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콘텐츠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가?

[칼럼] 미디어와 콘텐츠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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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녈=김동욱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회장] 얼마 전 저녁 9시 뉴스에 가수 고 유재하 씨가 밴드와 함께 공연하는 비디오를 CG 영상과 실사 영상을 합성해 유사 홀로그램으로 대중에게 시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고인이 된 유재하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듯이 볼 수 있다고. 또 며칠 전 신문에는 인공지능(AI)이 초상화를 그린다는 기사, 또 그전에는 AI가 고객이 원하는 스토리로 소설과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CG 영상의 기원은 우리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됐지만, 영화관이나 TV를 통해 실사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영상을 실현한 것은 아마도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아바타>로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AI는 194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해 흥망을 거듭해오다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린 계기는 분명 ‘알파고’이고, 현재는 그 후속 버전들이 나와 당시의 알파고를 ‘알파고 리’라 부르고 있다. 이 AI 바둑 프로그램이 약 150개의 CPU와 약 50개의 GPU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세계에 내놓으라는 바둑 기사들을 줄줄이 쓰러뜨리는 걸 본 우리는 가히 경악 수준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AI는 그 뒤로 놀라울 정도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요즈음도 새로운 기술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영상 분야다. 영상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판별하는 것은 물론, 내가 그린 밑그림을 고흐 풍으로 완성하기도 하고, 배 속에 있는 아이의 20대 얼굴을 예측하기도 하며, 인터넷에서 구한 여러 영상을 합성해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잠깐 영상 미디어를 살펴보자. 정보 함축량 등을 고려하면 현재 가장 대중적인 미디어는 영상 미디어일 것이다. 영상 미디어로는 단연 TV 방송이 오랜 시간 대표자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단방향의 일방적인 고전적 방송은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흐르고 있다. 이미 TV 시청자의 90% 이상이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를 시청하고 있는데, 아마도 양방향 서비스라는 큰 흐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대중이 가장 많이 접근하는 매체는 유튜브(Youtube)이다. 이것은 10·20·30대 정도로 국한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그들이 곧 우리 사회의 주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라도 이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 영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에서부터 신기술 소개, 개인사까지 정말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요즈음 누구에게 필요한 자료에 대해 얘기하면 거의 대답은 ‘유튜브 찾아봐’이다. 유튜브의 메리트는 단연 무료라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유튜브라는 틀 안에 모든 게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 기존 방송과는 다른 시점에서의 내용,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의 다양성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것과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군더더기 없이 간단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영상물에 국한해 대중들이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집은 IPTV를 시청하고 있다. 내가 주로 보는 채널은 10개 정도로 한정돼 있지만, 채널을 돌리면서 요즈음 느끼는 것은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예전에 주로 방송되던 인기 구기 종목에서 벗어나 장기, 바둑, 낚시, 심지어 당구까지 전문 채널을 몇 개씩 갖고 있으며, 시청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할 만큼 예측불허이고, 짧지만 아주 강한 자극을 비정기적으로 제공한다. 이런 것이 대중에게 만족감을 주는 형태인 것 같다.

그다음으로 시청률이 높은 것이 예능이라고 한다. 예능의 트렌드를 보면 예전처럼 유명 연예인들이 모여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토크 방송은 거의 없고, 현지에서 그 상황에 따라 진행되는 방송이 대부분이다. 이런 방송의 시작은 10년쯤 전 <패밀리가 떴다>, <1박2일>, <무한도전> 같은 방송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송들은 특별한 주제를 갖고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 뒤 오디션 방송을 지나 지금은 먹방, 쿡방, 뷰티 등 특정 주제로 프로그램을 국한하는 예능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이한 사항은 유튜브 방송 콘텐츠를 TV 방송에서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랜선라이프>의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방송의 또 하나의 특징은 주인공이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지상파방송에서 꽤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방송이 <나 혼자 산다>라고 한다. 이 방송의 주인공은 연예인이지만 가수나 배우로서의 역할이 아닌 그 사람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 방송이나 영상물이 담겨있던 틀을 과감히 깨버린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중들이 즐겨 찾는 영상물의 또 다른 특징은 몇십 분의 영상물보다 몇 분의 짧고 간결한 영상물이라는 것이다. 즉, 이야기의 도입이나 전개 같은 부분은 다 생략되고 보여주고자 하는 결과만을 담은 콘텐츠를 좋아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니 최소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려고 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한다고 연일 매스컴에서 울부짖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AI, 스마트미디어,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지칭한다. 이는 다분히 4차 산업혁명을 만들어가고 이끌어가는 사람들 측면에서의 용어이고, 기술적 측면에서의 단어들이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의 주역 범주에 속하지 않은 일반 대중은 어떠할까? 아마도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가보다 어떤 결과가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올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이 있을 것이다. ‘혁명’이라는 말이 들어갔으니,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고 또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무르익었을 때 일반 대중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모든 면을 다 들여다본다는 것은 나의 영역을 많이 벗어나 불가능해 보이지만, 영상 분야에 국한해서 예측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시대가 되면 우선 현재도 많이 회자되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자동차에서 화상회의를 하기도 하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을 스마트미디어 덕분에 간단히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남성복 브랜드에서 내 취향에 맞는 신상 제품에 대한 정보도 받게 되고, 백화점에 도착하면 어느 매장에서 내가 원하는 상품을 구비하고 있는지를 알려줄 것이며, 우리 집 냉장고에 어떤 식품이 모자라는지도 알려줄 것이다. 그러면 집에 도착해서 저녁 시간을 TV를 보며 즐길 때 7시에 다큐멘터리, 8시에 드라마, 9시에 뉴스를 시간에 맞춰서 보게 될까? 지금처럼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보내준 방송 또는 pay channel에서 제공하는 영화를 보면 만족해할까?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훔치며 시청하는 것으로 끝날까?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기술을 종합해서 생각하면 최소한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AI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고, 빅데이터와 IoT를 연동해서 나만의 영상이나 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에 올리고, 또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영상을 감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다. 대장금의 딸 소원이가 주인공이 되는 제2의 대장금 드라마를 개인이 만들어 유튜브에 올릴 수도 있고, Sad ending 영화를 Happy ending으로 바꿔서 대중에게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권이니 그런 문제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우선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TV나 영화관을 찾지 않고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차고 넘쳐날 것이다. 게다가 나만의 스토리를 그럴싸한 영상물로 완성하는 일도 어렵지 않으리라 예측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방송이라는 범주에 속했던 많은 것들이 그 범주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어느 일간신문에서 ‘전문가 시대는 끝났다’라는 칼럼을 본 적 있다. 이 칼럼은 자녀 교육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즉, 특정 전문가를 만들고자 어릴 때부터 한 분야에 교육을 집중시키는 것은 현시대에 맞지 않고,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또 자녀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말리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칼럼에서 그 이면을 생각하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기술을 종합해보면 그 기술의 결과물이 이미 상당 분야 전문가를 대신할 역량을 일반인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적 전문가가 더 이상 필요 없는 분야가 속출하고, 그 분야는 아예 전문가라는 호칭이 없어져 그 직종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교육이라는 것의 패러다임도 많은 지식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융합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앞으로의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며, 그 생각을 실현하는 도구는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이 글을 쓰기 전부터, 또 이 글을 쓰면서도, ‘그럼 앞으로 영상 콘텐츠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 것이며, 또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해보려 애를 썼지만, 능력이 부족해 뚜렷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4~5년 전에 어느 학회에 ‘IoT 시대를 바라보는 방송은…’이라는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방통융합시대를 맞으면서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이 위기를 맞았다는 것인데, 거기서도 ‘콘텐츠 제공자(content provider, pp)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라는 질책만 했을 뿐 답이나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제 우리는 방통융합보다 훨씬 큰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도를 만났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파도는 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호 성향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아니, 소비자의 성향이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기적으로는 딱 맞아떨어지고 있다. 영상 분야에 국한해서 보더라도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연구자들보다는 영상물을 기획에서부터 제작·배포에 이르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되는 것 같다. 물론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발전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뉴스, 스포츠 중계, 재난 방송,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담은 다큐멘터리 등은 방송사들이 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콘텐츠로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케이블TV가 활성화하면서 방송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그래서 그동안의 인력 적채가 모두 풀렸으며, 관련 업체도 우후죽순 생겼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이 광풍으로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방법은 작은 실마리에서 찾아질 수도 있고, 상당 시간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어쨌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고, 거기에 앞서 마음을 열고 생각을 비우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는 공학자들의 기술적 자문보다는 인문학자들의 견해, 사회학자들의 통찰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 공학자라 더 넓고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관련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건투를 비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칠 수밖에 없겠다. 어저께 대형마트와 백화점 때문에 소비자의 발길이 뚝뚝 끊겨오던 전통시장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뉴스를 봤다. 전통시장 2층에 대형마트를 유치함으로써 매출도 늘고 입점을 희망하는 대기 점포까지 생겼단다. 이런 역발상(?)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겠다. 어차피 온라인 미디어와 공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니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부디 각 미디어가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역할과 방법, 그리고 거기에 맞는 충분한 콘텐츠를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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