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관악산으로 간다

[인터뷰] 나는 오늘도 관악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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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은 안테나를 통한 직접수신이다. 케이블·위성·IPTV 등 다양한 유료방송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직접 안테나를 설치하고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는 가구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깨끗하고 뛰어난 품질의 영상을 전달하기 위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노력은 여전하다.
오늘 인터뷰의 기술은 지상파 방송 품질의 최종출하를 담당하고 있는 송신소를 찾았다. 

   
 

|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KBS 관악송신소에서 송신업무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양경석 팀장이라고 합니다.

| 관악송신소에서 근무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대략 2년 2개월쯤 됐네요.

| 이곳에 근무하는 인력은 몇 명인가요?
상근직 4명(소장 1명, 팀장 1명, 보수 1명, 시설관리 1명), 현업자 13명으로 총 17명이 근무하고 있구요. 1조 3명씩 4조 3교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나름 격오지 근무인데 출퇴근이나 물품조달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출퇴근 및 근무교대와 물품을 운반합니다.

| 송신소 근무의 장점을 꼽아주세요.
우선 장점으로는 시청자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방송품질을 관리하기 때문에 방송 송신기술 전반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걸 꼽을 수 있겠네요. 또, 규칙적으로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빈 시간을 이용해서 자기 발전을 위한 시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네요.

| 지금 특별히 집중하고 계신 자기계발이 있으신지요?
그간 미뤄뒀던 어학공부랑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고 있어요.

| 송신소 근무의 단점이 있다면요?
단점이요? 방송인이라면 어느 직군이든 다르지 않겠지만, 송신소는 유독 방송사고에 대한 압박이 무척 큽니다. 송신소는 방송을 전달하는 가장 마지막 위치이기 때문에 조그마한 사고라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교대근무 형태라 남들 쉴 때 일하기도 하고 남들 일할 때 쉬기도 합니다. 생활 패턴이 달라지니까 자칫 외부 세계와 단절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죠. 게다가 방송품질을 지키기 위해 늘 긴장이 습관화되기 때문에 깊은 잠을 못자는 동료도 있고, 다들 조금씩 불면증을 앓기도 합니다.

* 조금 멀고 외진 곳에서 때로는 외롭고, 힘들지만 언제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송신소 직원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할 것 같다.

 

   
 

| 관악송신소가 맡고 있는 역할과 기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곳은 국내 송신소 중에서 가장 많은 매체(15개 ; TV 7, FM 6, DMB 2)를 송신하고 있고요. 중계방송용 Microwave 등 78개의 링크 장비가 있어서 가히 송신 매체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죠. 또, 일반적인 송신업무뿐만 아니라 중계신호 운용과 최종 송출단말로서 방송화질과 음성의 모니터링 업무까지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 KBS 관악송신소가 담당하고 있는 커버리지는 어디까지인가요?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 전역을 담당하고 있고, 충청도의 일부까지도 방송권역에 포함됩니다. 사실상 KBS의 메인 송신소죠.

| 커버리지 내의 수신품질은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시나요?
매년 6월 즈음에 전파측정차량을 이용해서 전파 수신 품질을 측정하는데요, 측정 지역은 관악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방사형 패턴에 대해 전 송신 매체를 모니터합니다. 또, 간이형 수신장비가 탑재된 차량도 있어서 민원이 발생할 경우에는 수시로 출동해서 전파의 양질 여부를 측정·판단합니다.

|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낮다고들 지적합니다. 원인과 해결방안은 무엇일까요?
공동주택의 개념으로 주거 환경이 바뀌던 시기에 직접수신의 중요성을 간과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케이블SO들이 지상파 방송을 미끼로 장사를 하는 지경까지 와 있죠. 하지만 케이블TV를 통해 지상파를 간접수신하게 되면 국민은 시청료를 2중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됩니다. 지상파가 디지털로 전환되면 직접수신률도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공동수신 설비에서 케이블TV와 지상파를 분리·수신하게 하는 제도와 설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 관악송신소에서는 실험방송 채널(66번)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네, 현재는 듀얼스트림방식의 고화질 3DTV 실험방송이 진행 중입니다.

| 정규 송출과 실험 송출은 운영 면에서 어떻게 차이가 나나요?
실험방송은 허가 기간이 1년입니다. 실험을 완료하면 주파수를 다시 반납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허가 기간 중에는 자체 편성기준에 따라 정규방송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 방통위가 제시한 지상파 디지털 완전전환 시점이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를 겪을 송신소에서는 어떤 준비가 진행 중일까?

| 디지털 전환 시점에 대비해서 송신소 차원에서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있나요?
ASO(Analogue Switch Off)는 송신소 입장에서는 방송 서비스를 크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지금은 라디오부터 DMB까지 너무 많은 매체들이 좁은 공간안에서 배치되야 했기 때문에 안테나와 장비 등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는 면이 컸습니다. 따라서 다가오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아날로그 TV을 중단하는데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DTV 기술을 통해 더 좋은 환경에서 훨씬 안정적이고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겁니다. 제가 근무 중인 관악산 송신소에서도 ASO 이후를 대비하여 안테나와 송신기의 적절한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 주파수 재배치나 송신시설 조정 등 때문에 디지털 완전전환 시점을 6개월 이상 유예하자는 주장이 방송사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주파수 재배치는 무 자르듯 뚝 끊고 옮겨 갈 수 있는 서류 상의 작업이 아닙니다. ‘주파수 변경’이라는 개념 안에는 특성변경, 간섭방지, 필터·선로 변경, 안테나 위치·방향 변경처럼 굉장히 많은 부수작업들이 수반됩니다. 거기다가 방송 송출이 멈추지 않고 품질 또한 안정된 상태에서 전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서서히 진행하지 않으면 방송 송출 중단은 물론이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TV가 먹통이 되는 심각한 사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서두르기만 하다가 방송 송출이 중단되고 멀쩡한 TV가 먹통이 되는 사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2012일 12월 31일로 못박아놓은 지상파 디지털 전환 완료를 현실적인 수준에서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