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과 공정한 경쟁…그리고 중간 광고

[사설] ‘기울어진 운동장’과 공정한 경쟁…그리고 중간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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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재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혹자는 대선이 이제서야 끝이 났다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대선 이전부터 일부 야당의 입을 통해서 계속 나오고 있는 표현이 있다.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실력 차이(유권자들의 지지)가 그만큼 난다는 뜻이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마치 뭔가 불공평하다는 하소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소연처럼 들리니 거기에 적용되는 규칙에도 눈길이 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원래 규칙대로 정정당당하게 실력대로 겨루면 되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강팀이 우승하는 것도,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도 비록 운동장은 기울어졌지만 원칙과 룰은 기울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정정당당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월드컵도, 선거도 규칙의 틀 안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뤄서 승자를 가리는 것이 그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부를 가리는 것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승부를 가리는 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 원칙에 약간의 예외를 두기도 한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골프에서 핸디를 잡아주는 것이라든지, 볼링에서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도 경쟁의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다른 중요한 목적에는 부합하는 ‘수평화를 위한 예외 조항’이 아닐까 한다.

또한, 시장 경제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아주 제한적이긴 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이는 힘이 수평으로 맞춰놓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의 시장 개입이고, 미디어 시장에서의 대표적 예가 지상파에 대한 중간 광고 제한이다. 골프와 볼링에서 그 예외가 활성화라는 목적에 충실히 부합하듯, 지상파 중간 광고 제한도 결과적으로 미디어 광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순기능을 일정 기간 해왔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또 분명한 것은 예외는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고 임시적 조치라는 본질을 벗어날 수는 없다.

지상파 중간 광고 규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찬반 의견 또한 팽팽하다. 반대 측의 논리는 시청률 위주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 제작이 늘고 방송 프로그램 상업화가 심해져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의 논리는 재원 확대와 프로그램 내에서의 호흡 조절이 가능해짐으로 인해 프로그램 질이 높아지고, 전체 광고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측 주장 다 일리가 있으며, 대체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다른 전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빼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경쟁 당사자다. 물론 경쟁 자체만 고려해서 모든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논쟁이 있을 때 경쟁 그 자체를 빼고 얘기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는 얘기기 때문이다.

사실 지상파 중간 광고는 원래부터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고, 허용되다가 1973년 유신정권에 의해 폐지된 것이다. 이후 여러 번 허용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번번이 ‘시청자의 볼 권리’ 차원에서 무산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허용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시청자의 볼 권리’가 모든 논점을 덮어버린다. 물론 가장 중요한 가치기는 하지만 이것 때문에 모든 논점을 그냥 덮는 상황을 지속하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그리고 이 논의에 있어서 ‘볼 권리’와 함께 시장에서의 경쟁과 거기에 적용되는 규칙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입각해서 논점을 2가지로 최소화해서 생각해보자.

우선, 현재 시점에서 지상파에만 중간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경쟁의 측면에서 여전히 정당한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예외는 소위 후발주자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적용되는 한시적 규칙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후발주자들은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서 최근에는 지상파 방송사를 능가하거나 거의 필적하는 광고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제 굳이 외부에서 힘을 주지 않아도 운동장은 수평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청자 볼 권리 측면에서도 앞에서 언급한 방송사들은 광고주와 시청자 모두를 적당히 만족시키는 세련된 방식으로 중간 광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채널의 많은 프로그램의 중간 광고에 익숙해진 현재의 시청자들은 이미 옛날 정부가 걱정하던 시청자들이 아니다. 많은 채널의 양질의 프로그램의 중간 광고에 익숙해져 있을 뿐 아니라 타깃 광고 등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광고 밴드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제품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도 있게 됐다. 원칙이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가 된 것이다.

필자는 개발자 출신이다. 그리고 개발에는 불문율이 있다. ‘예외 처리는 반드시 Side Effect를 발생시킨다. 예외 처리가 필요 없는 상황이 되면 그 코드는 코멘트 처리해야 한다.’ 또한, 예외가 오래됐다고 원칙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외는 예외일 뿐이다. 시장은 성숙했고, 소비자도 충분히 성숙했다. 이제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에 관한 논의를 위 명제를 믿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관점에서 진행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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