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최진홍) 지상파 UHD가 정면으로 부정당했다.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기점으로 고품질 미디어 플랫폼의 가치를 저버리고 유료방송 중심의 산업적 낙수효과만 노리는 정부의 방침과, ICT 표준을 정하는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핵심 구성원인 거대 통신재벌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들어맞은 결과다.
7월 2일 TTA 총회에서 지상파 UHD 표준안이 부결됐다. 충격적인 결과다. ICT 표준을 정하는 TTA 운영위원회도 아닌 총회에서, 특정 표준안이 부결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일 올라온 34개 표준 후보안 중 유일하게 지상파 UHD 표준안만 부결되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지상파 UHD 표준안은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좌초된 셈이다. 7월 1일만 하더라도 TTA 내외부에서 지상파 UHD 표준안 처리에 대해 긍정적인 기류가 감돌았지만, 하루 만에 완전히 급반전을 맞은 것이다.
엄청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TTA 총회에서 지상파 UHD 표준안을 부결을 주도한 것이 ‘통신사’라는 점이 문제다. TTA 총회의 의결권은 회비에 비례해 투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통신사들이 과반수에 가까운 의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TTA 구성에 대해 제로 베이스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ICT 표준을 정하는 TTA의 구성원 절대 다수가 통신사로 구성되었기에, 무료 보편의 고품질 미디어 플랫폼의 영역에서도 엉뚱한 통신사들이 생명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들은 IPTV라는 방송의 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런 통신사들이 경쟁상대인 지상파의 UHD 표준안을 TTA 총회에서 부결시키는 것은 도의적인 문제를 넘어 제도적 허점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TTA에 구축된 통신 카르텔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타파해 ‘TTA 해체’ 수준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방송관련 표준의 TTA 표준안 제정에 대한 부분도 확실하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지상파를 제외한 모든 유료방송은 위성방송을 끝으로 UHD 표준안이 마련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TTA 내부의 통신사 ‘세력’이 지상파 UHD 표준안을 총회에서 부결시킨 것은 엄청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의 경우 작년 12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상파 UHD 표준안이 기술 보고서로 하향 채택된 일이 있었다.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는 한, 지상파 UHD를 비롯한 대한민국 미디어 플랫폼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브라질 월드컵 실시간 UHD 중계로 기술적 인프라를 제고하는 지상파의 상승세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당 부분은 바로잡혀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TTA 총회에서 지상파 UHD 표준안이 누락된 것은,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방송과 통신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두고 국가 재난망 구축이라는 변수와 더불어 맹렬하게 싸우고 있다. 하지만 해당 주파수 글로벌 통신 활용설의 허구가 알려지고, 통신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 및 모바일 IPTV 사업 확충이 역으로 통신사의 주파수 수급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 주파수의 할당은 공익적 요소로 정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 중이다. 이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의 상하위 통신 40MHz 폭 통신할당이 방통위원장 고시가 아니기에, 이를 원점으로 돌려 ‘국가 재난망+방송’의 공공대역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와 결을 함께한다.
이런 상황에서 TTA의 근간을 이루는 통신사들이 700MHz 주파수를 활용한 UHD를 준비하는 지상파 표준안을 부결시킨 것은, 이번 결정이 주파수 수급까지 염두에 둔 통신사의 정책적 포석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준다.
일각에서는 TTA 총회에서 지상파 UHD 표준안을 부결시킨 통신사는 물론, TTA를 수족처럼 부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 지상파 UHD 표준안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술 보고서로 하향채택 되었을 때, 미래부 모 국장의 외압설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실질적인 TTA의 지상파 UHD 표준안 부결은 통신사가 주도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모든 문제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