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는 이제껏 이용자 분석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기고] 방송사는 이제껏 이용자 분석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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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홍규 EBS 연구위원] 필자가 십 년 전부터 학술대회나 특강처럼 외부에서 의견을 낼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해 왔던 말이 있다. “방송사는 이제껏 이용자 분석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십 년 전 소위 빅데이터라고 불리는 대규모·대용량 데이터에 관해 박사 공부를 마치고 방송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이 의견은 달라진 게 없다.

의견의 핵심은 이렇다. 방송사가 이용자를 분석하는 수단이자 주요 지표 중 하나가 아직도 시청률인데, 이제껏 이 시청률이라는 개념에 갇힌 방송사는 이용자 분석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확장된 인터넷 네트워크, 그리고 그 최대 수혜자 포털. 포털은 인터넷 네트워크에 플랫폼을 얹고 그 안에서 메일, 뉴스, 카페, 블로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그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이러한 포털의 서비스 영역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보제공 서비스’인데, 인터넷 네트워크의 수혜로 확장해 온 포털의 정보제공 서비스 사업은 기존의 정보제공 서비스 사업과 무엇이 달랐을까? 바로 포털은 ‘양방향(Interactive)’의 개념을 정보제공 서비스에 입혔던 것, 바로 그 지점이 기존의 정보제공 서비스와 달랐던 점이다.

지금은 ‘양방향’이라는 단어가 구닥다리 고어(古語)처럼 들리지만, 포털의 등장과 급성장기에 ‘양방향’은 포털 서비스를 상징하는 핵심 개념으로 쓰였다. 특히, 미디어 학자들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는 기존 방송 서비스와 포털 서비스의 큰 차이점으로 ‘일방향 서비스 vs. 양방향 서비스’의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즉, 방송 서비스는 그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가 정보를 받는 서비스 이용자에게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만, 포털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정보를 이용자로부터 다시 받기도 하는 그런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포털 서비스 이후에 급성장한 정보제공 서비스로 또 무엇이 있나? 소셜미디어(Social Media)다. 소셜미디어는 포털에 비해 더 진보된 양방향 서비스를 지향한다. 소셜미디어는 바로 이용자 스스로 서비스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Engagement)’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털과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와 양방향으로 소통하고 이용자가 관여하도록 만드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의 데이터는 수시로 수집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포털과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이용자가 서비스와 양방향으로 소통하고 직접 관여하는 동안 이용자는 스스로 자신의 이용 데이터를 포털과 소셜미디어 사업자에게 제공하고, 이들 사업자는 다시 이 데이터를 토대로 해 사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말이다. 즉, 이용자가 포털과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콘텐츠를 조회·공유·추천하며 댓글로 의견을 다는 그 모든 행위는 데이터로 고스란히 쌓여, 포털과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개선하는 핵심 데이터로 활용된다는 말이다.

그럼 방송사는 여태껏 어떠한 방식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모아 서비스를 개선해 왔을까?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활용하는 데이터가 시청률이다. 방송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시청하고, 얼마나 길게 시청하고, 어떤 순간에 가장 많이 시청하며, 또한, 어떤 순간에 채널을 이탈하는지…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어떤 방송 콘텐츠를 제공할지 결정한다. 물론, 몇몇 방송사는 시청률에서 벗어나 포털이나 소셜미디어에 퍼져있는 이용자 데이터로 정량화한 이용자 분석 지표를 만들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방송사에서는 방송 콘텐츠 제작이나 방영 혹은 종영을 결정할 때 시청률을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오늘날 방송사에서 제작한 방송 콘텐츠는 포털과 소셜미디어의 플랫폼에서 빠르게 확산한다. 방송 콘텐츠가 포털과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타고 확산하는 동안 이용자들이 남긴 조회 수, 공유 수, 추천 수, 댓글 수와 그 내용은 방송 콘텐츠 제공이라는 방송사의 핵심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있어 중요한 데이터임에도 아직 이들 데이터로 만든 공식적인 지표는 없다. 이용자들이 방송 콘텐츠를 이용하며 남긴 수치와 의견을 지수화한 공식적인 지표가 없다는 말이다.

필자는 방송사가 이용자 분석을 제대로 해내려면 시청률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를 포함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이용자 지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정부가 주도해 포털·소셜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통합 시청률(Total Screening Rate)을 논의해 왔고 그 지표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더 발전시켜 이용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지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방송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실시간 방송 콘텐츠 이용자 분석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방송사는 이제껏 방송 콘텐츠 이용자 분석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정보통신기술은 더욱 빠르게 발달하고 있고, 방송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은 이들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에 종속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시청률에 갇혀 이용자의 진짜 속마음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방송 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용자는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서비스로 언제든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