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공적 책무와 중간광고

[사설] 방송의 공적 책무와 중간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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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재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여부가 결정될 듯 말 듯하며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다. 생존의 위기에 몰린 방송사들에는 더욱더 절실해진 반면에 이를 둘러싼 정치 상황은 여전히 과거의 핑퐁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중간광고 허용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자신들의 손을 떠났다고 손을 놓고 있고, 청와대는 여전히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야당에서는 아예 중간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서 발의까지 마쳤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시된 여론 조사는 여전히 중간광고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 지상파의 공적 책무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콘텐츠 유통 환경과 광고 관련 기술 및 기법의 발전 추세를 볼 때 이렇게 머물러 있는 상태는 안타깝기만 하다.

우선, 영상 콘텐츠의 소비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영상 소비의 단위가 프로그램이 아닌 클립으로 변화했다. 영상 소비의 주체를 더 이상 시청자라고 하지 않고 소비자라고 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비게 되는 시간에, 다양한 디바이스(특히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영상을 소비한다. 그리고, 이 패턴은 안방이라고 다르지 않다. 소비자가 모바일에서 짧게 그리고 끊어서 소비하듯이 TV를 볼 때도 이러한 호흡 조절에 익숙해져 있고 현재는 이러한 시청 패턴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콘텐츠 제작자 역시 이러한 중간 숨구멍을 기준으로 프로그램 내 호흡 조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호흡 조절이 된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2차 유통으로 손쉽게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로, 광고 관련 기술 및 기법의 발전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바일로 영상을 보다가 뜬금없이 광고가 나오는 상황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영상 재생 직전이나 재생 도중에 불시에 나오는 소위 프리롤, 미드롤 광고는 개인별로 타깃화돼 노출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영상 유통 시장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간광고의 허용 여부와 지상파방송의 공적 책무 간의 연결성이 더욱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즉, 중간광고가 시청권을 침해하며, 방송사의 공적 책무 달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간광고 불허가 ‘공정한’ 경쟁을 통한 문화 콘텐츠 사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발전이 이미 단계를 뛰어넘고 있는데, 그 이전 단계에 해당하는 규제가 여전히 풀리고 있지 않다는 것은 ‘시장’이라는 개념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시장에는 콘텐츠 시장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이미 새로운 단계의 추세와 흐름에 이미 익숙해져 있고 이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어쩔 수 없이 강요된 과거의 방식에서 더 불편함을 느낄지 모른다.

앞에서 언급하였듯, 중간광고는 더 이상 방송의 공적 책무 차원에서 다루어질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시장 질서를 정상화하여, 제대로 된 경쟁 체제를 구축하여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융성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중간광고 문제를 시장에 돌려주고, 방송의 공적 책무는 다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제 시장을 믿어도 될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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