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와우 멤버십 요금제 인상과 숨은 의미 찾기

[기고] 쿠팡의 와우 멤버십 요금제 인상과 숨은 의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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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4년 6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한영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연구위원 / 언론학 박사] 지난 4월 13일, 쿠팡(Coupang)이 자사 유료 서비스 ‘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하였다. 인상된 와우 멤버십 가격은 신규 이용자부터 바로 적용된다고 밝혔고, 기존 이용자는 오는 8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인상한다는 소식은 하루 전날인 12일, 각종 매체를 통해 뉴스로 다뤄졌다. 플랫폼 서비스가 월 이용료를 인상하는 일이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앞다투어 소식을 전달한 것일까? 지금처럼 쿠팡이 주목받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간 행적을 파악해 보고, 와우 멤버십의 가격 인상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 쿠팡의 성장기

한국의 아마존(Amazon)으로 불리는 쿠팡은 소셜커머스로 시작해서 이커머스(e-Commerce)로 체급을 키워왔다. 쿠팡은 지역 거점을 기반으로 풀필먼트(fulfillment)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하루면 원하는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초스피드를 자랑하는 자체 배송 서비스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쿠팡은 모바일 시대에 들어선 2010년에 처음 선보인 후, 2014년 로켓배송을 출시하여 이익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고, 이른바 ‘쿠팡맨’으로 불리는 배송 기사를 직접 고용해서 자체 배송을 시작하였다. 이후, 2015년 간편결제 서비스 ‘로켓페이’를 자체 개발하여 고객 만족을 위한 결제 시스템의 간편화를 추구했고, 2017년 로켓직구 서비스를 런칭해서 직구 쇼핑의 편리함을 제공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제패해 왔다.

이처럼 쿠팡은 2010년에 창업한 이래로 줄곧 20년 남짓 커머스(Commerce) 사업 부분에 주력하며 서비스를 개선해 왔다. 특히 고객 입장에서 주문에서 목적지 도달까지 물품의 보관과 배송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편의를 제공해 왔다. 이러한 행보는 쿠팡이 추구하는 기업 가치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식 웹페이지에서 ‘커머스 미래를 만들어간다’라는 신념 아래 쿠팡 서비스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상품을 주문하고 배송하는 과정, 그리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고객 경험과 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부분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 이를 위해서 쿠팡은 물류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고 빠른 서비스, 선택의 다양화, 낮은 가격을 주요 지향점으로 삼고 실천해왔다고 설명한다.

◇ 쿠팡의 확장기

최근 쿠팡의 사업적인 행보가 이전의 흐름과 크게 달라졌다. 주력 사업인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 부분까지 점진적인 확장을 시도하며 이른바 쿠팡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모양새이다. 이 계기로 쿠팡은 사업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마존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해서 한국식으로 내재화하며 나름대로 독특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쿠팡은 상품의 주문, 배송, 보관 등과 관련된 이커머스에서 벗어나 음식, 엔터테인먼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쿠팡이 사업을 확장한 계기는 바로 코로나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세로 감염병 위기가 고조된 상황 속에 대부분 기업은 사업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이 기간은 비대면 일상에 최적화된 서비스가 오히려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쿠팡은 주력 사업인 이커머스를 근간으로 지난 2019년에는 처음으로 유료 서비스 ‘와우 멤버십’을 선보인 이후,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쿠팡이츠’를 런칭했고, 2020년에는 OTT 서비스 ‘쿠팡 플레이’를 출시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갔다.

[그림 1] 쿠팡의 사업 확장

◇ 쿠팡의 도약기

쿠팡은 와우 멤버십을 주축으로 이커머스와 새로운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를 연계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 월평균 이용자는 2022년 2,803명에서 2023년 2,909명으로 3.8%가 증가하였다. 2024년 1월 기준, 쿠팡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118분으로 카카오톡(649분), 네이버(502분)에 이어 3순위를 보였고 평균 실행 횟수는 121회로 나타났다. 그간 쿠팡에서 물류센터 코로나 집단 감염(2020년 5월 외 ) 노동자 사망(2020년 3월 외), 개인정보 노출(2021년 10월)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쿠팡의 성장을 막을 순 없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와우 멤버십으로 결합한 쿠팡이츠와 쿠팡 플레이가 약진하며 전반적으로 쿠팡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괄목할 부분은 기존 유통업계와 견줄 만큼 크게 성장한 점이다. 지난 2월 쿠팡의 결제 추정 금액은 4조 3,665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국내 최대의 유통브랜드 이마트의 결제 추정액 4조 1,861억 원을 넘어선 금액이다. 쿠팡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이마트의 결제 추정액을 앞서가고 있다.

[그림 2] 쿠팡과 이마트 월간 결제 추정 금액 추이
출처: 와이즈앱 (2024. 3. 21).

와우 멤버십은 쿠팡의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를 단단히 결속시킨다. 쿠팡 성장의 일등 공신인 쿠팡이츠와 쿠팡 플레이도 각 영역에서 선방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앱 이용자 649만 명을 기록하며 출시한 이래 처음으로 2순위에 올랐다. 이제 쿠팡이츠는 ‘요기요’를 제치고 1위인‘배달의 민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쿠팡이츠가 2위로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해 4월 와우 멤버십 이용자를 대상으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요기요와 간격을 좁혀갔고, 올해 3월에는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며 다시 한번 상승세를 타게 되었다.

한편 쿠팡 플레이는 처음 등장했을 때 미디어 업계의 기대가 크지 않았다. 본래 쿠팡의 전신이 이커머스라서 이종 산업으로 여겼고, 당시 쿠팡 플레이는 구작 콘텐츠를 위주로 큐레이션 하는 수준이라서 미디어 사업자들이 견제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와이즈앱 자료에서 2023년 12월 쿠팡 플레이 앱 설치자는 1,457만 명이었고 월 활성화 이용자(MAU)는 766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쿠팡 플레이는 서비스 초반과 다르게 오리지널 콘텐츠와 스포츠 콘텐츠를 바탕으로 여느 OTT 서비스 못지않은 성장을 보여준다. 2024년 1월 사용자 점유율에서 넷플릭스는 39%로 1위, 쿠팡 플레이는 25.4%로 2위를 나타냈고, 시간 점유율에서는 넷플릭스 54.3%, 티빙 20%, 쿠팡 플레이 12.5%로 조사되었다.

◇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과 의미

와우 멤버십은 2,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자주 구매하는 상품을 배송비 없이 빠르게 주문할 수 있는 다양한 배송 혜택, 그리고 OTT 서비스인 쿠팡 플레이와 음식 배달 앱 쿠팡이츠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혜택은 파격적이었다. 와우 멤버십의 가격 인상은 이미 쿠팡이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2021년 12월 4,990원으로 오른 후, 2년 4개월 만에 58% 인상한 7,890원으로 가격을 재조정한 것이다. 이번 가격 정책으로 쿠팡은 월 699억 원에서 1,105억 원으로 멤버십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쿠팡은 비대면 확산세에 힘입어 매출 신장을 보이며 외형적인 성장세를 이뤘지만, 신사업 투자와 확산으로 오히려 영업이익은 손실을 기록하였다. 쿠팡의 부족한 재정 공백으로 멤버십 이용료를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가격 인상도 비슷하지만, 상황은 다르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해도 다른 플랫폼 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이은 다른 OTT 서비스가 가격 인상 소식에 시기적으로 이용자들의 심리는 편치만은 않다. 게다가 지속된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으로 이용자들의 경제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쿠팡의 가격 인상은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실제로 인크로스 자료에서 가격이 오른 후에도 멤버십을 이용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면 멤버십 이용자 중에서 구매 빈도가 낮은 사람들은 효용성에 비해 가격이 비싸져서 멤버십 해지를 고려 중인 반면, 구매 빈도가 일주일에 3회 이상인 멤버십 이용자는 가격이 인상되어도 배송비를 아낄 수 있어서 계속 이용할 것을 밝혔다. 이용자들은 멤버십 가격이 5천 원을 넘어서자 비용을 고려한 효용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대 이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쇼핑 플랫폼 1위는 쿠팡이었고, 구독하는 멤버십 중에서 1위는 쿠팡 와우 멤버십으로 나타났는데, 갈수록 구독 서비스 가격이 인상되니 20대 이용자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질수록 서비스 이용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와우 멤버십 이용자는 2023년 12월 기준 1,400만 명으로 요금제 인상을 통해 연간 8,338억 원에서 1조 3,255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며 인상 발표 이후 14일 쿠팡 주가는 전날 대비 11% 상승하며 1년 6개월 만에 20달러 선을 돌파한 21.25달러였다. 반면 이용자들은 멤버십 비용 상승과 함께 그간 서비스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멤버십을 유지하거나 해지하는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쿠팡이츠와 쿠팡 플레이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점은 누군가에게 혜택이 될 수 있지만, 멤버십 비용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아서 멤버십 혜택 중에 일부만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비용을 내게 하는 방식은 선택권을 박탈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와우 멤버십 요금제 인상은 이전처럼 단순히 매출 상승을 위한 일차적인 목표라기보다 향후 중국발 이커머스의 국내 진입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도 저변에 깔려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같은 중국발 플랫폼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국내 시장 진입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안에 국내 물류센터를 완공할 예정이고 지난달부터 국내 신선식품 분야 관리자를 채용하기 시작하였다.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신선식품 배송 경쟁을 이어왔는데, 올해 안에, 국내에서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신선식품을 만나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지난 3월 알리바바는 한국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에 3년간 1조 5천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올해는 2억 달러를 투자해서 축구장 25개 면적의 18만㎡ 규모 풀필먼트를 국내에 구축하고,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에 1억 달러, 소비자 보호 부분에 1천억 원, 한국브랜드 지식재산권 보호 부분에 1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림 3]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이미지
출처: 알리익스프레스

◇ 숨겨진 의미 찾기

사실 쿠팡의 요금제 인상은 단순히 매출 증대를 위한 가격 상승으로 바라본다면 그 위에 숨은 다른 의미들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국내 경제가 고물가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가격 상승 부분에 매우 예민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요금제 인상을 결정하게 된 쿠팡의 속내와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직구 플랫폼에서 시작해서 차츰 국내 시장 진출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사실상 중국발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진출이 임박했는데 단지 유통업계 경쟁을 다룬 이야기 같지만, 길고 넓게 보면 그 파장은 미디어 업계까지도 연결된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 그룹이 소유한 이커머스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 그룹은 IT 클라우드, 디지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이커머스 등 각종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기업이므로 국내 시장 진출이 알리바바의 각종 서비스와 연계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림 4] 유쿠
출처: 유쿠 서비스 화면 캡처

알리익스프레스로 한국의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하고 이용자를 끌어들인 후, 거기에 서비스를 하나씩 붙여간다면 지금의 아마존이나 쿠팡 모델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지금처럼 국내 경제가 고물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점에 한국 상품과 견줄만한 고품질의 저렴한 중국 상품이라면 더 빠르고 쉽게 성장해 나갈 수도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알리바바 그룹의 OTT 서비스인 유쿠까지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면 미디어 시장은 넷플릭스가 들어왔을 때와 또 다른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중국 이커머스 인프라와 시장이 국내에 구축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중국 OTT가 들어오는 그림이 되는 것이다. 유쿠로 직접 방문해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일은 드물지만, 국내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와 결합한 유쿠는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의 공격적인 투자를 고려해 볼 때, 자금 여력이 부족한 한국 콘텐츠의 제작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미디어 시장이 미국발 OTT에 이어 중국발 OTT까지 흔들리지 않으려면 경계를 늦추지 말고 당장 저렴한 비용만을 따질 게 아니라 현상을 조금 더 넓고 멀리 바라보고 그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 참고문헌
• 쿠팡 공식 웹페이지.
• 박은서 (2024. 4. 15). 월회비 올린 쿠팡 주가 11.5% 뛰었다. 서울신문. 경제증권면.
• 인크로스 (2024. 4. 15). 쿠팡 와우 멤버십, 58% 가격 인상 단행. 마인뉴스. 4월 셋째 주. 인크로스 웹진.
• 전성훈 (2024. 3. 14). 알리바바, 한국에 3년간 1조 5천억 원 투자…연내 물류센터 건립. 연합뉴스.
• 정혜정 (2024. 4. 12). 쿠팡 ‘와우 멤버십’ 월 7,890원으로 변경. 중앙일보. 경제면.
• 와이즈앱 (2024. 1. 19). 끝없이 성장하는 ‘쿠팡’의 2024년 전망.
• 와이즈앱 (2024. 3. 21). 쿠팡, 지난 2월 결제 추정 금액 4조 3,665억 원으로 이마트 제쳐.
• DMC 리포트 (2024). 알리익스프레스, 지난해 해외 직구몰 이용 비중 1위 달성! 최근 신선식품 영역까지 확장하며 국내 침투 속도 더욱 가속화할 전망. DMC Weekly 6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