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해 KBS 기술본부장

[인터뷰] 김영해 KBS 기술본부장

1284

[인터뷰] 김영해 KBS 기술본부장

어느덧 2009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2012년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심각한 경기침체와 함께 각각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와 함께 DTV 주파수 확보라는 난제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 KBS 김영해 기술본부장을 만나 방송사가 처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 보았다.

디지털 TV활성화를 위해 DTV Korea가 출범해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디지털TV가 활성화 되려면 디지털방송망도 빨리 구축이 되어야하고, 시청자의 수신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 나갈 계획인가.

가장 고민되는 사항이다. 알다시피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도 10년전 IMF 당시의 경영위기 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인식하에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이처럼 지상파방송사 대부분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정상적인 디지털 전환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지원이 없을 경우 2012년 기한내에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공포된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하 디지털 전환 특별법)”은 향후 2012년까지 지상파 방송사의 시설 투자와 HD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약 2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디지털 전환 투자 비용을 지상파 방송사에서 조달하도록 되어 있다.
KBS의 경우에도 디지털방송 시설투자, HD제작비, 난시청 해소 비용 등 약 1조 3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며 2008년 이후에도 8,5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KBS는 2007년까지 방송시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약 3,7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2개소 모든 기간송신소와 본사의 제작?송출시설 대부분은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 비용으로 인해 전국 300여개에 달하는 간이중계시설(TVR)과 전국 18개 지역국의 디지털 전환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디지털 전환특별법에 명기되어 있는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 제도 개선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방송발전기금 면제, 정보통신진흥기금 및 관세감면제도 비율 상향조정 및 기간연장 등을 통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DTV주파수는 지상파방송의 근간이다. 따라서 주파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DTV주파수 회수 재배치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간 의견이 잘 조율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난시청 해소를 위한 채널배정과 채널간 혼신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DTV 채널배치 계획을 수립하였고, 여기에는 화악산, 계룡산, 노고단과 같은 고지 송신소들을 저지대로 이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디지털 전환은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추진된 정책이다. 아날로그의 경우는 주파수 부족으로 난시청을 해소할 수 없었지만, 디지털의 경우는 난시청이 최소화되도록 충분한 주파수가 확보되어야 한다.
방송사는 전파조사결과를 기준으로 디지털TV 난시청이 최소화되도록 채널을 배정한 이후 회수재배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고지송신시설 저지대 이전요구는 기존 시청자 보호대책 미흡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전파조사결과를 기준으로 디지털TV 난시청이 최소화되게 채널배정한 이후 회수가 돼야 할 것이다. 간이중계국의 디지털 전환은 난시청 해소 및 디지털 방송커버리지 확보를 전제로 하는 종합적인 아날로그 종료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학계, 방통위 및 각 지상파 방송사가 공동으로 ‘DTV채널 배치 추진협의회’를 운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실무 협의체에서 좋은 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KBS기술본부가 중점에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기술본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디지털전환 사업, 제작 워크플로우 개선사업, 중파시설 효율화 사업 등이 있다. 올해 제작, 송출시스템 디지털화 사업으로는 TV주조 디지털화 등 7개 사업, NS-1 디지털화 등 3개 사업, 북경올림픽 대비 센터 HD 전환 등 2개 사업, 지역국 제작시설 HD화 등 5개 사업, 그리고 라디오 광고송출시스템 보강 1개 사업 등이 있다.
제작 워크플로우 개선은 현재 선형적이고 직선적인 제작 체계에서, 병렬·분산적인 제작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제작 Workflow를 혁신하여 생산성 향상을 통한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와 방송 프로그램의 자산화 및 내·외부 유통 체계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방송시대 방송기술인의 위상은.

‘종합방송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KBS 기술본부의 지향점이다. 31년째 엔지니어로 현업에서 일해왔다. 디지털 방송시대가 오면 방송기술이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개인적인 욕심이기도 하다) 효율적인 인력 구조로 위상도 강화될 것이라 본다.
또한 IT 강점을 가진 인력을 보충해 이후 네트워크 기반의 제작, 송출, 아카이브 시스템에 대한 대비를 하려고 한다.
변화의 시기에 방송기술인들이 과거의 아날로그적 사고방식과 업무프로세스를 과감히 떨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다면 방송기술의 위상은 몇 단계 상승할 것이라 생각한다. 방송기술인의 위상은 방송기술인 스스로가 개척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 방송기술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방송기술 전문가가 돼야 한다. 주변을 잘 살펴 새롭게 부각 되는 업무나 기존의 핵심 업무를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한편 업무의 전문능력을 향상해 나가야 한다. 과거 방송기술이 담당하던 업무라도 중요도가 떨어지는 업무는 과감히 개방해야 한다. 이젠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아울러 고객만족 서비스 정신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방송기술인들은 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을 고객으로 인식해야 한다. 각 방송사에서 방송기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면 안될 것이다.
 
방송기술인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변화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고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남의 일만 같았던 미국발 경제위기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방송사들을 벼랑의 끝으로 몰아넣고 있고 단기간에 끝날 위기 같지도 않다.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송출, 송신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을 틀을 과감히 변화시켜, 방송사들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데 기술이 앞장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변화를 두려해 오히려 변화를 방해하려는 세력으로 오인 받을 수 있고 이것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다. 현재 방송이 처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데 기술이 앞장서서, 방송기술이 방송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 기술인의 위상은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함께 희망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나도 최대한 몸을 낮춰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