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방송의 공적기능 회복을 기원하며

[칼럼] 2015년, 방송의 공적기능 회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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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우리사회는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방송이 발전해 왔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더라도 공영방송을 기준으로 방송을 평가하곤 했다. 그러나 2014년 국내 공영방송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공영방송의 뉴스는 끝없는 추락을 지속했고, 납득할 수 없는 임원선임과 인사 조치들은 수용자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그러다보니 공영방송으로서 수행해야 할 공적인 기능을 기대하는 것도 요원해 보이기만 했다. 공영방송의 수신료 현실화에 대해 다수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인상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어 온 이유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불신을 포함하여,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과 임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기반 한다고 볼 수 있다. 본 글에서는 2015년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 회복을 기원하며, 해외 공영방송의 책임과 역할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가를 제시하고자 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공적 역할 및 가치는 칙허장에 여섯 가지 차원으로 제시되고 있다. 첫째 민주적 가치인데, 민주적 가치는 보도와 시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저널리즘 가치에 해당하며, BBC는 독립성, 신뢰성이 담보되는 공정한 뉴스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문화적 역할로 영국의 문화를 알리고, 작가·감독·제작자 등을 발굴·육성하여 창조적인 콘텐츠를 널리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 교육적 기능이다. BBC의 교육적 가치는 모든 미디어를 통해 각계각층의 시청자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식과 기술이 튼튼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넷째 영국전체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형성이다. BBC의 사회적 가치는 영국의 많은 사회단체 및 지자체들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다섯째 국제적 기여로, BBC의 글로벌 가치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국제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해외의 시청자들에게 우수한 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전 지구적 역할을 지원하게 된다. 여섯째 지상파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등장에 따른 편익을 공중이 누리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에 대한 사명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을 가능한 폭넓게 반영하여 개인과 공공의 의사형성에 기여할 것, 다만 뉴스시사 프로그램 뿐 만 아니라 오락이나 스포츠 프로그램 등 사회에 존재하는 정보, 경험, 가치정도, 행동규범의 다양성을 전할 것, 이상을 토대로 민주주의 질서와 문화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송의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방헌법재판소의 사명 범위를 바탕으로 독일의 기본적인 방송법규인 주간 방송협정에서는 공영방송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첫째 개인 및 공공의 자유로운 의견을 형성하는 매체이자 요인으로서 기능할 것, 둘째 유럽·국내·지역의 중요한 사건들을 포괄적인 개념에서 제공할 것, 셋째, 국제적인 상호이해, 유럽통합, 연방과 각 주의 사회적인 연계를 촉진할 것, 넷째, 정보·교양·생활정보·오락 등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3년 ‘디지털시대의 공공방송에 관한 연구회’ 보고서에 정리된 공영방송의 역할은 크게 여섯 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첫째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비상업적 재원에 근거하여 확보하고, 둘째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며, 셋째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고, 넷째 방송의 기술발전·보급에 기여하며, 다섯째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마지막으로 전 세계적인 정보화에 대응하여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발신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국가별 공적 기능과 역할을 공통된 영역과 범위로 묶으면 민주적 가치, 투명한 정보제공, 공론장 제공, 다양성 존중, 문화의 보편성, 교육의 보편성, 기술적 이익의 균등화, 지역 간 유대 등 여덟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방송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곧 방송의 공공성 개념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비단 공영방송만이 아니라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 방송에도 적용된다. 지상파 방송은 국민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전파를 사용함으로써 시청자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의무와 공익에 봉사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 등 태생적으로 ‘공공성’이라는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