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로서 방송의 역할

[사설] 공공재로서 방송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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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상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중국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강타한 코로나19(COVID19)가 이제는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유럽 주요 국가가 국경을 봉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지만, 소규모 집단 감염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 지구적 재난 상황에서 나라별 대응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중국은 감염병 발생 초기부터 권위주의적 검열과 통제로 일관했다. 이상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린 의사를 잡아다가 반성문을 쓰게 하는가 하면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정부가 SNS를 검열하고 있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가 있었다. 급기야는 인구 천만이 넘는 도시 우한을 봉쇄하고 국가의 경제와 산업을 정지시키고 나서야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코로나19 진단 검사로 인해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보이고 있는 바이러스 전염의 확산세를 찾아볼 수가 없다. 올림픽이라는 축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다. 더구나 올림픽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선수가 참가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개최지에서 전염병이 발발하지 않았더라도 방역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현지에서 발생한 감염병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상황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일본 정부의 초기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보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폄하하고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일본 언론이 많았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응은 민주주의와 성숙한 시민사회, 언론의 자유가 만들어낸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장점을 살린 것은 공무원과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과 함께 성숙된 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재난 상황을 충실히 알리고 문제점을 짚어가며 대안을 고민했던 언론을 보며 공공재로서 언론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략적이고 정파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상파방송은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이 방송을 통해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하는 신규 확진자 상황을 지켜보고 저녁 시간 주요 뉴스를 챙겨보면서 걱정을 함께하고 고통을 나누는 성숙한 시민들의 모습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KBS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TV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취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의(正義)에 대해 논하면서 의사와 선장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 의술을 사용함으로써 환자를 이롭게 하고 선장은 안전한 항해로 선원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정의라고 소크라테스는 역설했다. 마찬가지로 방송에 있어서의 정의는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를 이롭게 하는 것일 것이고 우리는 이러한 공공재로서 방송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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