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동조합 사무처장 권철

[인터뷰]언론노동조합 사무처장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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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충지점은 없다
"언론악법 반드시 막을 것"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제2차 총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언론관계법 상정을 강행하자 언론노조는 지난 26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MBC를 비롯한 각 방송사의 ‘전면 제작 거부’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지난 2일 여야가 100일 뒤 표결처리에 합의함에 따라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일시 중단됐다. 한나라당의 강행과 야당․언론노조의 강력한 반발 사이에서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6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언론노조가 2차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26일 권철 언론노조 사무처장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 100일 동안 언론노조의 활동 계획은

일단 파업을 일시 중단했지만 대오를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기간만 연장한 것이기 때문에 언론노조는 언론악법 폐기를 위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당일 집회’ 등을 계획할 것이고, 이 싸움이 국민들과 함께 하는 싸움이기에 촛불문화제 등 국민과 함께 하는 기획 등을 준비할 것이다. 꾸준히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 100일 뒤 언론노조가 직면할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때가 되면 또다시 총파업 등 수위를 높인 투쟁이 이뤄질 것 같은데, 투쟁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그런 부담은 없다. 이번 한나라당의 행보로 그들이 원하는 바가 명백히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언론관계법을 발의하면서 미디어 산업 전반의 발전을 주장했었다. 그런데 연구소에서 발표된 보고서를 보더라도 일자리 창출 등을 주장한 한나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번에 한나라당의 주장은 허구임이 밝혀졌다. 게다가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제안하면서도 조중동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법이 조중동을 위한 법임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들이 이러한 한나라당의 행태를 정확하게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 이번 언론관계법을 두고 한나라당과의 절충 지점이나 양보의 마지노선은 없는가

절충지점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20%에서 10%로 줄이더라도 조․중․동과 대기업은 방송에 진출할 것이고, 자신들의 뜻대로 뉴스보도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뉴스보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언론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신문시장도 경품․무료 서비스 등에 의해 많이 왜곡되어 있다. 콘텐츠를 가지고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콘텐츠가 아닌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지금의 언론환경에서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다양한 여론 형성이 어렵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투쟁을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여론다양성과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원한다면, 어렵다는 신문시장부터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회적인 논의를 펼쳐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노동권이 다 모여서 신문․방송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사회적 논의기구부터 먼저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면서 YTN․OBS 낙하산 사장 논란, 언론관계법 강행 등으로 많은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데, 충돌 대신 대화나 타협으로 풀 수는 없나

지금의 상황은 대화나 소통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진정성을 겉으로만 말하지 상대에게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여지껏 해온 것을 보면 막무가내식이 많다. 25일 문방위 직권상정도 한 편의 코미디가 아닌가. 그런 식으로 모든 일이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투쟁’밖에 없다. 언론장악 문제에 있어서는 언론노조가 반드시 막을 것이다. 언론 공공성이란 기치를 높이 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투쟁은 우리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 방송기술인들과 방송기술인연합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방송기술인들도 언론인이란 사명이 있어야 한다. 방송사에 근무하면 자신이 엔지니어라는 자괴감을 갖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은 떨쳐버리고 언론인으로서 언론을 얘기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방송국의 모든 구성원들은 ‘보도의 공공성을 지키느냐, 아니냐’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기술인협회도 기술적인 부분에만 매이지 말고 여러 사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외부연대를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