리 경쟁하는 관계가 되다 보니 지역 방송사 간 소통이 적어졌다. 방통위 주관으로 MBC, SBS와 지역 MBC, 지역민방 등이 반기별 1회 이상 모여 공동 제작과 편성, 광고 배분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운영하고, ‘지역 뉴스 아카이브 구축 지원’ 등으로 서로의 영상 자원을 공유 및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는데 이 같은 대책을 하루빨리 현실에 적용하길 바란다.

지역방송 지원 사업은 단순히 지역 방송사를 돕는 게 아니다. 지역사회 및 지역 커뮤니티가 붕괴하지 않고 유지하는 데 기초가 되는 사업이다. 방송 및 언론 지망생들이 서울로 대거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방송사의 지원 인력은 점점 줄어들고, 현직에 있는 지역 방송사 직원 또한 서울로 이직을 하는 현상은 지역 방송사의 인력 공동화를 만들고, 직원의 고령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방송 환경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방송사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응할 만한 인력이나 역량, 인프라를 갖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의 지역방송 34개사 중 13개 방송만이 뉴미디어 관련 조직을 유지하고 있고, 그마저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진 않다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번 22대 총선 결과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이전에 계획하던 지역방송 정책을 22대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지역방송발전기금 조성 및 지역방송을 위한 재원 확보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또한 지역방송을 위한 공적 재원 마련을 위해 수신료 징수 문제, 분배 범위, 지원 대상, 지역방송 미디어의 정의 및 범위 설정을 조속히 논의하여 지역민의 보편적인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해 힘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