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밀한 분석의 대상, 차이나 머니(China Money)

[칼럼] 면밀한 분석의 대상, 차이나 머니(China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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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FTA 협상이 20141110일 실질적으로 타결되면서, 중국의 한국 방송콘텐츠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가열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 한 해 방송 콘텐츠 이슈 가운데 하나로 소위 차이나 머니의 유입을 들고 있을 정도로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방송시장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이 11.6%로 예측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199억 달러 규모의 방송시장은 2017년까지 298억 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방송시장은 위성과 지상파 위주의 전통적인 방송시장이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성장률은 연평균 40%를 보였다.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온라인 동영상 시장으로 20143사분기 추정수익만 약 682억 위안(12조 원)에 달하고 있으며 온라인 모바일 광고 시장 또한 전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2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국내 방송 콘텐츠 투자비용은 명확히 산출되지 않고 있다. 중국기업들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 등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에 약 10억 달러(11000억 원)를 투자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규모는 아니다.

중국의 전체 해외투자 중 부동산 임대, 금융, 도소매, 제조 등이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민영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문화산업의 해외 투자 비중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한 보도에 의하면, 2014년도 상반기 한국에 투자된 중국자본은 7800만 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89.6% 증가한 것이다. 이 중 문화산업 분야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2013년경까지 중국의 방송사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묵인하거나 판권을 구입해 방영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외주제작사와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제작 요소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진출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의 방송사는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는 동시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제작자들을 스카우트하거나 현지 제작 시 자문 자격으로 초청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이보다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부문은 콘텐츠 공동제작 및 제작사 지분 소유이다. 인기 드라마를 제작한 국내 외주제작사, 인기 예능 프로그램 중 스타급 연기자를 확보하고 있는 국내 연예기획사 등은 지상파 방송사 이외에도 제작비를 외부에서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중국의 거대 자본을 매력적인 투자자로 받아들이고 있다. 광고매출의 하락, 경기침체 등으로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제작비 유입은 제작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재정적 기반이 열악한 독립제작사의 입장에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제작 환경과 경쟁력에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는 중국을 기반으로 하고 우리의 인력으로 만든 방송콘텐츠가 국내에 역수입되는 상황을 조만간 맞을 수 있다. 결국, ‘한류(韓流)’한류(漢流)’로 바뀔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자본의 유입이 약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자본의 방송 콘텐츠 시장 진입 및 국내 콘텐츠의 중국 진출에 대한 논의에서 점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락돼 있는 요인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에 투자, 인수, 공동제작을 수행하는 중국자본의 성격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중국자본(절강화책미디어그룹, 람해화이형제엔터테인먼트, 차이나필름애니메이션, 유쿠, 투더우, 탄루루, 쥐허미디어 등)의 소유 구조와 자본 축적 방식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상태다. 둘째, 중국자본은 국내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통해 어떤 경로로 수익을 창출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현재까지 중국으로 진출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콘텐츠(프로그램 포맷 제작물 포함)가 광고 이외에 어떤 부가시장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한 수익 창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분석 자료들은 막대한 광고와 협찬 규모에만 집중할 뿐, 그러한 수요가 발생하는 시장이 어디이며, 그 지속가능성은 어떠한지에 대해 분석하진 않는다. 셋째,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주 시청계층의 문화적 취향과 미디어 이용행태는 어떠한가에 대한 부분이다. 중국 내 한류 붐에 대한 보고는 많았지만, 주로 한국 콘텐츠를 향유하고 소비를 창출해내는 계층에 대한 정보는 희소하다. 이들의 문화적 취향, 가처분 소득 규모, 주요 미디어 이용 행태 등에 대한 분석은 미흡하다.

한국 콘텐츠 투자에 나서는 중국자본의 성격, 한국 콘텐츠를 통한 중국 자본의 수익창출 방식, 주 시청계층에 대한 문화적 분석은 현재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는 중국자본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분석은 국내 제작환경에 대한 중국자본의 유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들일 수밖에 없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