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둘러싼 논쟁의 끝?

[칼럼]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둘러싼 논쟁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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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이르면 9월 안으로 제주도에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인 ‘K뷰’ 실험방송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며 미디어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DCS 논쟁에 이어 CPS 논란, 의무재송신 확대 유무, UHDTV 실험방송 및 전국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선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입장은 한결같다.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 지상파 방송사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채널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다채널 서비스를 주장해 왔으며 디지털 전환 이슈가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실질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현실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무료 보편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야말로 지상파 방송의 존재 이유라고 믿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문 및 유료매체의 입장도 강경한 편이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며 다채널 서비스에 반대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상파 방송 쏠림 현상이 심한 마당에 다채널 서비스까지 시작되면 유료매체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 확대’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유료매체가 자신들의 사업적 이득이 위태로울때마다 써먹은 오래된 ‘변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첨예하게 대립중인 의무재송신 확대 논란이 좋은 사례다. 2000년대 초 처음 지상파 의무재송신 이슈가 부상했을때 유료매체의 가장 커다란 축인 케이블 업계는 “의무재송신 확대가 실시되면 케이블 편성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며 “지상파 방송사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가 우려되는 만큼 의무재송신 확대를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시에 거리집회까지 불사하며 무력시위까지 펼쳤다.(자료사진 참조) 하지만 2012년 현재 이들은 가입자당 요금, 즉 CPS라는 돈 문제가 얽히자 입장을 바꾸어 갑자기 무료 보편의 가치를 추구한다며 자신들이 그토록 반대하던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종합했을때, 케이블이 주축인 유료매체는 자신들의 사업적 이해득실에 따라 지상파의 영향력 유무를 문제삼으며 소위 ‘딴지’를 걸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무재송신이나 지금의 다채널 서비스나 항상 유료매체는 같은 변명을 하기 때문이다.

 

   
▲ (자료사진) 2004년 의무재송신 확대를 반대하던 케이블 업체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유료매체의 다채널 서비스 반대가 ‘제 1의 원칙’인 무료 보편의 공공 서비스를 저해한다는 것에 있다. 다채널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는 방송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유료매체는 자신들이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 미디어의 ‘무료’서비스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는 중이다. 이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국가가 고속도로를 건설한 다음 무료통행을 원칙으로 삼자, 토목회사가 나서 “우리도 똑같은 다리를 지어서 국민들에게 이용료를 받으려 하는데, 국가가 무료로 다리를 지으면 우리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토목회사의 편을 들어주는 셈이다.

물론 다채널 서비스가 진행되면 지상파 독과점 현상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아주 현실성이 없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전국 디지털 전환을 앞둔 현재,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를 목전에 둔 현실에서 치열한 경쟁의 ‘구도’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수많은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케이블 프로그램, ‘응답하라 1997’과 ‘슈퍼스타 K’ 등을 보라. 경쟁력이 있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 지점에서의 진화는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편 여기서 묘한 것은 시민단체의 반응이다. 강혜란 한국 여성 민우회 정책위원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시청자 욕구가 큰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지상파가 MMS를 할 순 있다”면서도 “그 이전 직접수신율을 끌어올려서 보편적 시청권을 공고히 한 다음에 본방송을 개시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상파 직접수신에 관한 인프라는 허술하게 돼 있고 MBC와 SBS는 N-스크린 같은 유료화에 눈 돌리며 참여하지 않는 상황인데 진정한 의미에서 공익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KBS 채널만 늘리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한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여기서 강 정책위원의 인터뷰 내용 중 가장 특기할 부분은 ‘직접수신률 제고가 우선이냐, 다채널 서비스가 우선이냐’라는 부분이다. 강 정책위원은 직접수신률이 먼저라고 본 듯 하다. 동시에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라는 논쟁과 비슷한 이 사안은, 작년 가을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주관한 ‘방송 컨퍼런스’에서도 첨예하게 충돌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때의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 당시 컨퍼런스에서는 ‘직접수신률을 올리기 위한 노력과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현실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직접수신률을 올리기 위한 지상파 방송사의 노력, 즉 송신 시설뿐 아니라 수신 시설의 현대화부터 다채널 서비스의 이점을 알리는 홍보방안까지 총체적이고 동시다발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채널재배치에 따른 방송사 손실보전 예산 삭감과 대민 채널재배치 예산 삭감을 실시한 정부부처의 과실도 보태고 싶다. 지상파 방송사의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디지털 진적수신환경 개선을 위한 방송사의 굵은 땀방울을 실제 눈으로 보아 왔기에 어쩔 수 없다. 물론 변명이다.

 

   
 

현재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실현이 불투명하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듯 하다. 거기에 케이블 업체의 반발도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와 직접수신률을 병행하여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안’을 선택하면 어떨까. 지상파의 집중 현상은 유료매체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며, 동시에 ‘오래된 변명’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굳이 프리뷰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어쨌든 자, 이제 공은 방통위로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