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자

[사설] 지상파 방송사,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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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상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서울시는 최근 마포구 상암동에서 ‘자율주행 모빌리티 실증’ 발대식을 열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여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비대면) 모빌리티’를 조기에 안착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율주행 버스 3대, 승용차 4대, 배달로봇 3대 등 10대를 투입해 자율주행 차량 시범 운행을 하고, 오는 6월 중순부터는 시민들의 신청을 받아 자율주행 모빌리티 체험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자율주행 산업은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특히 미디어 관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영상 콘텐츠 소비의 대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라마운트 픽쳐스의 미래학자 테드 쉴로위츠(Ted Schilowitz) 역시 “영상 제작사들이 영상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자율주행차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자율주행차 홍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자동차 안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모습이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동하는 시간 동안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 쇼핑,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얼마 전 볼보(volvo)와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In-Vehicle Infotainment) 서비스 기술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5G를 적용해 통신망 기반으로 끊김없는 초고화질 미디어 서비스를 22년식 일부 차량에 제공한다고 한다. IVI는 탑승자를 위한 주행정보(Information)와 즐길 거리(Entertainment)를 통칭하는 것으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오는 2030년 관련 시장이 1조5000억 달러(한화 약 1,7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K텔레콤은 향후 통합 IVI에 5G를 적용해 차량 내에서 UHD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국내에서 UHD 콘텐츠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제작하고 있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행보는 답답하기만 하다. 지상파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ATSC 3.0 칩을 자동차에 탑재하면 재난방송과 같은 무료보편적인 서비스는 물론 통신망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초고화질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자동차에 ATSC 3.0 칩을 탑재하자는 방송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부의 철 지난 규제들이 지상파 방송사의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하지만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여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방송사의 의지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차세대 방송 표준인 ATSC 3.0을 자율주행차에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자율주행차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콘텐츠를 초고화질(UHD)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 방송그룹은 올해 1월 SK텔레콤과 합작회사를 출범했다. 이들은 방송용 클라우드 인프라, 초저지연 OTT 서비스, 개인 맞춤형 광고 등에 집중한 뒤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방송과 통신, 자동차 등 이전에는 각각 나누어져 있던 산업이 4차 산업혁명으로 한 데 묶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IVI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방송으로만 국한했던 서비스 방향을 이제는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주장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한 만큼 지상파 UHD 서비스를 잘 활용한다면 IVI 산업에서 안전한 콘텐츠의 공급과 재난 정보의 제공을 통해 방송통신 산업의 균형 발전과 시청자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지상파 UHD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바로 서야 방송의 공적 영역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방송 시장의 파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가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ATSC 3.0을 활용한 부가 서비스를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지상파를 활용한 재난방송 서비스의 고도화는 물론이고 UHD 모바일 등 다양한 방통융합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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